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강남4구·마용성 싸게 증여한 아파트, 국세청 전수 조사한다

박영범의 '절세미인' 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이미지 확대보기
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강남 4구와 '마용성'은 서울 시민이라면 살고 싶어 하는 지역이다. '좋은' 학교와 대형마트 등 정주 여건이 다른 구와 비교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기에 이 7개 구의 아파트 가격은 다른 구보다 꽤 비싸다. 이곳에 살려면 취득세와 증여세 등을 포함해 비싼 돈을 들여 아파트를 구입해야 하고, 보유세도 많이 내야 하는 등 '비용'을 치러야 한다.
다는 아니지만 일부 자산가들은 이런 비용을 치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고가 아파트를 시가보다 싼 가격에 자식에게 증여하는 방식으로 자식들이 강남 4구와 마용성에 번듯한 아파트를 소유하게 하고, 좋은 곳에 있는 고가 아파트를 자산가 부모 찬스를 이용해 세금을 덜 내고 소유하려는 젊은 층의 욕심이 조세 당국의 준엄한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면서 생기는 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 강남의 고층 아파트들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강남의 고층 아파트들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산가들의 증여방식은 다종다양하다. A씨는 모친에게서 서울 강남에 있는 수십억 원의 고가 아파트를 근저당 채무 수억 원을 인수하는 조건(부담부)으로 증여받았다. 그는 근저당 채무를 본인의 근로소득으로 상환하고 있다고 국세청에 소명했다. 연간 수억 원에 이르는 신용카드 사용액 등 생활비, 자녀 유학비, 해외여행 경비 등 호화 생활 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하다. 국세청은 A씨가 채무상환 증빙을 갖추기 위해 본인 소득은 근저당 채무 상환에 사용하고 생활비 등을 모친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자금출처 조사 대상으로 선정됐음은 물론이다.

B씨는 산부인과 의사이며, 배우자도 성형외과 의사다. 고가 부동산을 다수 취득해 보유하다가 그중 1채를 자녀에게 증여하고 증여세 수억 원을 신고했다. 의사 부부가 신고한 소득금액에 비해 고가 부동산 취득과 사치성 소비 등 지출 규모가 커 자금출처 확인이 필요하다고 국세청은 판단했다. 이 부부는 환자들이 신분 노출을 꺼리는 진료 과목에서 발생한 수입을 현금으로 받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채, 그 자금으로 고가 부동산을 구매한 혐의를 받았다. 국세청은 자금출처 조사 대상으로 선정하고 소득세·현금영수증 미발급 가산세 수억 원을 추징할 예정이다.

고가 아파트를 부담부증여 받은 후 자금출처 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대출 상환은 본인 소득으로, 생활비는 부모 찬스를 활용한 사례. 사진=국세청이미지 확대보기
고가 아파트를 부담부증여 받은 후 자금출처 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대출 상환은 본인 소득으로, 생활비는 부모 찬스를 활용한 사례. 사진=국세청

C씨는 부친으로부터 서울 강남구에 있는 고가 아파트를 증여받으면서 감정가격을 낮췄다고 국세청의 조사대상이 됐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 아파트가 60억 원에 거래된 사실을 알고 증여세가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감정평가 법인을 소개받았다. 이 감정평가 법인은 시가보다 낮은 매매가의 65% 수준인 39억 원으로 감정했고 C씨는 이를 근거로 증여세를 신고했다. 이처럼 큰 가격차를 국세청이 눈감고 넘어갈 리가 없었다. 국세청은 직접 감정평가를 의뢰해 60억 원으로 시가를 바로잡고, 저가로 평가한 감정평가 법인을 '시가 불인정 감정기관'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이 밖에 고가 아파트를 증여하면서 소득 없는 자녀의 증여세·취득세 등을 내도록 현금 수십억 원도 함께 증여한 사례도 있다. 아파트와 현금이 합산돼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것을 피하려고 할아버지가 세대 생략 증여한 것처럼 위장해 신고했다가 수억 원의 세금을 내기도 했다.

현재 서울시의 부동산 가격은 대다수 국민이 '영끌'을 해도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을 만큼 올랐다. 청년층은 주택 소유의 꿈을 아예 포기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가 부모 도움으로 손쉽게 고가 아파트를 취득하고도 근저당 채무가 있다며 납세 의무를 회피하는 행위들은 국세청의 조사대상에 선정돼야 하며, 당사자들은 마땅한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게 우리 국민들의 공감대다. 국세청이 이런 사례를 집중 점검하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전수 검증을 계속하는 것은 조세 정의는 물론 사회 위화감 해소, 공정한 사회 정립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박영범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