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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자금, 美 국채보다 주식으로 몰린다

주식 유입 GDP 2.8%·국채 2.0%…“미국 정부보다 기업 재무상태 신뢰”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불리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월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불리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월가. 사진=로이터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보다 미국 주식을 더 많이 사들이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정부부채 급증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 국채의 전통적인 ‘무위험자산’ 지위에 의문이 커지는 반면 인공지능(AI) 투자 붐을 등에 업은 미국 기업의 이익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미국 주식 자금 유입이 미 국채를 넘어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도이체방크가 미 재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까지 1년간 외국인의 미국 주식 순유입은 연평균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8%에 달했다. 미 국채로 유입된 자금은 GDP의 2.0%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짧은 기간을 제외하면 외국인의 미국 주식 유입이 미 국채 유입을 넘어선 것은 금세기 들어 처음이라고 FT는 지적했다.

◇ 미 정부보다 기업 선택…자금 흐름 역전


자금 흐름 변화의 한쪽에는 미국 증시의 강세가 있다고 FT는 전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올해 약 12% 상승하며 4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향하고 있어서다.
대규모 AI 투자가 미국 기업들의 이익 증가를 이끌고 있다. 금융정보·시장데이터 제공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증가했다.

아마존과 알파벳이 다른 AI 기업에 투자해 얻은 일회성 이익을 제외해도 증가율은 34%에 달했다.

반면 미국 정부의 재정상태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미국의 정부부채는 지난달 40조달러(약 5경4516조원)에 도달했으며 재정적자도 계속되고 있다. 높은 물가와 연방준비제도의 독립성에 대한 의문까지 겹치면서 세계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온 미 국채의 위상이 압박받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조지 사라벨로스 도이체방크 글로벌 외환연구 책임자는 이를 ‘미국 자산시장의 거대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민간부문의 재무상태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공공부문의 재무상태는 계속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 변화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블랙록의 제임스 터너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글로벌 채권 책임자도 “정부채권이 과거만큼 무위험하지 않다며 현재와 같은 정부 재정적자를 기업에 적용한다면 위험이 없는 상태라고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올해 들어 4.83%에서 5.32%로 상승했다. 채권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채권가격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15일에는 10년물 국채금리도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 “달러 움직임도 주식자금에 더 좌우될 수도”


외국인 자금 흐름의 역전은 달러의 움직임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라벨로스 책임자는 앞으로 달러 가치가 미국 국채로 들어오는 자금보다 미국 주식으로 유입되는 자금과 더 밀접하게 연동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기존 달러 거래 패턴과 큰 차이다.

전통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회피 심리가 커지면 투자자들은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팔고 미 국채를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달러 가치도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미국 주식이 외국자금을 끌어들이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으면 투자자의 위험선호가 높아질 때 오히려 달러가 강해지는 새로운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라벨로스 책임자는 미국 자산이 더 이상 단순히 ‘안전한 자산’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선택하는 ‘위험자산’의 성격을 강하게 띠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광범위한 ‘해방의 날’ 관세를 발표했을 당시에는 미국 주식과 채권, 달러가 동시에 약세를 보이는 이른바 ‘셀 아메리카’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AI 관련주의 추가 상승을 놓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미국 증시는 빠르게 반등했다. 반면 미 국채 시장은 정부부채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미 국채 109조원 축소 제안


대형 기관투자가들에게서도 같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운용 책임자는 이달 초 미 국채 보유액을 약 800억달러(약 109조원) 줄이고 대신 미국 정부기관이 보증하는 주택저당증권(MBS) 등의 채권을 매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운용자산은 약 2조3000억달러(약 3135조원)에 달한다.

세계적인 자산수탁·운용회사 스테이트스트리트도 기관 고객들이 정부채권보다 주식 비중을 늘리는 같은 흐름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리야 베이트마네 스테이트스트리트 주식리서치 책임자는 “미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걱정한다면 기업의 펀더멘털과 정부 재정을 비교하게 된다”며 “현재 기업들의 재무상태는 매우 견고하고 이익 증가세도 강하다”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장기 국채금리 상승을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주 60억달러(약 8조2000억원) 규모의 장기 국채 매입 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불안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를 전제로 미국 성인에게 1인당 5000달러(약 681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한 것도 재정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FT는 “이 정책에 1조달러(약 1363조원) 이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주식이 국채 약세의 영향을 계속 피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이다.

미힐 플락만 로베코 글로벌 주식 책임자는 “채권시장 매도세가 이미 주식시장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라며 “채권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통상적으로 주식시장도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국채금리가 더 상승하면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는 동시에 채권 자체의 투자 매력이 높아져 현재 국채에서 주식으로 향하는 자금 흐름이 다시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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