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 회장 사임···내부규정 수정해가며 낙하산 여지↑
차기 수협·기업은행장에 관출신 내정설···민간 금융사 확대 우려
차기 수협·기업은행장에 관출신 내정설···민간 금융사 확대 우려

특히 임기만료가 5개월 남은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혔는 데 BNK금융지주는 내부 규정까지 수정하며 외부 인사 선임 가능성을 열었다. 이를 두고 금융 노조를 중심으로 한 금융권 일각에선 정부가 민간 금융사를 친정권 인사들로 채우기 위한 '목줄 채우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7일 BNK금융에 따르면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이날 조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번 사임으로 BNK금융은 차기 회장을 선임하기 전까지 직무 대행 체제로 운영케 된다. 이 같은 갑작스러운 결정 관련, BNK금융 측은 "김 회장이 최근 제기된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해 그룹 회장으로서 도덕적 책임을 통감하며 건강 악화와 그룹의 경영, 조직 안정을 사유로 사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김 회장은 올해 국정 감사에서 자녀가 이사로 재직 중인 한양 증권에 채권 발행 업무를 몰아줬다는 특혜 의혹에 시달렸다. 또한 BNK금융 계열사의 내부 거래 의혹마저 제기되면서 거센 비난에 시달렸다. 이에 책임감을 느껴 조기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차기 회장에 관 출신 인사가 내정될 것이란 관측이다. 당초 BNK금융은 내규를 통해 회장 후보군을 계열사 대표 9명으로 한정했다. 이에 안감찬 부산은행장,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 최홍영 경남은행장 등이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꼽혔다. 그러나 BNK지주는 지난 4일 이사회를 통해 회장 후보군에 내부 인사는 무론 외부 전문 기관의 추천을 통해 외부 인사도 포함하는 내용으로 경영승계 규정 일부를 수정했다. 금융권에선 BNK금융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현 정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관 출신 인사를 내정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 김 회장은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경제고문을 지낸 인물이다. 때문에 이번 국감에서 여당 측의 공세가 이어졌을 때, '전 정권 흔적 지우기'란 비판이 나왔다.특히, 국감 직후 불거진 내부거래 등의 의혹에 대해 금감원이 적극적인 감사에 나선 데다가 감사 직후 금감원이 전달한 의견서가 이번 내부 규정 수정에 결정적이었다는 평이 돌면서 의혹이 더욱 커졌다. 해당 의견서에는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계열사 인사로 국한한 승계 계획이 금융사 지배구조법 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대해 부산 경실련은 성명서를 통해 "내부 승계 계획 이후 아무런 지적이 없다가, 이같은 미묘한 시기에 폐쇄성을 언급하는 건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경실련 측은 "BNK지주의 회장은 지역 경제와 현실을 가장 잘 알고 지역사회와 상생할 줄 아는, 독립적이고 직업 윤리 의식이 투철한 인사가 돼야 한다"며 "이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것은 지극히 부당하다. 이는 현 정부가 주장해온 공정과 상식과도 정면 배치되는 일이다"고 강혁히 비판했다.
◆BNK를 넘어 금융권 전반으로 부는 외풍···수협은행장도 낙하산?
금융권은 이번 BNK금융 차기 회장 선임은 물론 금융권 전체에 정치권의 외풍이 불어 닥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표적으로 오는 10일 김진균 은행장의 임기만료를 앞둔 수협은행 역시 낙하산 인사가 내정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초, 수협은행의 행장후보자추천위원회(행추위)는 지난달 25일 김 행장을 비롯, 강신숙 수협중앙회 부대표와 KS신용대표 최기의 대표이사 부회장 등 5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했다. 그러나 돌연 행추위는 후보자 재공모를 결정하며, 이달 7일 면접을 다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권은 1차 공모 당시 4인이 내부 출신 인데다가 외부 인사인 최 부회장 역시 관 출신이 아니란 점을 주목했다. 특히 2차 공모에 기획재정부 출신의 신현준 한국신용정보원장이 지원하자, 사실상 신 원장이 내정된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까지 확산됐다.
물론, 관 출신인 신 원장이 수협은행장에 취임시 현재 금융지주사로 전환을 앞둔 상황에서 당국과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것이란 긍정적 해석도 있다. 하지만 신 원장이 과거 금융위에서 자산운용과 보험 관련 업무를 맡았던 만큼, 은행업에 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 만큼은 피할 수 없다.

◆전 금감원장 내정?···기업은행 노조가 하마평에 반발한 이유
내년 1월 임기가 만료되는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후임 행장에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거론 중이다. 정 전 원장은 금융·경제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로, 과거 친(親)시장 행보를 보이며 금융권의 지지를 얻었다. 정 전 원장 외에도 이찬우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관 출신 인물들이 대거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특성상, 그 수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책은행의 역할과 책임이 확대된 상황에서 정부와 손발을 맞추기 위해 관료 출신 행장이 오히려 적합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기업은행 노조는 해당 관측에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당초,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2020년에도 윤 행장이 문재인 전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하며, 약 한 달간 윤 행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다. 이에 윤 행장은 노조 추천 이사제 추진과 회망퇴직 문제의 조속한 해결 등을 내걸며 겨우 출근할 수 있었다.
이번 관 출신 은행장 내정설에 노조의 반발이 거센 이유는 최근 도마에 오른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문제와 연관된 탓이다. 실제 산업은행의 경우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수석을 지낸 강석훈 회장이 임명된 결과, 노조와 직원들의 거센 반발과 이탈에도 부산 이전에 속도가 붙었다.
이에 기업은행 노조는 성명문을 통해 "은행을 감시·감독하던 금감원장을 은행장에 앉히는 것이 상식에 맞고 공정한 일인가"라며 "또한 그는 금감원장에서 퇴임하자마자 금융위 산하기관인 보험연구원으로 취직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런 낙하산 인사는 관치금융, 정치금융을 넘어 국책은행의 미래마저 파괴하는 일이다"고 경고했다.
◆임기만료 앞둔 주요 금융사, 정권 입김 불까 '초조'
이 밖에도 전통적으로 정권의 영향을 크게 받아온 농협금융회장과 농협은행장 역시 낙하산 인사로 교체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농협 금융 계열사는 농협금융의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의 의중에 따라 수장이 결정됐다. 중앙회는 관 출신 인사를 영입해 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움직임을 여러 번 보여왔다.
다만, 농협금융과 은행은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순이익인 1조3505억원과 9228억원을 각각 시현해 연임 가능성도 높다. 특히 농협금융 회장의 자리는 기존 선임 회장들이 '2+1' 임기를 보장 받은 바 있는 만큼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낮지만은 않다는 평이다.
또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등 여러 금융사 CEO들도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특히 올해 주요 은행들에서 횡령, 불법 송금 등의 사고가 발생했던 만큼, 정부가 인적 쇄신을 빌미로 금융사에 관 출신 인사를 꽂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금융노조 측은 성명문에서 "최근 레고랜드 사태에서 보듯이 금융에 문외한 정치인이나 정치권 관련자가 발을 잘못 딛이게 되면 국가 경제 마저 흔들 수도 있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며 "우리는 낙하산 회장들의 폐해를 과거 MB정권 4대 천황을 통해 이미 경험한 바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이어 노조 측은 "금융사는 독립성, 전문성, 경험, 조직에 대한 이해 등을 갖춘 사람만이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다"며 "민간 회사에 대한 낙하산 투하는 10만 금융노동자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정권과 여당에 엄중히 알리고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