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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단기성과 치중] 수십년 장기사업에 CEO 평균 임기 2~3년…장기비전 부재

잦은 교체와 인사…장수 CEO 사실상 전무
짧은 재임기간 외형적 매출 증대만 급급
대표이사 임기, 소비자·신뢰·안정성 직결
보험사 CEO들의 짧은 임기가 단기 실적주의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료=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보험사 CEO들의 짧은 임기가 단기 실적주의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료=연합뉴스
보험사 대표이사(CEO)의 짧은 임기가 단기 성과 중심의 경영 문화를 가속하고 있다. 국내 보험사 CEO 평균 재임기간이 3년에 못 미쳐 단기 실적 달성에 몰두하는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 특히 장기 비전이 중요한 보험산업에서 단명하는 구조이다 보니 단기납 종신보험과 같은 출혈경쟁을 부추겨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20일 한국금융연구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 CEO들의 짧은 재임기간이 보험업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실제 보험사 CEO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고작 2~3년에 불과하다. 업계 전반에 잦은 교체와 인사가 이어지면서 장수 CEO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생보업계 1위 삼성생명의 홍원학 사장은 이제 임기 1년을 막 채운 수준이고, 조대규 교보생명 대표도 재직 1년 4개월에 그쳤다. 한때 장수 CEO로 꼽히던 여승주 전 한화생명 부회장은 8년간 한화생명을 이끈 뒤 현재는 한화그룹 경영지원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재식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은 3년 7개월간 재직하며 비교적 긴 임기를 유지했지만,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도 임기 2년을 채우고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올해 초 취임한 박병희 NH농협생명 대표와 정문철 KB라이프 대표 역시 내년 말 임기가 종료될 예정이다.
손해보험업계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은호 롯데손해보험 대표가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고,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가 임기 3년차에 접어든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새내기 CEO’다.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는 이제 막 1년을 채웠고,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도 취임 2년차에 불과하다.

이석현 현대해상 대표는 올해 3월 임기를 시작했으며, 연임에 성공한 나채범 한화손해보험 대표도 실제 재임기간은 2년 5개월가량에 그친다. 송춘수 NH농협손해보험 대표이사 역시 취임 2년차로, 내년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보험사 CEO들의 단명 구조가 단기 실적주의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험사의 장기비전경영 촉진을 위한 과제’ 보고서에서, 짧은 임기 속에서는 경영진이 장기 성과보다 임기 내 외형적 매출 증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저해지 보험이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한 이 상품은 보험료가 저렴하지만 해약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구조로, 예정이율 하락 국면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2016년 첫 판매 이후 급성장해 2024년 1분기에는 전체 장기보험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해지율 가정이 부적절할 경우 보험금 지급이 예상보다 늘어나 손실을 불러올 수 있어 결국 금융당국이 제동을 건 상태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석호 선임연구위원은 “보험사의 장기비전경영은 단순히 기업가치와 경쟁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면서 “소비자 피해 방지, 산업 신뢰도 회복, 나아가 금융시스템 안정성 확보와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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