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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결산] 저성장·고환율 이중고…1500원 넘보는 환율에 가난해진 국민들

내년 성장률 오르지만 잠재성장률 밑돌 듯
한국 1인당 GDP, 22년 만에 대만에 추월
원화 가치 약세에 달러 기준 국민소득 감소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0원을 돌파하며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1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에 거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0원을 돌파하며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1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에 거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올해 한국 경제는 1분기 역성장 충격을 딛고 내수 회복세가 이어지며 2분기부터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당초 '0%대 성장률'이 예상됐지만, 이를 넘어설지 주목된다.

하지만 원화값 추락으로 달러 환산 국민소득이 타격을 입으며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2년 만에 대만에 추월 당할 전망이다.

고환율로 국민의 삶의 질도 추락하고 있다. 최근 미국 금리인하로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섰지만 원화 가치는 주요국 통화 중 유일하게 달러 대비 약세다. 원화의 나홀로 약세가 이어지면서 국민들은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전과 같은 삶의 질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17일 국내외 주요 경제분석 기관들은 한국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대체로 1.7~2.1%로 예상했다. 올해 성장률은 올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은행이 1.0%를, 정부·국제통화기금(IMF)·아시아개발은행(ADB)·한국개발연구원(KDI)이 0.9% 성장을 예상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OECD가 2.1%로 가장 높고 이어 정부·한은·IMF·KDI 1.8%, ADB 1.7% 순이다.

세부 전망은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정부의 확장재정정책 등으로 소비 중심의 내수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여전히 잠재성장률(2.0%)을 밑돌고 있는 데다 갈수록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대만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3만7430달러로 대만(3만8066달러)을 밑돌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 된다면 한국은 지난 2003년(한국 1만5211달러, 대만 1만4041달러) 이후 22년 만에 대만에게 역전을 허용하게 된다.

대만이 한국을 바짝 추격한 것은 한국 경제가 내수 부진과 미국발 관세 전쟁 등 겹악재로 지지부진한 사이 대만은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고속 성장을 한 결과다.

ADB는 지난 10일 발표한 최신 경제전망에서 대만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7.3%, 4.0%로 전망해 종전보다 각각 2.2%포인트(P), 1.7%P 대폭 높여잡았다. 한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기존 전망 대비 각각 0.1%P 상향한 0.9%, 1.7%로 제시한 것과 대조적이다.

1500원에 육박하고 있는 환율도 대만에 역전 시기를 앞당겼다. 지난달 원화의 달러 대비 절하 폭은 3.1%로 한은이 집계하는 42개국 통화 중 가장 컸다. 이 기간 대만달러(TWD) 절하 폭은 1.9%로 집계됐다. 미국 달러화 대비 대만달러 환율은 1년 전 보다 2.77% 내렸지만, 원·달러 환율은 35% 급등했다.

원화 가치가 계속 하락한다면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은 커녕 3만달러도 위태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인당 국민소득은 국가 간 비교를 위해 달러로 산출하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IMF 연례협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원화 기준 명목 GDP는 지난해 2557조원에서 올해 2611조원으로 2.1%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환율 상승으로 달러 기준 명목 GDP는 작년 보다 0.9%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환율은 올해 말과 내년 한국 경제를 위협할 최대 복병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 당시 원·달러 환율은 1455.6원, 달러인덱스는 108.4였다. 이날 환율은 장중 1480을 돌파한 반면, 달러인덱스는 98.130을 100을 밑돌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기준점 100으로 두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보다 높으면 달러 가치가 강세, 낮으면 약세를 의미한다. 지난해 12월 계염 당시에는 달러값이 비쌌지만 현재는 달러값이 싼 상태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더 높다는 얘기다. 달러인덱스가 110 수준까지 회복된다면 환율은 1500원대 후반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은 내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서도 주요 고려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말·연초에도 환율이 1450원 아래로 내려오지 못할 경우, 한은은 높은 수준의 환율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재검토해 향후 통화정책과 경제전망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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