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시대를 맞아 국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이달과 오는 12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정책과 이에 따른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에도 '트럼프 변수'가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가 관세 공약, 확장 재정정책 등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자극을 가하는 공약을 내건 만큼, 미국 기준금리는 인하와 제동 사이 갈림길에 섰다. 한국은 한미금리 차가 크게 벌어진 점을 고려하면 동결에 무게를 실어야겠지만,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내수침체, 강달러 우려를 무시할 수 없다.
7일 외신에 따르면 연준은 6일(현지시각)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25bp)포인트 내려 4.50~4.75% 조정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이날 JP모건 보고서에 따르면 연준은 11·12월 0.25%p를 연이어 인하하고, 내년부터 속도 조절에 들어가 분기별 인하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연준이 금리를 점진적으로 내리는 배경이라는 것이다. 연준의 최종 목표는 3.5%라고 JP모건은 내다봤다.
실제로 9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해 인플레이션 전망은 안정적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이 다시 돌아오면서 인플레이션이 불붙을 가능성이 제기돼 연준이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의견도 피어난다.
트럼프는 당선 전부터 관세 인상 정책에 집중했다. 전 교역품에 매기는 보편 관세를 최대 20%까지, 대중 관세는 최대 60%까지 각각 부과한다는 내용이 골자로, 소비재 가격 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초과 근무수당, 팁(tip), 사회보장지원금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겠다는 방침. 인플레를 끌어올리는 바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금리 향방이 불투명해지면서 한은도 머리를 싸매고 있다. 한은은 이달 28일 금통위를 열고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지난달에는 기준금리를 0.25%p 내린 3.25%로 인하하면서 ‘피벗’(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단행했다.
당초 11월 기준금리는 동결에 무게가 기울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후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연말까지 기준금리 3.25% 유지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미 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한은의 동결 카드는 더욱 부각되는 상황이다. 한미금리 역전 현상은 이례적으로 이달까지 29개월째 계속되는 터라 금리 차를 더 벌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국내 수출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 내수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금리 인하 사이클 가동의 필요성도 점쳐진다. 국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1% 성장에 그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11월 경제 동향’을 통해 “수출 가격은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유지해 대외수요는 높은 수준인 것으로 판단되지만, 상품 소비 감소세가 지속하고 건설업 경기는 위축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당분간 수출 둔화가 불가피해 내수 회복 속도가 2% 달성 여부를 좌우할 테고 한은의 금리 인하 속도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