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리뷰] 검은 수녀들, 시도는 좋았으나 '아쉬움' 큰 작품

무섭지 않은 오컬트, 감동 없는 드라마
배우 송혜교, 전여빈 주연의 '검은 수녀들'이 1월 24일 개봉했다. 사진=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이미지 확대보기
배우 송혜교, 전여빈 주연의 '검은 수녀들'이 1월 24일 개봉했다. 사진=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 '검은 수녀들'이 24일 개봉했다. 악마를 구마(驅魔)하기 위해 나선 수녀들. 단 한 줄의 설정만으로도 오컬트 마니아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검은 수녀들이 전면에 내세운 것은 서품을 받지 못한 수녀는 '구마 의식'을 치를 수 없다는 금기를 깨트렸다는 점이다. 구마, 엑소시즘을 다루는 장르들에서 숱하게 그려왔듯 의식을 치르고 악마를 쫓아내는 것은 언제나 구마 사제(신부)의 역할이었다. 사실상 금녀(禁女)의 영역이었던 구마 의식을 '수녀'가 주도한다는 것에서 차별성을 둔 작품이다.
거기에 배우 송혜교가 연기하는 유니아 수녀는 심심하면 담배를 피우고, 욕설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순종적이며 충직한, 대중들이 갖고 있는 전형적인 수녀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두 지점만 보더라도 권혁재 감독이 영화를 통해 어떤 것을 말하고 싶었는지가 명확하게 나타난다.

그럼에도 유니아 수녀는 결국 체제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구마를 믿지 않고, 구마 경험도 전무한 바오로 신부(배우 이진욱)가 구마 의식의 책임자를 맡게 된다. 의식을 치르기 전 유니아 수녀와 미카엘라 수녀에게 성물을 건네주고 축복하는 것 또한 바오로 신부의 역할이다.

금기를 깨고, 이미지를 벗어나고, 종교와 토속 신앙의 경계까지 넘나들었지만 결국 윗선의 지시를 따르는 모습에 전반부에서 제시했던 주장들이 힘을 잃는다. 기껏 상식을 뒤집고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내다 버린 모든 것이 퇴색돼 버린 셈이다.
미카엘라 수녀(배우 전여빈)와 유니아 수녀(배우 송혜교)가 구마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네이버영화이미지 확대보기
미카엘라 수녀(배우 전여빈)와 유니아 수녀(배우 송혜교)가 구마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네이버영화

미카엘라 수녀와 함께 힘을 합쳐 구마 의식에 나서는 장면은 좋았다. 수녀 두 명과 박수무당이 힘을 합쳐 사람을 살리기 위해 악과 맞서는 장면은 잠깐이나마 극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다만 이조차 비슷한 장면이 수차례 반복되며 금방 느슨해진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은 악마를 유니아 수녀의 자궁에 가둔다는 점이다. 영화 초반부에 사제들은 퇴마를 위해 제물이 될 돼지를 구마 의식 현장에 데려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은 사제들에서조차 돼지를 사용했다. 악마를 쫓는 의식에서 제물을 데려오지 않은 점은 애초에 유니아 수녀가 죽음을 각오했거나, 감독 본인이 생각한 결말로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 일부러 설정 구멍을 의도했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만약 전자라면 사람을 살리기 위해 그렇게 애를 썼던 유니아 수녀가 구마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져 희생한다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어차피 죽을 목숨, 초개처럼 던져버린들 상관없다는 걸까? 결과적으로 악마는 사람 셋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

또한 굳이 이렇게 묘사했어야 하나 싶은 장면들도 여럿 있다. 구마 의식에 성공한 뒤 악마를 자궁에 가뒀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유니아 수녀의 다리를 타고 흐르는 피를 보여준 장면, 점점 배가 임산부처럼 불러오는 모습은 다소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검은 수녀들은 소재는 신선했으나 전반적인 스토리 전개 방식은 검은 사제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중들에게 던지고자 하는 감독의 화두 또한 영 매가리가 없다. 오컬트가 지니는 장르적 재미도 없고 무엇보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지루하기만 해서 여러모로 아쉬움이 드는 작품이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