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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중심적' 사회에서 삶에 활기 주는 중요한 매개체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281)] 우리는 왜 커피를 많이 마시는가?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 2024-03-06 09:03

한국인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405잔으로 세계 평균의 2.6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인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405잔으로 세계 평균의 2.6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자료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약 405잔으로, 세계 평균(153잔)의 2.6배 수준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대표적인 외국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는 국내 매장 수가 1900개를 넘어섰다. 2024년 3월 기준 1901개로, 지난해 말 1893개에서 추가로 8개가 늘어났다. 세계에서 미국과 중국·일본에 이어 넷째로 많은 수준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 브랜드도 속속 우리나라에 매장을 열고 있다. '캐나다 국민 커피'로 불리는 팀홀튼은 지난해 12월 처음 진출한 데 이어 현재 5호점까지 냈다.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로 꼽히는 인텔리젠시아도 국내에 진출했다. 지난달 23일 서울에 처음 개장한 매장은 이 브랜드의 미국 밖 최초 매장이다. '커피계의 에르메스'라고 불리는 싱가포르 바샤커피도 올여름 국내에 1호점을 낼 예정이다.

지난해 1인당 커피 소비량 약 405잔…세계 평균 2.6배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할까? 손쉬운 대답으로는 첫째 커피의 생리적인 효과 때문일 것이다. 커피에 많이 들어있다는 카페인과 다양한 화학적 물질은 각성 효과를 가지고 있다. 한국은 빠르게 변화하는 역동적 사회다. 변화의 속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커피는 많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 해소나 집중력 향상을 위한 자극제로서 매우 인기가 있을 것이다. 저녁에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 잔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저녁에도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카페인 성분을 제거한 커피도 있다. 밤늦게까지 시험준비를 한다거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 커피를 통해 손쉽게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 다닐 때 밤늦게까지 공부해야 할 경우에 커피를 많이 마셨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둘째는 사교적인 만남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 다른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갖는 것이 중요한 사교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 자주 만나서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긴다. 커피는 이러한 사교성을 높이는 장소나 시간에 손쉽게 애용할 수 있는 음료수로 자리 잡았다. 모임에 참석하거나 단체에 참석하면 으레 커피를 마시겠느냐는 인사를 받게 된다. 원활한 업무를 위해서 또는 중요한 사업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 회의를 하는 경우에도 너무 엄숙하거나 딱딱한 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커피를 마시며 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커피를 많이 마시는 이유는 무엇보다 문화적 영향이 클 것이다. 이미 여러 번 설명했지만 한국 문화의 특징은 '관계-중심적'이다. 일반적으로 서구 문화는 '개인주의적' 특징이 강하다. '개인주의'는 집단보다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상이다. 당연히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의 목표, 욕구의 자유로운 행사를 촉진한다. 또한 개인적인 영역에 대해 사회, 국가나 기관의 과도한 개입에 반대한다. '개인(個人)'을 영어로는 'individual'이라고 하는데 이 단어의 뜻은 '쪼갤 수(divide) 없는(in) 것'이라는 뜻이다. '개(個)'는 우리 말로 '낱'이라는 뜻인데 이는 '여럿 가운데 따로따로인 한 개 한 개'를 의미한다.

서구와 대조적으로 동양은 '집단주의적' 특징이 있다고 간주한다. '집단주의'는 개인보다 집단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상이다. 따라서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개인보다는 집단의 목표나 요구의 자유로운 행사를 촉진한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개인은 희생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집단주의라는 용어는 서구인들이 동양은 자신들과 반대되는 특징이 있다는 편견을 가지고 만들어낸 허구의 사상일 뿐이다. 자신은 개인주의를 신봉하니 동양은 당연히 그 반대가 되는 집단주의일 것이라는 편견이 깔려 있다. 동양적 특징을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개인보다는 개인과 개인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는 '관계-중심적' 특징이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어로 사람을 뜻하는 'man'이 한자로는 두 사람이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상태를 나타내는 '人'으로 형상화돼 있고, 인간을 뜻하는 'human'이 한자로는 '사람(人)과 사람 사이(間)'라는 의미가 있다. 사람은 결국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존재하고 규정되는 존재라는 뜻이다. '너'와 '나'의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낱낱의 개인보다는 '우리'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스트레스 해소•집중력 향상…다양한 사교적 만남에 제격


