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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마무리 단계 진입?...日은행 마이너스 금리 해제 검토

노훈주 기자

기사입력 : 2023-11-18 17:36

33년만의 최저치에 근접하고 있는 엔저 현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엔화 지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33년만의 최저치에 근접하고 있는 엔저 현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엔화 지폐. 사진=로이터
1달러당 150엔 전후로 지속되고 있는 엔화 약세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일본 경제매체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은행이 빠르면 내년 초부터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검토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운용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어 엔화 가치가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초부터 엔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1달러당 150엔을 넘어서는 등 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 유지로 인한 미일 금리차 확대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의 수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엔화 약세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엔·달러 환율은 1달러당 130엔을 넘어서는 등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미일 장기채 금리차 확대,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 등의 영향으로 33년 만의 최저치에 근접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엔·달러 환율은 대체로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에 연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토 이즈루 도단 리서치 대표는 "일본은행 내부에서는 소비자물가 전년 대비 상승률 2%라는 물가 목표 달성을 의식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며 "우에다 가즈오 총재도 물가 목표 달성 가능성에 대해 이전보다 '높아지고 있다'는 견해를 밝힌 만큼,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외환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 엔화 매도·달러 매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러나 QUICK과 닛케이 베리타스가 실시한 11월 외환 월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해제 시기는 2024년 4월이 32%로 가장 많았고, 1월이라는 응답도 20%에 달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은행이 통화완화 정책 전환을 단행한다면, 그동안 엔화 매도와 달러 매수가 주를 이뤘던 외환시장에서 엔화 매수와 달러 매도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두 가지 꼬임' 해소로 엔화 약세 진정될까


일본은행의 정책 전환의 관건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발생한 '두 가지 꼬임'이 해소될 수 있느냐 여부다. 임금 상승분에서 물가 상승분을 뺀 실질임금은 올해 9월까지 1년 반 동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또 다른 변수는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 '슈퍼 엔저'의 해소다. 한때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되었던 엔화 약세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소비 확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곡물 등 원자재 수입 가격의 급등으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원자재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재료비와 제조 및 운송 비용을 수출 가격에 충분히 전가하지 못해 제품 가공 비용이 급등했다. 일본은행의 기업물가지수에 따르면, 2021년 봄부터 2023년 봄까지 수입 물가 상승률이 수출 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는 현상이 지속되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현상이 다소 완화되었으나, 중동 정세의 불안정과 북반구 겨울철 수요 증가로 인해 원유 등 자원 가격이 다시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우려 요인이 해소되면 일본은행은 정책 변경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일본은행이 정책을 변경하더라도, 일본 측 요인만으로는 미일 금리차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그동안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해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움직임이다.

연준은 11월 1일 열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두 차례 연속 정책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금리인상 종결' 관측이 확산됐다. 12월 차기 회의에서 추가 금리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은 있지만, 금리인상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의견이다.

엔화 환율의 향방은 연준의 금리 인하 여부에 달려 있다. 미국 금융시장 전문가 고시미즈 나오카즈 노무라증권 선임 금리전략가는 "고용 상황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하는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에 주목해야 한다. 연준은 물가 안정과 함께 고용 안정을 통화정책의 목표로 삼고 있다. 고시미즈 나오카즈 금리전략가는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전월 대비 15만 명 미만으로 지속될 경우 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후카야 코지 시장 리스크 어드바이저리는 미일 양국의 통화정책 운용에 변화의 조짐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내년 상반기는 140~150엔대, 하반기는 130~140엔대로 완만하게 엔화 강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시나리오의 변수는 미국 경제의 침체다. 연준의 대폭적인 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제가 개인 소비를 중심으로 예상보다 더 침체 될 수 있다. 뉴욕 연은에 따르면 7~9월 신용카드 결제 연체율이 약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미국 경제의 불안 요인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후카야 코지는 "경기 침체가 심해질 경우 엔화 강세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엔화 약세는 미일 금리차 뿐만이 아니라 무역 투자에 따른 국내외 자금 교류의 영향도 있어 큰 폭의 엔화 강세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에는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일본의 무역적자가 18조 엔에 달했다. 이는 수급 측면에서 엔저-달러 강세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춤하고 무역적자가 상반기 기준 1조 4천억 엔으로 줄어들면서 엔화 약세 압력이 완화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일본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의 대부분은 성장시장인 해외 투자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엔저를 충분히 억제하는 요인이 되지 못했다. 게다가 미국 기업이 일본 시장에서 인터넷 광고, 클라우드 서비스, 경영 컨설팅 등 서비스 분야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엔화 자금의 역외 유출이 확대되었다. 이는 1달러당 150엔 전후의 엔화 약세를 다시금 실현하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수급 측면의 엔저 요인은 내년 이후 미일 금리차가 축소되는 상황으로 전환되더라도 엔고 반전을 제약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미일 금리차 확대와 맞물려 찾아온 역사적인 엔저 국면이지만, 향후 엔저가 수렴되는 상황에서 엔고로 단숨에 치닫는 전개는 기대하기 힘들다"며 "과거와 같은 1달러당 100엔을 넘는 큰 폭의 엔고 국면은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