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0 하이브리드 시험차 투입 저지로 제네시스 생산 중단
노조는 인력 축소 우려, 회사는 신차 생산 준비 과정서 대립
생산 재개했지만 작업 인원·노동량 협상은 미해결
노조는 인력 축소 우려, 회사는 신차 생산 준비 과정서 대립
생산 재개했지만 작업 인원·노동량 협상은 미해결
이미지 확대보기이번에는 신차 생산에 필요한 인력과 작업량을 놓고 노사가 충돌했다.
울산 5공장 1라인은 근무시간 기준 24시간 넘게 가동을 중단했고, 생산 현장 직원 800여 명에게 임금 미지급 방침까지 통보됐다.
생산은 지난 3일 오후 재개됐지만 갈등을 촉발한 인력 배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올해 임금협상이 끝났는데도 생산 현장에서 노사 충돌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차 시험차량 투입이 생산 중단으로
갈등은 지난 2일 오전 9시 현대차가 울산 5공장 제네시스 생산라인에 G80 하이브리드 시험차량을 투입하려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노조 현장 대의원들이 차량 투입을 막아섰고, 회사 관리자들과 마찰이 빚어지면서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됐다.
회사는 작업 재개를 요구했지만 대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온라인에 확산된 영상에는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서로 소리를 지르고 밀치며 대치하는 장면이 담겼다.
해당 영상의 정확한 촬영 시점과 장소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미지 확대보기충돌의 배경에는 G80 하이브리드와 G90 부분변경 모델 생산을 앞두고 진행해야 할 '맨아워(MH)' 협상이 있었다.
맨아워는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인력과 작업시간을 계산한 노동 투입량이다.
신차가 들어오면 조립 부품과 작업 공정이 바뀌기 때문에 필요한 인원과 작업량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존 차량을 만들 때 여러 작업자가 맡았던 공정이 신차에서는 단순해지면 회사는 인력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
반대로 공정이 복잡해지면 작업자 한 사람의 부담이 커질 수 있어 노조는 적정 인력 확보를 요구하게 된다.
이미지 확대보기이번에도 노조 대의원들은 신차 투입으로 기존 생산라인의 작업 인원이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했다.
회사는 신차 양산을 위한 맨아워 협의를 추진했지만 현장 대의원들의 반대로 협상이 진척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인력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험차량 투입이 추진됐고, 결국 생산 중단으로 이어진 것이다.
파업 끝났는데 왜 다시 노사 갈등인가
이미지 확대보기현대차 노사는 지난 9월 1일 올해 임금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당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61.55%가 합의안에 찬성했다.
기본급 10만 원 인상과 성과금 400%에 1천270만 원 지급, 2028년까지 기술직 500명 신규 채용 등이 확정됐다.
타결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노조는 10년 만에 8시간 전면파업을 벌이는 등 총 60시간 파업했고, 오전·오후 근무조의 작업 중단으로 실제 생산라인은 120시간 멈췄다.
자동차 업계가 추산한 당시 생산 차질은 5만5천200대에 달했다.
노사는 9월 2일 임금교섭 조인식을 열고 생산 정상화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그런데 불과 두 달 만에 울산 5공장에서 다시 갈등이 발생했다.
이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합의한 사항과 개별 생산라인의 인력 배치 협의가 서로 다른 절차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올해 임금협상에서는 기본급과 성과금, 신규 채용 등 회사 전체에 적용되는 근로조건을 다뤘다.
이번에 문제가 된 맨아워는 특정 생산라인에서 새로운 차량을 만들 때 필요한 작업 인원과 노동량을 정하는 사안이다.
현대차 단체협약에는 신차 양산 90일 전에 노사가 관련 협의를 하도록 규정돼 있다.
새로운 차종이 투입될 때마다 생산 공정과 작업 조건이 달라지는 만큼 현장에서 별도 협의가 필요한 구조다.
회사 입장에서는 생산 공정 변화에 맞춰 인력을 조정해야 하고, 노조는 그 과정에서 일자리와 작업 조건이 불리해지는 상황을 경계한다.
전체 노사가 임금에 합의하더라도 개별 공장의 생산 인력 문제까지 자동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다.
이미지 확대보기생산 중단에 800여 명 임금 문제까지
이번 충돌은 현장 대의원들의 차량 투입 저지에 회사가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더욱 확대됐다.
현대차는 2일 오전 10시 5분 제네시스 의장부 전체 직원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공지했다.
해당 부서 조합원은 800여 명으로 알려졌다.
무노동 무임금은 실제 일하지 않은 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원칙이다.
회사는 현장 대의원들의 생산라인 정지를 무단 작업 중단으로 판단하고 임금 미지급 방침을 통보했다.
이 조치로 인력 협상에서 시작된 갈등이 현장 조합원들의 임금 문제로까지 번졌다.
생산 중단이 길어질수록 신차 생산 일정과 근로자 임금에 미치는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었다.
노조 대의원들은 2일 저녁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생산라인은 이튿날까지 멈춰 섰다.
공장은 다시 돌지만 인력 문제는 남아
이틀간 이어진 생산 차질은 3일 오후 4시 39분 울산 5공장 1라인이 재가동되면서 일단 마무리됐다.
회사는 문제가 된 G80 하이브리드 시험차량 투입을 보류하고, 노조는 맨아워 협의에 참여하기로 했다.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면서 기존 제네시스 생산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생산라인을 다시 가동하기 위한 조치에 그쳤다.
G80 하이브리드와 G90 부분변경 모델 생산에 필요한 인력 규모와 작업량은 앞으로 협상을 통해 정해야 한다.
노사가 실제 작업시간과 공정별 인력 배치, 작업 부담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협상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인력 조정에 대한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신차 시험생산과 양산 준비 과정에서 다시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
올해 현대차 노사는 장기간 파업 끝에 임금협상을 타결했지만, 신차 생산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력 배치 갈등은 별도로 남아 있었다.
이번 5공장 사태도 그 과정에서 발생했다.
결국 생산라인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신차를 누가 얼마나 맡아 생산할 것인지를 둘러싼 노사 협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