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 시장의 답변은 익숙하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전임 집행부에 있고, 현 집행부는 시민 이익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를 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결과는 무엇인가. 재공모에 참여하겠다던 6개 업체가 모두 발을 빼버렸다. 시의회와의 갈등 탓으로 돌리지만, 사업을 끌고 갈 동력을 스스로 상실한 건 누구의 책임인가. 전임 시장 탓만 하다 보면, 정작 현 시장의 행정 책임은 어디에도 묻히지 않는다.
인창동 복합커뮤니티센터 논란도 다르지 않다. 주민 1천 명이 연서한 민원을 들며 조기 건립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의회의 예산 삭감 사유였던 ‘위탁개발 취지 위반’ 문제에 대해선 원론적 답만 내놨다. 시민이 원하는 건 “꼭 짓겠다”는 의지 선언이 아니라, 왜 절차와 협의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는지에 대한 솔직한 설명이다.
재난 대응 논란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백 시장은 폭우 당시 신속 대응을 강조하며 “인명피해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이 묻는 것은 ‘피해가 없었냐’가 아니라 ‘시장이 왜 그 자리에 없었냐’다. 보고받고 회의 주재를 했다고 해서 책임이 면해지는 건 아니다. 시장의 자리는 가장 먼저 현장을 지키는 자리다.
간담회 말미, 백 시장은 언론에 “따뜻한 응원과 따끔한 질책”을 부탁했다. 그러나 언론이 할 일은 박수와 격려가 아니라, 시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정을 꼬집고 책임을 묻는 것이다. 축제와 비전은 화려하다. 하지만 ‘시민 최우선’이라는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건, 그 화려함 뒤에서 답하지 못한 현안이 여전히 쌓여 있기 때문이다.
구리시는 올해로 시 승격 40주년을 맞았다. 이제는 전임 탓 돌리기 대신, 현 집행부의 책임과 실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시민들이 바라는 건 화려한 행사 홍보가 아니라, 제대로 된 시정 답변이다. 백 시장이 그 사실을 언제쯤 받아들일지, 이제 진짜 묻고 싶다.
강영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v40387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