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비대면 대출 '셧다운'…강남권 영업점 북새통
자금 계획 틀어진 실수요자 가계약금 포기 잇따라
전례 없던 초강력 수요억제책에 매수심리 급랭
자금 계획 틀어진 실수요자 가계약금 포기 잇따라
전례 없던 초강력 수요억제책에 매수심리 급랭

이재명 정부가 이번 대책의 효과가 나지 않을 경우 추가 규제 가능성도 예고하고 있어 당분간 부동산 시장 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금융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기습적인 6·27 대책 발표 후 첫 영업일을 맞은 이날 은행권과 부동산 매매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혼선이 이어졌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발표하고 유예기간 없이 바로 다음 날인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면서 미처 전산작업을 마치지 못한 은행들이 비대면 대출 신청을 막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당황한 실수요자들이 은행 영업점으로 몰리면서 일부 영업점에서 극심한 혼란이 빚어진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권 영업점을 중심으로 전화 문의가 잇따르고 방문 고객도 늘었다"면서 "6·27 대책 발표 후 대부분 고객들이 6억 원 이상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뉴스를 통해 확인했기 때문에 신용대출이나 다른 방법으로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는 방법을 확인하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대출 문이 닫히자 가계약금을 치른 매수자들이 계약을 취소·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27일 안에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면 종전 조건으로 잔금 대출이 가능하지만 단순 가계약 상태였다면 이번 대출 규제를 그대로 적용받아 6억 원 이상 대출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로 가계약금을 날렸다면서 정부를 원망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주택 매수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던 가계약이 이번 규제에서 인정되지 않으면서 27일 하루 동안 은행에 급히 가계약을 정계약으로 돌리려는 매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면서 "정계약으로 전환하지 못한 매수자들이 가계약금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규제에 대한 공포감으로 매수심리도 크게 위축되는 분위기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정부와 달리 공급 중심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중심으로 수요 억제책을 최대한 지양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면서 과열 양상을 보였던 매수심리도 급격히 얼어붙는 모습이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경기도는 서울보다 고가 주택이 적어 이번 규제에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도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예측 불가능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고 느끼면서 일단 관망하는 편이 낫겠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정부가 추가 대책을 꺼낼 가능성도 큰 편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대책 발표 당시 "이후 시장을 예의 주시하면서 필요하면 규제지역 추가 지정 등 시장 안정조치도 배제하지 않고 적극 강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