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 은행 파산을 계기로 글로벌 금융 혼란 사태가 발생한 것도 향후 조기 금리 동결 또는 인하를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준은 금융 혼란 사태가 없었다면 이번에 금리 인상 폭을 0.5% 포인트로 높였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금융 혼란 사태가 경제 활동 둔화를 유도하려는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지역 은행과 중소 규모 은행들이 스스로 대출을 억제함에 따라 개인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에 제약이 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와 투자 감소는 경기 위축 요인이다.
파월 의장은 “이것(금융 혼란 사태)이 아마도 금리 인상 효과를 내거나 아니면 그것 이상이었을수도 있다”면서 “물론, 현재로서 이를 정확하게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견고하고, 추가로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이 FOMC 위원들의 금리 예상치인 점도표를 통해 올해 최종 금리 예상치를 지난해 12월과 같은 5~5.25%로 유지한 것도 연준이 앞으로 추가 금리 인상을 선뜻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연준은 다만 이번에 2024년 금리 예상치를 지난해 12월 당시의 4.1%에서 4.3%로 약간 올렸다. 2025년 금리 전망치는 3.1%로 나타났다. 점도표상의 개별 FOMC 위원의 전망을 보면 현 18명의 위원 중 10명이 올해 말 금리를 5.00~5.25%로 내다봤다.
연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 금리를 0~0.25%로 묶어놓았다가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지난해 3월부터 금리를 4.75% 포인트 올려 4.75~5%로 금리를 올렸다. 기준 금리가 급등하면서 시장 금리도 뛰었다. 높은 금리로 인해 대출 부담을 느낀 스타트업들이 예금을 빼내 SVB, 시그니처 은행이 뱅크런 사태로 무너졌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의 은행 시스템이 건전하고 탄력적”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은 이어 “최근 상황은 가계와 기업에 대한 신용 조건이 더 엄격해지고 경제 활동, 고용, 인플레이션에 더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금융 불안 사태 파장을 경고했다.
연준은 경제전망요약(SEP) 자료에서 올해 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3%로 제시했다. 이는 직전인 지난해 12월 전망(3.1%)보다 다소 올라간 것이다. 연준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0.4%로 직전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도 작년 12월 4.6%에서 이번에는 4.5%로 약간 내려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