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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오르면 카드사만 돈 번다?…카드사-주유업계, 수수료 공방

주유업계, “수수료 ‘정률제’에 경영난 가중…기름값 따라 수수료도 증가”
카드사, “이미 원가 이하 ‘최저 수수료’…카드이용 늘어도 도움 안 돼”
주유업계가 카드사의 수수료 부담이 크다며 인하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주유 중인 소비자들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주유업계가 카드사의 수수료 부담이 크다며 인하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주유 중인 소비자들 모습. 사진=뉴시스
주유소 업계가 최근 고유가가 지속하면서 카드사만 이익을 보고 있다며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가맹점수수료 수익으로 카드사들이 벌어들이는 이익은 크지 않다. 카드사들의 가맹점수수료는 금융당국에 의해 엄격히 통제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가맹점수수료를 통해 카드사 수익은 되레 내리막길을 걷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인하 요구에 되레 난색을 보이는 상황이다.
21일 주유업계와 여신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주유소협회와 한국석유유통협회는 최근 정책토론회를 열고 주유소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 협회는 수년 전부터 카드사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기름값이 오르는 등 주유소와 소비자 부담이 커진 만큼 이같은 요구는 더욱 거세다.
현재 휘발유값과 경유값은 리터당 각각 1770원, 1680대를 오가며 2년 전보다 약 20% 정도 올랐다. 주유소의 신용카드 결제비율이 95% 수준인데, 주유소 카드수수료가 매출액에 대해 1.5% 정률로 적용되기 때문에 기름값이 오르면 수수료도 함께 오른다는 게 주유업계 주장이다. 양 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전체 주유소의 총판매액(휘발유+경유)은 51조 482억 원으로, 카드수수료(총판매액×신용카드결제율 0.95×카드수수료율 0.015로 계산)는 7275억 원에 달한다. 같은 기준으로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고유가 상황이 지속하는 만큼 주유업계 부담이 커졌다고 한다.

그러나 주유업계 주장과 달리, 카드사들의 수수료 이익은 크지 않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우리·KB국민·롯데·BC·삼성·신한·하나·현대카드 등 8개사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총 2조8951억 원으로 집계됐다. 가맹점수수료수익은 지난 2018년 약 3조 원대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해 현재 2조 원대 후반에서 정체 상태다.

가맹점수수료 자체도 카드사들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금융당국은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통해 3년마다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 위험관리 비용, 일반관리 및 마케팅 비용 등 가맹점 수수료 원가를 분석해 우대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조정한다. 이 제도 도입 이후 수수료가 네 차례 조정되면서 연 매출 3억 원 이하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는 4.5%에서 0.5%로, 연 매출 3억 원 이상 30억 원 미만 소규모 가맹점의 수수료는 3.6%에서 1.1~1.5%로 줄어들었다. 다음 재산정 시점은 내년이다.

특히 전체 가맹점 95% 이상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어 각종 비용을 포함하면, 남는 게 별로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올해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은 전년 대비 12.1% 증가했지만 카드 수수료는 4%가량 줄었다. 카드사들은 가맹점수수료 구조가 카드사에 유리하지 않다고 항변한다. 가맹점수수료는 금융당국의 적격비용산출에 따라 정해져 있고, 카드사들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이익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카드 승인액이 늘면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도 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맹점수수료 구조가 카드사들에 유리하지 않다. 이미 대부분의 가맹점이 원가 이하의 수수료를 적용받고 있어 카드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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