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 물가 급등(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강력한 통화 긴축기조를 이어오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했다. 3년 2개월 만에 정책 기조의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종전 연 3.50%였던 기준금리를 3.25%로 0.25%p 인하했다.
이에 따라 2021년 8월 0.25%p 인상으로 시작된 통화긴축 기조가 3년 2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또 한은은 지난 2020년 5월(연 0.75→0.50%)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내렸는데 4년 5개월 만에 첫 금리 인하다.
2019년 11월 연 1.25%였던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3월과 5월 각 0.50%p, 0.25%p 내렸다. 역대 최저 수준인 0.50%까지 내려가면서 초저금리 시대가 이어졌다. 하지만 자산 가격 급등 등 부작용이 커지자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같은 해 11월, 2022년 1월·4월·5월·7월(빅스텝)·8월·10월(빅스텝)·11월, 2023년 1월 금리 인상을 단행해 연 3.50%까지 기준금리를 끌어올렸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금까지 약 5년간 '0%대 초저금리와 '빅스텝' 등 극단을 오가며 사상 유례없는 격변을 겪은 셈이다.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 것은 무엇보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은이 금융안정에 치우쳐 금리 인하를 미루면서 경기가 더 악화되고 있다는 실기론을 제기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보다 0.2% 뒷걸음쳤다. 분기 기준 역(-)성장은 2022년 4분기(-0.5%)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특히 민간 소비가 0.2% 감소했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 1.2%, 1.7% 축소됐다.
아울러 물가 안정세가 확인됐고 주요국 중 미국까지 피벗에 나선 것도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에 대한 부담을 줄여줬다.
9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1.6% 오르며, 3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집값 반등론에 힘입에 과열 양상을 보이던 7~8월 수도권 주택시장과 가계부채도 9월 들어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에 힘을 실어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7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 상승해 지난주(0.02%) 대비 상승폭이 축소됐다. 특히 서울은 지난 9월 둘째주(0.23%) 이후 3주 연속(0.16%→0.12%→0.10%) 상승폭이 줄어든 바 있는데 이번주도 상승폭이 주춤해진 것이다.
이에 9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으로, 8월 말(725조3642억원)보다 5조6029억원 증가했다. 월간 최대 기록이었던 8월(+9조6259억원)보다 증가 폭이 약 4조원 정도 줄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