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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대기획② 사라진 물고기들은 어디로 갔나

명태는 러시아로, 오징어는 홋카이도로…북상하는 동북아 어장 지도
국립수산과학원·일본 수산청·PICES·NPFC 데이터 분석

경북 울릉도 인근 해역에서 오징어 채낚기 어선이 집어등을 밝히고 있다. 명태가 떠난 자리를 채웠던 오징어마저 최근 동북아 해역에서 감소세를 보이면서 동해를 대표하던 조업 풍경도 변화를 맞고 있다. 사진=울릉수협이미지 확대보기
경북 울릉도 인근 해역에서 오징어 채낚기 어선이 집어등을 밝히고 있다. 명태가 떠난 자리를 채웠던 오징어마저 최근 동북아 해역에서 감소세를 보이면서 동해를 대표하던 조업 풍경도 변화를 맞고 있다. 사진=울릉수협

명태가 떠난 자리를 오징어가 메웠던 시절도 있었다.

동해안 밤바다를 밝히던 채낚기 어선의 불빛은 한때 한국 수산업의 상징이었다. 주문진과 구룡포, 묵호와 후포에는 오징어를 실은 어선들이 줄지어 입항했고 위판장은 밤늦도록 불을 밝혔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인이 먹는 명태 대부분은 러시아 오호츠크해와 베링해에서 잡힌다. 오징어 어장은 일본 북부와 홋카이도, 러시아 사할린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때 가을 식탁을 책임졌던 꽁치 역시 예전만큼 보기 어렵다.

한국 바다에서 사라진 물고기들은 어디로 갔을까.

4일 국립수산과학원과 일본 수산청, 일본 수산연구교육기구(FRA), 북태평양해양과학기구(PICES), 북태평양수산위원회(NPFC)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냉수성 어종의 분포 중심은 수십 년 동안 꾸준히 북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해역에서 감소한 어종 상당수는 더 차갑고 안정적인 환경을 찾아 러시아 극동 해역과 북태평양 북부로 이동하고 있었다.

명태는 러시아 바다로 갔다


1981년 국내 명태 어획량은 약 16만7000톤에 달했다.

당시 강원도 주문진과 속초, 거진항은 겨울철 명태 조업으로 활기를 띠었다. 명태는 동해를 대표하는 어종이었고 황태와 북어 산업은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중요한 축이었다.

현재 한국 연근해에서 명태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명태가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재 세계 최대 명태 어장은 러시아 오호츠크해와 베링해, 미국 알래스카 해역에 형성돼 있다.
국제 연구기관들은 북서태평양 중위도 해역의 수온 상승이 냉수성 어종 분포를 북쪽으로 이동시킨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한다.

러시아 극동해역에서 명태가 어획되고 있다. 현재 세계 최대 명태 어장은 오호츠크해와 베링해, 알래스카 해역에 형성돼 있으며 한국에서 사라진 명태 자원도 이들 북태평양 해역에 집중돼 있다. 사진=타스(TASS)·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 극동해역에서 명태가 어획되고 있다. 현재 세계 최대 명태 어장은 오호츠크해와 베링해, 알래스카 해역에 형성돼 있으며 한국에서 사라진 명태 자원도 이들 북태평양 해역에 집중돼 있다. 사진=타스(TASS)·연합뉴스


동해 남부 연안에서 형성되던 명태 산란장은 기능을 잃어갔다. 반면 북태평양 고위도 해역은 여전히 명태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바다에서 사라진 명태는 러시아와 알래스카 인근 바다에서 살아남은 셈이다.

국내에서는 명태 복원 사업도 추진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14년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 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이후 약 10년 동안 동해안에 어린 명태 치어 190만 마리 안팎을 방류했다. 일부 개체가 성장한 뒤 재포획되거나 고성 앞바다에서 명태 무리가 발견되는 등 긍정적인 신호도 확인됐다.

하지만 자연 개체군 회복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동해 수온 상승과 서식환경 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어린 명태를 방류하더라도 명태가 정착해 살아갈 수 있는 바다 환경이 과거와 달라진 만큼 자원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공양식으로 생산된 어린 명태 치어가 동해안 해역에 방류되고 있다. 정부와 연구기관은 세계 최초 명태 완전양식 기술을 바탕으로 약 10년간 동해안에 190만 마리 안팎의 치어를 방류하며 자원 복원 사업을 추진해 왔다. 사진=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양식으로 생산된 어린 명태 치어가 동해안 해역에 방류되고 있다. 정부와 연구기관은 세계 최초 명태 완전양식 기술을 바탕으로 약 10년간 동해안에 190만 마리 안팎의 치어를 방류하며 자원 복원 사업을 추진해 왔다. 사진=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


오징어는 홋카이도로 향했다


오징어 감소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한때 동해안 밤바다는 오징어 채낚기 어선의 불빛으로 가득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이어지는 조업철이면 주문진과 묵호, 구룡포와 후포에는 오징어를 실은 어선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최근 풍경은 크게 달라졌다. 동해안 주요 위판장의 오징어 물량은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성어기에도 출어를 포기하거나 조업 일수를 줄이는 어선들이 나타나고 있다.

