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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빚이 200조라면서요?”...숫자는 키웠지만, 체질은 못 바꾼 한전의 부채 경영

4년새 부채 70조↑·억대 연봉자 68%↑...자산매각·보수개편 없는 재무개선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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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세종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한전 부채가 200조 원인데 송배전망에 100조 원 이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간 자본을 모아 전력망을 건설한 뒤, 완공 후 한전이 이를 빌려 쓰고 대여료를 지불하는 '민간펀드' 도입을 제안했다.

200조 원이 넘는 누적 부채로 부담이 큰 한전의 현 상황을 고려한 대책으로 한전에게는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 인식이다. 문제는 이 규모의 부채가 외부 충격만으로 쌓인 결과가 아니라, 한전의 방만경영·도덕적 해이·무전략이 겹친 구조적 산물이라는 점이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전의 연결 기준 총부채는 2020년 약 132조5000억 원에서 2024년 205조4000억 원으로 4년 새 72조90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별도 기준 부채도 60조 원 수준에서 120조 원대로 두 배가 됐다.

한전의 부채비율(별도 기준)은 2021년 145.7%에서 2022년 493.9%, 2023년 644.2%, 2024년 619.3%까지 급등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총부채는 205조1810억 원으로 하루 이자비용만 약 12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2021~2023년 역마진 구간에서 발생한 누적 영업손실(연결기준)은 40조 원에 이른다. 흑자 전환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발생한 이자 부담이 재무구조를 압박하고 있다.

재무 악화와 대조적으로 보수 구조는 상향 조정됐다. 2024년 한전 전체 직원 중 연봉 1억 원 이상 비율은 22.1%로, 2020년 12.7%에서 4년 만에 9.4%포인트 늘었다. 인원 수로는 2972명에서 4982명으로 67.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직원 수는 2만3396명에서 2만2561명으로 줄고, 신규 채용은 1550명에서 601명으로 감소했다. 부채는 늘고 직원 수는 줄었지만, 억대 연봉자는 크게 증가한 구조다.

한전은 적자 기간에도 "경영평가 성과급은 흑자 여부와 무관하다"는 논리로 보너스를 지급해 논란을 빚었다.

유동성 지표도 악화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별도 기준 유동비율은 2021년 38.7%에서 2024년 25.2%로 하락했고, 순차입금비율은 같은 기간 82.6%에서 449.7%로 상승했다.

도료=강득구 의원실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도료=강득구 의원실 제공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민간펀드' 방식을 제안했다. 한전이 대차대조표 외부로 투자를 분리해 부채비율 악화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럼에도 한전은 자산 매각·사업 정리·보수 체계 개편을 선제 추진하기보다, 요금 인상과 정부 지원, 그리고 이제는 ‘국민펀드’ 논의에 기대고 있다.

수익 보장을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이는 가계와 산업계 부담으로 전가된다. 일각에서는 "재무 구조 개선 없이 위험만 국민에게 이전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에너지 정책 전문가는 "민간펀드는 단기 재무지표 개선 효과는 있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부채 증가 구조를 반복할 수 있다"며 "자산 매각, 비핵심 사업 정리, 보수 체계 재설계 등 구조 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부채 감축 목표와 수단의 정량적 조합 공개 △해외·비핵심 자산과 고위험 사업에 대한 폐지·축소 일정 제시 △억대 연봉·성과급 체계에 대한 재설계와 경영진 책임 연동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공기업 경영 전문가는 "일반 민간기업이라면 이미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될 재무지표"라며 "흑자 전환을 강조하기 전에 205조 부채, 연 4~5조 이자, 억대 연봉자 5000명이라는 현실 앞에서 어떤 구조적 개혁을 단행할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전은 요금 인상과 정부 지원에 이어 이번 민간펀드 논의에도 주목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재원 조달 방식 변경보다 방만 경영 체질 개선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040sys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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