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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경영 명과 암] 유한양행, ‘전문경영인 상징’…오너 없는 100년 기업의 다음 선택은

창업주 유일한 박사 철학 기반 전문경영인 체제 수십 년간 유지
오픈이노베이션 성과 이어가…렉라자 이후 자체 개발 역량 중요
국내 제약 산업은 신약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약 개발에는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오너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내의 목소리다. 하지만 산업계의 오랜 숙제는 기업의 소유와 경영 분리다. 오너 일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결여로 발생하는 문제가 기업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쟁력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기로에 서 있는 국내 제약사들, 오너 경영의 명과 암을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전경. 사진=유한양행이미지 확대보기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전경. 사진=유한양행

올해 100주년을 맞은 유한양행은 국내 기업사에서 드물게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온 기업으로 꼽힌다.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박사는 생전 기업의 공공성과 사회 환원을 강조하며 가족 중심 승계 대신 전문경영인 중심 경영 체제를 선택했다. 실제 유한양행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지난 1969년 유 박사가 제44기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회사 경영을 전문경영인인 조권순 사장에게 넘기면서 시작됐다. 당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창업주 일가 중심의 세습 경영 체제를 구축하던 흐름 속에서 혈연 승계 대신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택한 것을 두고 주목을 받았다. 현재도 국내 재계에서 오너 일가 중심 경영 체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유한양행의 전문경영인 중심 운영 구조는 여전히 이례적인 사례다.

유한양행은 수십 년간 내부 육성과 이사회 중심 운영 구조를 기반으로 기업을 운영해 왔다. 또 외부 영입보다 내부에서 경험과 전문성을 쌓은 인사를 중심으로 경영진을 구성해 주요 의사결정도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를 중심으로 운영해왔다. 특히 사외이사가 사내이사보다 많은 구조와 감사위원회 제도 등을 통해 투명 경영 체계를 구축해 전문경영인 중심 운영 구조를 유지해왔다. 지배구조 역시 일반 오너 중심 기업과 차이를 보여왔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최대주주는 공익법인인 유한재단이다. 유한양행은 창업주 유 박사가 생전 출연한 사회·교육 원조신탁기금을 기반으로 공익법인 중심 지배구조를 이어오고 있으며 유한재단은 사업보고서에서 ‘지분에 의한 지배구조를 이루고 있지 않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지난 2024년 회장직 신설 추진 과정에서는 기존 전문경영인 체제 변화 가능성을 둘러싸고 관심이 모아졌다. 당시 타국에 거주했던 창업주 일가가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유한양행은 신약개발 투자 확대와 오픈이노베이션 성과를 바탕으로 R&D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차원에서 회장직 신설을 시도했다. 현재 회장직은 공석인 상태다. 이에 한 경제개혁 시민단체 관계자는 “창업주의 정신이 현재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현재의 지배구조 변화가 창업주의 창업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각자대표 체제를 통해 전문경영인 중심 경영을 강화하는 흐름과 비교하면, 유한양행의 갑작스러운 회장직 신설은 다소 낯선 행보라는 평가도 있었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 수준의 신약 포트폴리오와 자체 개발 성과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배구조를 확대하는 것이 적절한 지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이후 후속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비만치료제와 면역항암제, AI 기반 신약개발 등 신규 파이프라인 확대에 나서고 있다. 최근 비만치료제 개발과 표적단백질분해(TPD) 기반 차세대 플랫폼 기술 내재화, AI 신약개발 플랫폼 고도화 등을 연구개발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렉라자 역시 외부에서 도입한 기술을 바탕으로 유한양행이 임상 개발과 상업화, 글로벌 기술수출에 성공한 오픈이노베이션 사례라는 점에서 자체 신약개발 역량 입증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유한양행은 최근 3년간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출은 지난 2023년 1조8589억 원에서 2024년 2조677억 원, 지난해 2조1866억 원으로 증가하며 2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2023년 570억 원, 2024년 548억 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1043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유한양행은 현재 실적과 별개로 지배구조 변화보다는 렉라자 이후 자체 신약개발 경쟁력 강화와 후속 파이프라인 성과 확보 여부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를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소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wangsw715@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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