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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회 한국무용제전, 동시대 한국창작춤의 다층적 지형도 전시

[나의 신작연대기(79)] '몸의 궤적', 전통의 재해석 넘어 신체와 시간, 존재의 본질 탐구
4.17(금) 강지혜 '소멸의 시간' ©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4.17(금) 강지혜 '소멸의 시간' ©한필름
사단법인 한국춤협회(이사장 윤수미 동덕여대 무용과 교수) 주최·주관의 2026년 서울문화재단 서울예술축제지원사업 선정작인 제40회 한국무용제전(Korea Dance Festival)은 경연의 장을 넘어, 한국창작춤이 지난 40년 축적의 미학적 궤적과 그 현재적 좌표, 미래적 가능성을 집약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몸의 궤적’(The Path)이라고 명명한 이번 제전은 지난달 3일(금)부터 19일(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과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에서 진행되었으며, ‘전통의 재해석’이라는 익숙한 명제를 넘어, 신체와 시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심층적인 미학적 질문들로 확장됐다.
대극장 부문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인 강지혜의 '소멸의 시간'은 ‘시간’이라는 비가시적 개념을 신체의 물질성과 결합해 설득력 있게 형상화한 수작이다. 무용수의 움직임은 생성과 소멸이 교차하는 존재론적 순간의 기록처럼 읽힌다. 반복과 변주의 구조 속에서 축적되는 긴장감은 시간의 선형적 흐름이 아닌, 파편화된 감각적 층위로서의 시간을 체험하게 만든다. 한국창작춤이 지닌 정서적 깊이를 현대적 미니멀리즘과 유연하게 결합하고 있다. 관객 특별상까지 받았다는 점은 이 작품이 평단의 언어에 머무르지 않고, 감각적 공감의 층위에서도 유효하게 작동했음을 방증한다.

조인호의 '숨의 항로'(우수작품상)는 ‘호흡’이라는 근원적 생명 현상을 안무 중심에 두고, 신체 내부 리듬을 외부 공간으로 확장한다. 움직임은 불가시 기류를 따라 흐르는 듯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집단 호흡이 만들어내는 에너지의 파동을 가시화한다. 한국 춤의 전통적 호흡관인 기(氣)의 순환을 현대적인 무대 언어로 옮긴 것이다. 조인호는 과잉된 서사나 장식적 표현을 배제한 채, 신체 그 자체의 감각에 집중하여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Best Dance 춤연기상’은 조한진(Dance company 좋은 생각들, '어제, 오늘, 내일')과 장민혜(판댄스컴퍼니, '파편')가 공동 수상했다.

4.12(일) 조인호 '숨의 항로' ©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4.12(일) 조인호 '숨의 항로' ©한필름
4.10(금) 조한진 '어제, 오늘, 내일' ©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4.10(금) 조한진 '어제, 오늘, 내일' ©한필름
4.12(일) 장민혜 '파편' ©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4.12(일) 장민혜 '파편' ©한필름
김규년 '노마드' ©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김규년 '노마드' ©한필름
박혜리 '타인의 노래' ©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박혜리 '타인의 노래' ©한필름
김주희 ‘0°C의 안식’ ©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김주희 ‘0°C의 안식’ ©한필름
정하연 '배부른 갈증' ©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정하연 '배부른 갈증' ©한필름
4.15(수) 유선후 '찬란한(radiant)' ©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4.15(수) 유선후 '찬란한(radiant)' ©한필름

소극장 부문에서는 신진 안무가들의 실험성과 도전 정신이 두드러졌다. ‘최우수안무상’은 치밀한 구성력을 보인 김규년의 '노마드'가 차지했다. ‘이동’과 ‘경계’라는 동시대적 키워드를 신체의 불안정성과 연결하며, 고정된 정체성을 거부하는 현대인의 존재 방식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이 작품에서 무용수의 신체는 끊임없이 중심을 잃고 재구성되며, 공간과의 관계 속에서 유동적으로 변형된다. 이는 전통적 신체 인식에서 벗어나, 탈중심적이고 탈영토적인 감각을 탐색하는 시도였다. 신체의 유동성은 익숙한 지각의 틀을 흔들며, 춤을 통해 존재의 경계 자체를 재사유하게 만든다.

‘우수안무상’은 박혜리의 '타인의 노래'와 김주희의 '0℃의 안식'이 공동 수상했으며, 각각 ‘타자성’과 ‘정지된 감각’을 주제로 신체와 감정의 미묘한 층위를 탐구했다. '0℃의 안식'은 극도로 절제된 움직임 속에서 감각의 미세한 진동을 포착하며, ‘정지’마저도 역동적인 상태로 재해석한다.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작인 정하연의 '배부른 갈증'은 역설적 제목처럼, 충만함과 결핍이 공존하는 인간의 욕망 구조를 신체적 긴장으로 풀어내며 안무가의 잠재력을 드러냈다. 이들 작품은 서로 다른 미학적 접근을 통해 동시대 한국창작춤이 지닌 감각의 확장 가능성을 다층적으로 제시했다.

