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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16조 탕감] "5년간 빚만 갚았는데…" 성실 상환자 박탈감에 폭발

새정부 113만명 빚 16조 탕감 '형평성 논란'
"세상 가장 멍청한 놈처럼 느껴진다" 한숨
4000억 금융권 출연 요구 '관치금융' 논란도
이재명 정부 출범에 맞춰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채무 소각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 논의가 본격화됐다. 사진은 20일 서울 명동 거리.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재명 정부 출범에 맞춰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채무 소각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 논의가 본격화됐다. 사진은 20일 서울 명동 거리. 사진=연합뉴스

새 정부가 '배드뱅크'를 설치해 7년 이상 연체한 5000만원 이하의 개인 채무를 탕감해주기로 하면서 성실히 대출금을 갚았던 서민들의 박탈감이 폭발하고 있다.

채무탕감은 정부 재정 4000억원과 금융권 4000억원의 출연으로 장기 연체자 113만명의 재기를 돕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정권이 새로 출범할 때 마다 선심성 '빚 탕감' 금융정책이 반복되면서 '갚는 사람만 바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선 선심성 빚 탕감 정책이 잦아지고 반복될 수록, 빚은 안 갚고 버티면 된다는 신호를 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22일 정부, 금융권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정부가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신설해 상환 능력을 연체 채무자의 빚을 탕감해 주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성실 상환자들의 성토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게시된 '빚 탕감, 이게 맞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작성자는 "세상 가장 멍청한 놈처럼 느껴진다"며 한탄했다. 그는 "월 30만원으로 생활하며 독립도 포기하고 세상과 담 쌓고 미친듯이 모아서 빚을 갚았다"면서 "그 시간이 5년이 걸렸는데 한 순간에 빚 탕감이라니 열심히 살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자조 섞인 반응을 내놨다.

해당 커뮤니티의 또 다른 작성자는 "대규모 채무 감면 정책은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는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타당성을 갖는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성실히 살아온 다수의 시민이 느끼는 좌절과 박탈 위에 세워진다면, 그 정책은 정의롭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며 성실 상환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 시스템을 도입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과 금리 급등기를 거치며 상환 능력을 상실했다고 판단되는 개인 빚을 일괄 탕감하는 방안을 추진한면서 성실 상환자들의 박탈감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장기 연체 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통해 신설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배드뱅크를 설치해 장기 소액 연체 채권을 소각하겠다는 공약을 낸 데에 따른 조치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출자하는 배드뱅크가 금융사로부터 장기 연체채권을 일괄 매입한 뒤 소각하는 방식으로 빚 탕감 정책이 추진된다.

지원 대상은 5000만원 이하 빚을 7년 이상 연체한 개인(개인사업자 포함)이다. '중위소득 60% 이하'로 처분 가능한 재산이 없는 경우엔 원금 100%를 감면하고 상환능력이 부족한 차주에 대해선 최대 80%의 원금 감면, 10년간 분할 상환이 가능하도록 채무 조정을 진행한다. 이번 조치로 정부는 총 113만4000명이 떠안고 있는 연체채권 약 16조4000억원이 소멸될 것으로 추산했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장기 연체 채권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안정적 경제활동 복귀를 도울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구제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빚 탕감 정책이 잦아지고 정례화될 수록 성실 차주의 허탈감은 커지고 대출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 풍토가 조성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필요 재원의 절반을 금융권 출연으로 충당키로 하면서 '관치금융' 논란도 거세다. 정부는 금융권 4000억원 출연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반강제적 동원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배드뱅크 참여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라며 "정부와 공감대가 형성 됐다기 보다 새 정부가 출범해 의욕적으로 관련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반기를 들 수는 없지 않냐"고 따져 물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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