‘라이다 센서’는 절대 쓰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테슬라가 알고 보니 라이다 센서 기술을 도입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온 것으로 드러나 다시 도마에 올랐다.
라이다 센서는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핵심적인 부품으로 카메라와 레이다와 더불어 자율주행차에 대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첨단 장비다.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최대 경쟁사인 구글 웨이모는 라이다 센서, 카메라 센서, 레이더 센서를 모두 사용하고 있는 반면에 테슬라는 카메라 센서만 고집해왔다.
◇‘라이다 센서’ 평가절하했던 머스크
레이다 센서는 다른 종류의 센서보다 무게가 가볍고 거의 모든 외부 환경 조건에서 물체와 거리와 물체의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도로 주변의 교통 표지판을 식별하거나 신호등 점등 상태를 감지할 수 없는 단점을 안고 있다.
이에 비해 라이다 센서는 빛을 사용하는 레이더 센서의 일종으로 빛의 파장이 물체로 이동하고 센서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물체까지 거리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특히 자율주행차 위에 배치된 라이다 센서는 차량이 피해야 할 장애물을 360도 방향에서 3D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차량의 주변 환경을 가장 정확하게 감지하는 능력 측면에서는 가장 우월한 기술이지만 카메라나 레이다 센서에 비해 가격이 매우 비싼 것이 단점이다. 테슬라가 라이다 센서를 기피해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카메라 센서는 도로 표지판을 읽거나 보행자, 자전거, 혹은 다른 차량과 같은 물체를 분류하는 임무를 매우 잘 수행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먼지, 태양, 비, 눈 혹은 어둠 등 외부 환경에 취약한 것이 단점이다.
이렇듯 방식에 따라 장단점이 존재하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사람은 눈과 생물학적 신경망으로 차를 운전한다”면서 “카메라 센서로도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는데 문제가 없다”며 라이다 센서에 대한 거부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왔다.
머스크는 특히 “라이다 기술 자체로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테슬라 전기차에 적용하기에는 라이더 시스템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도 내구성도 뛰어나지 못하다”고 비판해왔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전략 유턴(?)
그러나 8일(이하 현지시각) 더버지에 따르면 테슬라는 라이다 업계의 선두주자인 미국의 루미나 테크놀로지로부터 최근 들어 라이다 센서 기술을 집중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루미나가 이날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 1분기 동안 최대 고객사는 테슬라였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라이다 시스템 매출을 분석한 결과 테슬라가 전체의 10% 이상을 차지했다는 것이 루미나의 설명이다. 지난 1분기 루미나의 매출은 2100만 달러(약 286억 원)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210만 달러(약 28억 원)가 테슬라에서 나왔다는 것.
루미나는 심지어 “테슬라의 구매 실적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늘어나지 못했다면 전체적으로는 분기 매출이 감소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그동안 평가절하해왔던 라이다 센서를 루미나 입장에서는 테슬라가 오히려 가장 많이 사들인 주역이었다는 얘기인 셈이다.
◇머스크가 8월 출시 예고한 로보택시에 라이다 채택 가능성
그러나 이는 알고 보면 놀랄 일은 아니라고 더버지는 전했다.
이미 지난 2021년부터 테슬라의 최신 라인업인 모델Y이 라이다 센서를 탑재한 상태로 주행하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었다는 것.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테슬라가 자세한 내용까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테슬라는 라이다 시스템 개발과 관련해 이 때부터 루미나와 제휴관계를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버지는 머스크가 오는 8월 출시하겠다고 예고한 테슬라의 자율주행 택시 ‘로보택시’에도 라이다 기술이 적용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더버지는 “루미나가 생산하는 라이다 센서의 대당 가격은 현재 1000달러(약 136만원) 수준”이라면서 “8월 출시에 앞서 미국의 여러 도로에서 로보택시가 시운전하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테슬라의 로보택시에 라이다가 채택될지 여부는 머잖아 판명이 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로보택시는 머스크가 테슬라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여기고 있는 야심찬 신제품이어서 관련업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