제40회 한국무용제전은 이제 역사적 제도이자 담론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지속 가능성은 단순한 전통의 계승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갱신에 달려 있다. 젊은 안무가들의 감각적 실험과 기성 안무가들의 심화된 미학은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이번 제전이 지닌 가장 큰 의미는 한국창작춤이 더 이상 ‘전통과 현대’라는 이분법적 틀 안에 머무르지 않고, 전통을 동시대적 감각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춤의 정체성이 더 이상 과거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신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것임을 의미한다.

한국창작춤의 미래는 ‘무엇을 계승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새롭게 느낄 것인가’라는 질문에 달려 있다. 제40회 한국무용제전은 바로 그 질문을 무대 위에 던졌고, 그에 대한 다양한 응답들이 교차하며 한국 춤의 다음 지형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하나의 완결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읽힌다. 한국창작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눈에 조망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무용 축제, ‘제40회 한국무용제전’이 12일간의 열띤 경연을 마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는 곧 한국창작춤이 동시대적 감각 속에서 끊임없이 재정의되며 살아있는 예술로 진화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4.10(금) 박지수 '불휘(THE ROOT)' ©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4.10(금) 박지수 '불휘(THE ROOT)' ©한필름
4.15(수) 김성 '구부러진 사람들' ©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4.15(수) 김성 '구부러진 사람들' ©한필름
4.17(금) 고경혜 '눈물 그릇(On the trail of traces) ©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4.17(금) 고경혜 '눈물 그릇(On the trail of traces) ©한필름
40주년 기념 프로젝트팀 '춤, 그 신명'  ⓒ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40주년 기념 프로젝트팀 '춤, 그 신명' ⓒ한필름
윤덕경 '밤의 소리'  ⓒ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윤덕경 '밤의 소리' ⓒ한필름
전수현 '공명과 신비'  ⓒ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전수현 '공명과 신비' ⓒ한필름
강미리할무용단 '염(念)' ©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강미리할무용단 '염(念)' ©한필름
Dance us project 김현선 '이방인들' ©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Dance us project 김현선 '이방인들' ©한필름
윤수미(한국춤협회 이사장)이미지 확대보기
윤수미(한국춤협회 이사장)
1985년 시작된 한국춤협회의 제40회 한국무용제전은 한국전통춤을 바탕으로 독창적 현대성을 지닌 작품들을 지지하고 기량이 월등한 작품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한국춤의 정체성을 뚜렷이 보여주었다. 개막 초청작은 40주년 기념 프로젝트팀의 '춤, 그 신명', 윤덕경의 '밤의 소리', 전수현의 '공명과 신비'는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고, 폐막작 강미리할무용단의 '염(念)', Dance us project의 '이방인들'은 축제의 열기를 위무했다. 이처럼 개막과 폐막을 아우르는 작품들은 축제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 서사로 엮어내며 한국창작춤의 미학적 스펙트럼을 더욱 풍성하게 확장했다.

이번 무용제전은 지난달 8일(수) 오후 7시 30분 개막 초청작을 공연한 이래 경연으로 대극장 본공연(10일~17일), 소극장 본공연(14일~18일)으로 나뉘어 공연을 가졌다. 폐막작 초청공연(19일) 직후 시상식이 거행되었다. 해마다 기량이 향상된 작품들이 출품되어 한국창작춤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었다. 이번 제전은 공연 형식의 다변화와 안무적 언어 확장을 통해 동시대 한국춤이 지닌 표현 가능성을 한층 심화시켰다. 더불어 각기 다른 미학적 지향을 지닌 작품들이 공존하며 한국창작춤의 다층적 지형을 입체적으로 들어냈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대극장부문 최우수작품상: 강지혜댄스컴퍼니 강지혜 '소멸의 시간' △대극장부문 우수작품상: 임학선댄스위 조인호 '숨의 항로' △관객특별상: 강지혜댄스컴퍼니 강지혜 '소멸의 시간'(일반관객평가단 평점 최고 작품) △대극장부문 Best Dance 춤연기상: 조한진(Dance company 좋은 생각들, '어제, 오늘, 내일'), 장민혜 (판댄스컴퍼니, '파편') △소극장부문 최우수안무상: 김규년 '노마드' △소극장부문 우수안무상 : 박혜리 '타인의 노래', 김주희 '0℃의 안식' △소극장부문 심사위원특별상: 정하연 '배부른 갈증'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한필름(Han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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