오징어 어획량 감소로 울릉수협 위판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해안 오징어 어장이 북상하면서 성어기에도 위판 물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박치현이미지 확대보기
오징어 어획량 감소로 울릉수협 위판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해안 오징어 어장이 북상하면서 성어기에도 위판 물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박치현


오징어 감소를 둘러싸고 한때는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과 남획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동해와 동중국해에서는 오랫동안 높은 어획 압력이 지속됐고 자원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들은 어획 압력만으로 현재의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일본 수산청과 일본 수산연구교육기구(FRA)에 따르면 일본의 대표적인 살오징어 자원도 2010년대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홋카이도와 혼슈 북부 해역에서도 과거와 같은 어획량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연구기관들 역시 동중국해와 동해 북부 해역에서 비슷한 변화를 보고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의 자료를 종합하면 공통된 흐름이 나타난다. 과거 동해 중남부와 대한해협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주요 어장이 점차 북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일본 북부와 홋카이도, 러시아 연해주와 사할린 해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오징어 감소는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다. 동북아 바다 전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생태계 변화의 한 장면이다.

꽁치는 북태평양으로 이동했다


가을 식탁을 대표하던 꽁치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최근 수년 동안 꽁치 어획량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 북태평양수산위원회(NPFC)가 집계한 자료에서는 북태평양 꽁치 자원 감소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과거 꽁치는 일본 동쪽 태평양과 동해 일부 해역까지 폭넓게 분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포 범위가 점차 북동쪽 방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어린 개체가 성장하는 해역과 성체 회유 경로 변화가 두드러진다. 해양생태학자들은 수온 상승과 플랑크톤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먹이가 되는 동물플랑크톤 분포가 이동하면 꽁치도 이동한다. 꽁치는 바다의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보여주는 어종 가운데 하나다.

한때 한국과 일본 연안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꽁치는 이제 북태평양 북부 해역으로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북태평양 해역에서 어선이 꽁치를 어획하고 있다. 한때 한국과 일본 연안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꽁치는 최근 분포 중심이 북태평양 고위도 해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사진=타스(TASS)이미지 확대보기
북태평양 해역에서 어선이 꽁치를 어획하고 있다. 한때 한국과 일본 연안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꽁치는 최근 분포 중심이 북태평양 고위도 해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사진=타스(TASS)


동북아 바다는 하나의 생태계다


명태는 러시아로 향했고 오징어는 홋카이도와 사할린으로 이동했다. 꽁치는 북태평양 북부에서 더 자주 발견되고 있다.

각각 다른 어종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흐름은 같다. 한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는 서로 다른 국가다. 그러나 바다는 국경을 구분하지 않는다.

국립수산과학원과 NOAA, 일본 수산연구교육기구(FRA), 북태평양해양과학기구(PICES) 연구진이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반도 해역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동해와 동중국해, 오호츠크해, 북태평양을 연결하는 거대한 해양생태계 전체가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어종 이동이 국가 경계를 넘어 진행되면서 국제 공동연구와 데이터 공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국가별 어획량 변화로 해석되던 현상이 이제는 동북아 해양생태계 전체의 변화로 읽히고 있다.

물고기들은 왜 북쪽으로 향했나


명태와 오징어, 꽁치의 이동 경로는 서로 달랐다.

그러나 이동 방향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 모두 더 차갑고 안정적인 환경을 향하고 있었다.

물고기는 국경을 인식하지 않는다. 정치적 경계도 알지 못한다. 적합한 수온과 먹이가 있는 곳을 따라 이동할 뿐이다. 국립수산과학원과 국제 연구기관들은 최근 수십 년 동안 북서태평양 해역의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수온 경계선이 이동하면 물고기들도 함께 이동한다.

과거 동해에서 살아가던 냉수성 어종은 점차 북쪽으로 물러나고 있다. 반대로 방어와 삼치, 참다랑어 같은 난류성 어종은 한반도 해역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다.

지금 한반도 바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단순한 어획량 증감이 아니다. 바다의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물고기들을 움직인 힘은 무엇일까.

다음 회에서는 NOAA 위성자료와 국립수산과학원 관측자료를 토대로 한반도 해역을 덮친 해양열파와 고수온 현상을 추적한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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