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피아 놓고 박용진 의원⸱은성수 금융위원장 설전도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주요 금융협회장의 임기가 만료됐거나 만료를 앞두고 있다.
손해보험협회는 김용덕 전 회장의 임기가 만료돼 현재 공석으로 차기 회장에는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내정됐다. 임기는 다음달 21일부터다. 정 내정자는 기획재정부 전신인 과거 재무부 출신으로 한국증권금융 사장,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이어 손보협회장까지 3차례 연이어 금융 유관 기관장을 차지한다.
생명보험협회장에는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이 유력 후보다. 정 원장은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17, 18, 19대 의원을 지낸 3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통합정부추진위원회 자문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낸 뒤 보험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 원장이 보험연수원장에 오를 때도 낙하산 인사 논란이 거셌다. 보험연수원은 국내 대표 보험교육 전문기관으로 정 원장은 보험 관련 이력이 거의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비전문가라도 대선 캠프 출신이라 보험연수원장에 온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생명보험협회장 후보로 유력 거론되면서 이 같은 비판이 다시 부활할 조짐이다.
은행연합회에도 관피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은행연합회는 그동안 재정경제부 출신인 박병원, 신동규, 유지창 회장 등 역대 회장 12명 중 8명이 재경부와 한국은행 출신으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의 임기가 이달 말로 종료되면서 이번에도 차기 회장 후보로 관 출신 인사들이 거론됐다. 다만 은행연합회 관피아 논란에 대한 부담때문인지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 관 출신 인사들이 회장직 고사의 뜻을 밝혔다. 은행연합회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 7명을 정했으며 대부분 민간 출신 후보다.
금융기관 낙하산 논란에 대해서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10일 박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 위원장에게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던 금융권 낙하산 인사에 대한 금융위 차원의 쇄신안 마련 진행상황에 대해 물었다.
박 의원은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임기만료가 되자마자 손해보험협회장으로 내정된 것 등과 관련한 내용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모든 사기업이나 협회가 기관에 유리한 관련 공직자를 모셔가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4년 뒤, 5년 뒤 내가 갈 수도 있는데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될 수 있겠냐. 그럼 공무원 재취업 심사는 왜 있냐”고 비난했다.
이에 은 위원장은 “업계에 있는 분들이 좋은 분들을 모셔간 것이기 때문에 금융위와는 별개로 봐야 한다”면서 “언론기사는 다 추측”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수출입은행장을 했는데 수출입은행 직원이 거래 기업을 가는 건 맞지 않겠지만, 금융위에서 30년 일했다고 해서 죄를 지은 거냐?”고 반문했다.
은 위원장은 또 “다음에 갈 걸 대비해서 봐줄 거라고 예단하면 어느 공무원이 일을 하겠냐. 공무원들도 자리에서 소신껏 일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건 공무원 전체를 다 모독하는 일”이라면서 “최적의 사람, 능력 면에서 훌륭한 사람이 기관에 가서 잘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보답”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은 “금융위원장이 그렇게 안일하게 말하면 안 된다”면서 “대통령이 전관특혜 전관예우 얘기했는데 그게 공무원 모독하는 거냐”고 말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관피아 논란은 더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의 시장 개입이 본격화되면서 6년 만에 관료 출신 수장들이 다시 약진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금융권 관피아의 부활이 현실화되자 일부에서는 금융권의 자율성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금융권에 관피아 논란이 거센 것은 은행, 보험, 카드, 증권사 등 금융사들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도 정부의 규제는 민감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정책과 규제에 금융사업이 좌지우지될 수 있어 금융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관료 출신을 선호하게 되는데 이는 자칫 금융업권의 자율성과 투명성을 해칠 수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백상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s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