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분기 ‘가계대출 억제’ 위해 올려둔 가산금리 인하
‘대출수요 감소·인위적 예대금리차’ 지적에 조정 돌입
시중금리 인하와 함께 전반적인 대출금리 낮아질 듯
시중은행들이 작년 3분기 이후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올려둔 대출 가산금리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가산금리를 통한 인위적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확대 논란이 제기된 데다, 새해 들어 은행 가계대출도 8개월 만에 첫 감소 조짐을 보이면서 높은 가산금리를 유지할 명분이 사라진 영향이다.‘대출수요 감소·인위적 예대금리차’ 지적에 조정 돌입
시중금리 인하와 함께 전반적인 대출금리 낮아질 듯
이번 주 신한은행이 먼저 가산금리 인하에 나서면, 나머지 주요 시중은행들도 그동안 임의로 덧붙인 가산금리를 줄줄이 낮출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번 주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최대 0.3%포인트(p) 낮출 예정이다. 상품별 인하 폭 등 세부 내용은 주초에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가산금리는 주로 은행의 대출 수요나 이익 규모를 조절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조만간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이 가산금리 인하를 결정하면, 다른 주요 시중은행도 대세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타 은행들로선 금리를 낮춘 신한은행 등에 가계대출 수요를 뺏겨 경쟁에서 밀릴 경우 연초부터 영업과 실적 차질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올해 들어 가계대출이 성장은커녕 뒷걸음치는 추세라 다른 은행의 금리 정책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중은행의 가산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배경은 가계대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작년 말 이후 정치 혼란 등으로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수도권에서조차 주택 거래가 눈에 띄게 줄고 가계대출 증가세도 크게 꺾이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언제라도 은행권에 가계대출 수요 확보를 위한 가산금리 인하 경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예대금리차 확대에 따른 비판적인 여론 역시 가산금리 인하 압박 요인으로 지목된다.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공시된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5대 은행에서 실제로 취급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1.00∼1.27%p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가 모두 1%p를 넘어선 것은 2023년 3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처음이고, 개별 은행 내부 시계열에서도 10∼21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10·11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두 차례, 0.50%p 인하되고 시장금리도 내렸지만, 은행들이 예금(수신) 금리만 일제히 낮추고 가계대출 관리를 이유로 대출 가산금리를 낮추지 않은 결과다.
이밖에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도 향후 은행 대출금리 하락 요인으로 거론된다. 현재 경기 부진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은 1월 또는 2월 기준금리를 더 낮출 것이 확실시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상반기 두 차례 정도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시장금리 하락과 함께 은행 대출금리도 전반적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