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기자수첩] 대출 막혀 벼랑끝 내몰리는 중·저신용자

금융부 이민지 기자
금융부 이민지 기자
가계대출을 조이면 가계부채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돈을 빌려야 하는 사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출 문턱을 높였을 때 세간의 관심은 ‘대출이 얼마나 줄었느냐’에 쏠리는데, 정작 대출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어디로 이동했는지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중·저신용자 대출 시장이 대표적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중금리대출을 31조9000억 원 규모로 확대해 금리 단층을 해소하고 있다. 또 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과 카드·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업권까지 공급 채널을 넓히고 있다. 중·저신용자의 자금 애로를 덜고 제도권 금융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중금리대출이 실제로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를 들여다보면 또 다른 문제가 보인다. 금융당국은 중금리대출 공급 대상인 중·저신용자를 신용평점 하위 50%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상반기 말 기준으로는 NICE 889점, KCB 875점 수준이다. 중·저신용자의 범위에 800점대 후반의 비교적 우량 차주까지 포함되는 셈이다.

비교적 저렴한 금리로 은행에서 대출받을 것을 기대했으나 문턱을 넘지 못한 차주는 제2금융권으로 향할 가능성이 커진다. 금융당국이 중금리대출에 규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공급 여력을 높이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금융사가 대출을 무한정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신용도가 낮고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차주일수록 연체와 부실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하므로 결론적으로 2금융권에서도 대출을 받기 어려운 차주는 생길 수밖에 없다.

또 다른 2금융권 대출 선택지인 카드사 대출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카드론은 은행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대신 별도의 담보 없이 비교적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은행과 저축은행 대출이 어려워진 차주에게 또 다른 자금조달 창구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이처럼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은행 대출이 줄더라도 차주의 자금 수요까지 함께 사라지진 않는다.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다시 카드론 등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상품으로 수요가 이동한다면 이 경우 줄어든 것은 대출 수요가 아니라 대출의 ‘주소’일 수도 있다.

대출 규제가 차주들을 궁여지책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차주가 어느 금융권으로 이동했는지, 그 과정에서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게 된 것은 아닌지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