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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글로벌 재계, 中 ‘반간첩법’ 리스크에 좌불안석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무역담당 집행위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무역담당 집행위원. 사진=로이터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 중국이 최근 시행에 들어간 개정 반간첩법 때문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개정 반간첩법의 시행으로 촉발된 중국발 리스크 때문에 중국에서 활동하는 자국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개정 반간첩법은 지난 4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통과돼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법으로 간첩 행위의 범주를 종전보다 대폭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간첩 행위에 해당하는 죄를 고무줄식으로 적용하는 것이 가능해져 중국에서 활동하거나 중국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들도 얼마든지 엮일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국의 개정 반간첩법이 우려 낳는 이유

글로벌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개정 반간첩법의 조항은 간첩 행위에 해당하는 것을 ‘국가 기밀·정보를 빼돌리는 행위’에서 ‘국가 기밀·정보와 국가 안보·이익에 관한 정보를 빼돌리는 행위’로 크게 넓힌 대목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개정 반간첩법에 국가 안보와 이익을 저해하는 행위가 무엇인지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국가 안보와 이익’이라는 개념 자체가 워낙 추상적이어서 중국 당국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중국이 미국과 패권 대결을 첨예하게 벌이고 있는 현실에서 중국 입장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기업에 대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이 조항을 적용해 외국 기업을 처벌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지적이다.

EU 무역담당 집행위원 “중국 진출 기업들 위축 우려”


서방의 이 같은 우려는 구체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29일(이하 현지 시간) 유로뉴스에 따르면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겸 무역담당 집행위원이 중국을 최근 방문한 자리에서 개정 반간첩법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을 정도다.

돔브로우스키스 집행위원은 지난 9월 25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 있는 중국 최고의 종합대학인 칭화대 연설에서 “최근 시행에 들어간 개정 반간첩법의 규정이 지나치게 모호한 관계로 중국 시장에 대한 유로존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개정 반간첩법은 자의적인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로존 기업들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데 상당한 위축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과 거리를 두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돔브로우스키스 집행위원은 “이 문제가 EU와 중국의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여 재계뿐만 아니라 더 넓은 차원에서도 여파가 심각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유로뉴스는 “국가 안보와 이익에 위배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개정 반간첩법의 조항은 자의적인 적용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구체적으로 적발됐을 경우 최대 10년까지 중국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없도록 처벌하는 내용이란 점에서 중국에서 활동 중인 많은 기업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美 국가정보국 “美 기업들, 중국발 리스크에 대비해야”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방첩안보센터(NCSC)는 최근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중국의 개정 반간첩법 시행으로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중국발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NCSC는 “이 문제는 정부나 민간 차원에서 따로 대응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민관이 협력해 중국의 반간첩법 시행에 따른 리스크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포브스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개정 반간첩법이 중국에서 사업을 벌이는 기업들의 통상적인 행동까지 적용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특히 정부 관련 프로젝트나 관급 공사를 비롯해 미국 정부와 관련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이 집중적인 감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보복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 개정 반간첩법을 근거로 미국 기업들을 처벌하는 방식으로 미국 정부를 압박하는 상황이 향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조치의 일환일 뿐이라며 서방의 이 같은 관측을 일축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어느 나라든 자국의 국익과 안보를 지키기 위해 간첩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며 “서방 국가들이 개정 반간첩법에 대한 거짓 정보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최근 보도를 통해 비난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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