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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정신혜 연출·안무의 '야류별곡'…대한민국 대표 탈 무용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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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혜 연출·안무의 '야류별곡'
동살에 희망을 담는다/가진자들 권력 놀음에/투박한 질감의 막사발처럼/이리저리 모서리 굴러 흔들리다가/가슴 서러운 문디이가 된다/동래 들판엔 놀기도 좋아 야류가 되고/건너편 들판에도 광대놀음 한창이다/야류는 날마다 가지를 뻗어갔다/슬퍼서 추는 춤/치밀어서 추는 춤/자칫하면 죽도 정여립 장군 되고/서라벌 사관학교 진훤 꼴 된다/이왕이면 신나게 추자/탈 쓰고 덧배기 춤추면/세상 권세 뭐 부럽더냐/부아가 사그라들고 후련해진다/보름달 초롱한 눈빛 되어/낙동강 변 귀신놀음이라도 하면서/서러움 섞인 분노 강가에 뿌리면/낮의 고단함 잊고/햇살 좋은 아침 맞을 수 있겠지/서리 내린 아침/이름 없이 간 할매가 생각난다/길은 멀지라도 같이 가자/저기 들판엔 희망이 자란다.

10월 28일(금) 저녁 일곱 시 삼십 분, 29일(토) 오후 세 시 이틀간 두 차례, 국립국악원 초청공연으로 예악당에서 국립부산국악원의 대표작 <야류별곡 - 달의 시간으로 사는 마을>이 정신혜(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의 연출·안무로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지난 6월 3일(금), 4일(토)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 무대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바 있다.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기악단 및 객원 오십여 명이 한 시간 반 동안 열연한 <야류별곡>은 부산 지역 대표 국가무형문화재 ‘동래야류’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안무가 정신혜의 <야류별곡>은 문둥이 세상 같은 이 시대를 이겨내고 모두 하나 되어 어둠을 밝히자는 기원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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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국가무형문화재 탈놀이는 ‘동래야류’와 ‘수영야류’가 있다. 동래에는 다양한 민속적 요소, 문화적 전통, 자부심이 살아있다. 정신혜가 찾아내 무용극으로 만든 들놀이 ‘동래 야류(野遊)’는 악가무와 연희가 어우러진 한국 전통 탈 무용극의 정수가 되었으며, 소중한 문화원형이 되었다. 전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으며, 가슴 시리게 한 공연은 국격 상승을 위해 보다 진전된 도움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이 땅의 사람들은 현재 문둥이, 양반, 말뚝이, 할미 등의 계급제도를 이어가며 살아가고 있다. 평등이라는 위장막에 가리어 은폐되어 있지만, 견고한 구조물을 깨트리기란 실상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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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야류’는 무용을 중심으로 극성을 강화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작품의 대상이 되었다. <야류별곡>은 ‘분노와 슬픔 가득한 어둠에서 화합과 상생의 빛’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다.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지침이 된 <야류별곡>은 원전의 이반(離叛)을 염려하는 전통 고수자들의 이바구를 피할 창작무용을 내세우는 기발한 비책을 구사한다. 전통을 바탕으로 한 창작무용 <야류별곡>은 다행히 현대 감각이 묻어나는 비쥬얼과 대중 이 공감하며 좋아하는 작품이 되었고, 전통의 칙칙함을 걷어내고 화사한 밝은 파스텔 색조의 유희성 다분한 작품으로 탄생 되었다.

