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구인 건수 870만 건으로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 기록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올해 미국 경제의 놀랄 만한 성장을 뒷받침했던 노동 시장의 열기가 식어가는 조짐이 나타났고, 이는 곧 내년 경제성장 둔화를 예고한다”고 보도했다. WSJ는 “올해 실업률이 오르는 추세 속에서 구인 건수가 줄어들어 미국인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 더 긴 시간이 필요하고, 임금 상승률도 둔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 정책을 결정하면서 노동 시장의 동향을 예의 주시해왔다”면서 “노동 시장 수요 둔화는 연준이 더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도 “연준이 보고 싶어 하는 노동 지표가 나왔다”면서 “10일 구인 건수는 모든 전문가의 예상치를 밑돌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구인 건수는 2022년 3월에 1200만 건에 달했다. 미국 민간기업 구인 수요는 지난해 3월을 정점으로 전반적으로 감소 흐름을 보여왔고, 지난 7월에는 892만 명으로 내려앉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여름 휴가철을 맞아 다시 900만 명대로 깜짝 증가했고, 9월까지 구인 수요 강세가 이어졌다. 9월 민간기업 구인 건수는 955만 건으로 전월 대비 5만6000건(0.6%) 증가했었다. 올해 10월 기준으로 구직자 1인당 일자리는 지난해 2.0개에서 약 1.3개까지 감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에서 아직 약 650만 개의 일자리가 남아돌지만, 구인 건수와 구직자 숫자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미국에서 구인 건수가 올해 들어 줄어들고 있고, 실업률이 올라가고 있다”면서 “이는 ‘베버리지 커브’(Beveridge curve, 빈 일자리와 실업 간의 반비례 관계)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고, 노동 시장이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WSJ는 노동 시장 둔화 5대 요인으로 미국의 구인 수요 감소, 자발적 퇴사자 감소, 임금 상승 둔화, 구직난, 채용 속도 둔화 등을 꼽았다.
10월 자발적 퇴직자 수는 360만 명으로 9월과 비슷했다. 10월 자발적 퇴사율도 9월과 같은 2.3%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지난해 4월 당시 3% 고점에 이르렀고, 이후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임금 상승세도 둔화하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평균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10월 기준 5.2%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6.7%로 고점을 찍은 후 작년 10월 6.4%, 올해 2월 6.1%, 6월 5.6%로 점점 내려가고 있다.
노동 시장 수요가 감소하고, 임금 상승세가 둔화함에 따라 연준이 경기 침체를 막으려고 내년에 서둘러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스튜어트 폴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노동 시장과 경제 활동이 둔화함에 따라 디스인플레이션이 단기간에 계속될 것이고, 연준은 내년 1분기 말부터 금리를 다시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비농업 분야 신규 일자리 창출 건수는 8일 발표된다. 뉴욕타임스는 “경제 전문가들은 신규 일자리가 11월에 18만 개가량 늘어났고, 실업률이 4%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다우존스는 11월 비농업 분야 신규 일자리가 17만2500개가량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20만 개가량 증가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우존스와 블룸버그는 지난달 실업률도 10월과 같은 3.9%에 머물렀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10월 실업률은 3.9%로 전월(3.8%) 대비 0.1%포인트 상승해 2022년 1월(4.0%) 이후 1년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