사람 사이에 관계를 맺는 방식은 다양하다. 예를 들면, 사랑하는 이성(異性) 사이에 가장 친밀하고 내밀한 관계는 성(性)을 통해 관계를 맺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관계는 말로 관계를 맺는 것, 즉 대화를 통해 관계를 맺는 것이다. 조선 중기의 전설적인 의관(醫官)인 허준(許浚)이 저술한 '동의보감'에는 "불통즉통 통즉불통(不通則痛 通則不痛)"이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풀이하면, 서로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못하면 아프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이 구절을 신체적인 질병에 국한했지만, 인간 사이의 관계에도 통용할 수 있다. 즉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로 통하면 아프지 않지만,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뜻으로도 원용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는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마음이 아프게 된다. 한때는 연인이었지만 관계가 깨지면 몸보다는 마음이 더 아프다. 특히 관계-중심적 문화에서는 서로 통하지 않으면 마음이 더욱 고통스러울 수 있다.

관계를 원활히 맺기 위해서는 대상과 장소가 보장돼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대상과 장소는 아마도 가정(家庭)이고 대상은 가족(家族)일 것이다. 따라서 가정에서 가족들과 소통(疏通)이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가족'을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문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족 간의 대화가 활성화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우리의 가족이 수평적이 아니라 수직적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 안에서는 가부장적인 서열(序列) 위주의 관계가 중시된다. 이런 문화에서는 각자의 생각이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어렵고,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질서가 중요시된다. 많은 집에서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가훈을 거실에 걸어놓고 있다. 전통적으로 가족이 화목하기 위해서는 윗사람의 의사가 중요하고 아랫사람은 순종하는 것이 강요된다.

따라서 우리 문화에서는 가족 안에서 표현되지 못한 생각이나 감정이 자연스럽게 표현될 수 있는 장소와 대상이 필요해진다. 이때 남자들에게 제일 손쉽게 허락되는 곳이 술집이다.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표현하지 못한 생각이나 감정이 표출된다. 술을 마시는 장면을 그려보면 가정에서 가족들끼리 술을 마시기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담소(談笑)를 나누는 것이 더 친숙하게 떠오른다. 우리나라에 술집이 많고, 어디서나 술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낮부터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당연히 허락되지 않는다. 알코올 중독자가 아닌 다음에야 술은 업무를 끝내고 저녁부터 마시는 것이 관례다. 그렇다면 술을 좋아하지 않거나, 함께 술을 마실 관계가 아닌 사람들 사이에 대화를 할 수 있는 장소와 매개체는 무엇일까? 당연히 찻집에서 차를 마시는 것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그윽한 전통의 멋이 풍겨 나오는 '전통찻집'이 있어서 쌍화차나 오미자차 등을 마실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찻집을 더 이상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찻집과 전통차를 대체할 수 있는 또 다른 장소와 마실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할 수 있는 카페나 커피 전문점이다.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하는 것이 관계를 맺는 삶의 중요한 행위가 된다. 카페에서 가벼운 빵이나 과자를 곁들이며 다양한 커피 중에서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는 것은 삶에 활기를 주는 중요한 행위가 된다. 더군다나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는 대낮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몇 시간이고 앉아서 담소할 수 있는 편한 곳이 카페 이외에는 쉽지 않다. 굳이 카페에 앉아있지 않아도 괜찮다. 커피를 들고 걸으면서 친구들과 담소하는 젊은이의 모습은 얼마나 자유발랄한가?

각성효과•사교성만 바라는 단순한 음료 수준 뛰어넘어


한국 문화가 서구화돼 개인주의화돼 간다고 일컬어진다. 이 현상을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것 중 하나가 혼자 커피를 즐기는 것이다. 카페에서는 혼자 커피를 마시면서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 등 혼자만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은 카페라는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암묵적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혼자 활동할 수 있는 이중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또는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깊은 상념에 잠긴 채 걷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 구태여 비싼 고급 브랜드의 커피가 아니어도 괜찮다. 편의점이나 저가 커피 브랜드를 들고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이제는 일상이 됐다.

이처럼 커피는 단순히 각성 효과나 사교적인 효과만을 바라고 마시는 음료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커피와 카페는 이제는 생활필수품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문화는 억지로 변하지 않는다. 관계를 중시하는 우리 문화에서 구태여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담소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생활 습관이 바뀔 수 있다. 아마도 그곳은 가정이어야 할 것이고, 가족들과 편하게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가족문화가 생길 때 가능할 것이다.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한성열 고려대 명예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드립니다' '문화심리학' '신명의 심리학'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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