천정완 대본의 <야류별곡>은 원전 ‘동래야류’의 다섯 과장(길놀이-문둥과장-양반과장-영노과장-할미과장)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창작적인 상상력을 듬뿍 담고 있다. 현실을 빗댄 ‘성치 않은 문둥이, 몹쓸 양반, 씩씩한 말뚝이, 버림받은 할미’를 통해 우리들의 지금 모습을 대변한다. 시간을 밝히는 상징은 무대의 조형물이 보여준다. 정민선의 미술적 감각과 어울리게 동이 터오는 새벽의 기운을 받아 사람들은 화해하고 화합한다, 정월 대보름은 과장들이 서로의 처지와 주장을 밝히기에 좋은 달빛이 있다. 희로애락에 얽힌 <야류별곡>의 넓은 스펙트럼의 감정을 김백찬 음악은 잘 조율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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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춤의 뿌리는 덧배기춤과 ‘동래야류’임을 밝히는 작업인 정신혜 연출·안무의 <야류별곡>은 ‘프롤로그 - 달의 시간陰曆으로 사는 마을’, ‘문둥과장 - 문둥이 세상을 가련히 여긴다.’, ‘양반과장 - 엿다! 이 제미를 붙은 양반들아.’, ‘영노과장 - 비- 비, 날물에 날 묵고 들물에 들 묵고’, ‘할미과장 - 에헤라! 못 놓겠네, 능지를 하여도 못 놓겠네’, ‘동살맞이 - 밤은 기울고 볕은 희붓이 스미고’, ‘에필로그 - 해의 시간’으로 구성되어있다. 안무가는 서막과 후일담에 안무적 창의력을 가미하는 등 작품 전체를 미학적 연구 대상으로 만든다. 이 작품은 중독적 열성 팬을 만들어 내는 기교가 탁월하다.

인터넷 시대의 익명성에 해당하는 ‘야류’는 탈을 쓰고 춤추고 사회악을 풍자함으로써 인기를 끌어왔다. 내용과 형식에서 완성도를 보이는 <야류별곡>은 장르별 경합 같은 연동(連動)을 느낄 수 있다. “탈춤으로 대변되는 연희적 요소를 덧배기춤에 얹어 촘촘하게 엮었고, 동래야류의 기본적인 과장(科場, 탈놀이 등에서 막이나 마당에 해당하는 말)은 유지하면서, 둥근 달과 평등함과 하나 됨을 상징하는 커다란 원을 무대 중심에 두어 시각적 아름다움과 상징을 더한 무대 공간을 꾸몄다.” 원형은 시대를 먹고 산다. 시대에 따라 빛이 달라졌고, 선호에 따라 색상이 바뀐다. 현재 벌어지는 일임을 밝혀도 과거나 상상의 것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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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役)의 모습, 탈 아래 문둥이, 말뚝이, 할미의 움직임은 노련하였고, 달의 정령은 신비감을 불러왔다. 영노의 섬찟한 역동성은 남성 같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영노가 오양반을 꾸짖을 때는 춤은 성숙으로 진입하는 때이다. 제대각시가 등장하는 과장은 재대 각시들의 코믹한 고깔과 의상으로 춤은 절정에 오른다. 구상의 움직임을 추상으로 만들어 내는 조명은 마법을 부린 듯했다. 원색의 코믹한 의상은 탈과 더불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국악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흥신을 조율하면서 최상의 여건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대부분 군무의 <야류별곡>에 희로애락이 스며들었고, 인형극이나 동화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정신혜, ‘승무’와 ‘살풀이춤’을 경전으로 삼고 부산 중심의 영남 춤을 일구어 온 부산 출신의 춤꾼이다. 그녀는 저돌적 추진력으로 전통을 바탕으로 한 전통춤 <영남춤 진경화>(2019) <舞我三日>(2020) <영남사계>(2022), 창작춤 <무아하다>(2020) <舞我, 바람딛고 오르다>(2021) <야류별곡>(2022) 등을 무대에 올리면서 98신인 안무가전 대상, 제10회 부산무용제 대상, 제32회 서울무용제 우수상으로 이어져 온다. 그녀는 자연, 고향, 인연, 철학적 사유에 천착한 창작무용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앞으로 어떤 작품이 발표되더라도 영남지역을 대표하면서도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야류별곡>은 정신혜의 대표작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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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류별곡>은 슬픔을 가진 사람들이 우울함 대신에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름답다. 안무가 정신혜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입장과 처지를 내보인다. 지천명을 넘기고 그랑 블루에 스스로 포획되어 일상을 소비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큰물에서 크게 펼쳐보고픈 욕심이 내재하여 있는 것 같다. 색상에 대한 사유는 자신을 성찰하는 도구로 쓰였다. 이제 위태롭게 아름다운 것보다는 느긋하게 작품을 직조하는 호사를 부리고 싶은 것 같다. 옛 문헌을 찾고, 연구와 움직임과의 관계를 생각하고, 실행에 옮긴 작품은 전 세계인이 소비해야 할 국제적 브랜드가 되었다. 앞으로도 지속적 관심과 지원으로 국내외에서 사랑받는 작품으로 존재하기를 기원한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없는 기자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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