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안(presbyopia)은 수정체(렌즈)의 두께를 잘 조절하지 못해서 발생한다. 노화로 인해 렌즈의 탄성이 감소해 이와 연관된 모양체(ciliary body) 근육 수축 능력도 약화된다.
노안 외에도 망막에 초점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근시(mtopia), 원시(hypermetropia) 등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책으로 라식(LASIK) 및 라섹(LASEK)과 같은 각막을 깎아 굴절률을 교정하거나 렌즈(수정체) 앞쪽과 각막(cornea)사이 인공 렌즈 이식과 같은 다양한 방법이 있다.
현재로서는 렌즈의 노화와 탄성 손실을 되돌릴 수는 없다. 따라서 많은 의학자들은 기능을 상실한 렌즈를 제거하고 인공 렌즈를 삽입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탄성을 잃고 뻣뻣해진 렌즈는 기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백내장의 위험도 증가시키기 때문에 이러한 수술이 필요하다.
현재 안과의 수준에서는 국소 주사를 원하는 위치에 주입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안과 의사 친구들은 다들 손사래를 친다. 기존의 수술도 충분히 효과적인데 불필요한 리스크를 감수하며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동물 실험에서는 이미 국소 주사를 눈에 주입하는 시도는 하고 있다. 신체의 다른 부위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줄기세포 주사 효과를 확인한 바 있고 이를 통한 재생 가능성도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새로운 치료법을 향한 기대감을 갖고 공론화 하기도 했다. 특히, 인도 등 외국에서는 줄기세포 주사를 통해 노안을 교정할 수 있다는 병원과 의사들도 있다.
필자도 시신경의 외상성 손상 환자에게 시신경과 동맥이 뼈에서 나오는 근처에 지속적으로 줄기세포를 주사해 치료에 성공한 적 있다.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안과 질환 치료에 있어서 줄기세포에 대한 기대가 크다.
줄기세포 정맥 주사 방식을 이용한 항노화 치료는 성과를 구체적으로 수치화하기가 어렵지만, 안과 분야에서는 다르다. 안과에서는 검사 기법을 통해 치료 후의 성과를 객관적 수치로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게 해준다.
일각에서는 항노화 시술을 통해 기분 개선, 정력 증진 또는 시야가 밝아질 수 있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긍정적 효과를 느끼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아 줄기세포 치료의 효과와 신뢰도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게 생긴다.
그러나 안과의 굴절 교정 분야에서는 이런 논란이 다소 줄어든다. 여기서는 이미 누적된 경험과 데이터로 확실한 결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의 성공적인 시술로도 그 효과와 가치가 검증되면 줄기세포 치료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다. 일부 치료에서는 혈액에서 세포를 농축해 주사하며 이를 줄기세포 치료라 주장한다.
사실 국소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안과 영역에서는 소량의 세포만 사용되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이 틀리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주사시술의 특성상 다른 혈액 세포들의 비분화 성향을 고려할 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죽은 세포들이 부유해 시야를 방해할 수도 있고 혈소판이 뭉쳐 미세 체액 유통로가 막힐 위험도 존재한다.
드물지만 임상 논문에서 각막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해 배양하는 연구 방법도 제안되기도 한다. 그러나 간단한 것은 아니다. 사실 세포를 배양하게 되면 대부분의 세포가 미분화된 섬유모체포처럼 보이는 세포(fibroblast like)로 변화하는 경향이 있어 그 필요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의료진은 정맥 주사를 통해 시력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줄기세포가 눈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농도의 세포를 주입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주장대로 혈액 50㏄에서 세포를 분리, 농축한다면 그 내용물의 대부분은 혈소판, T세포, B세포와 같은 기능적 의미를 기대하기 어려운 세포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중간엽 줄기세포의 농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상태에서 정맥 주사로 어떠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희석 배수를 따질 필요도 없이 전혀 효과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치료에는 무시할 수 없는 위약효과(placebo effect)가 존재한다. 환자들은 상담과정에서 자신의 상태가 개선될 것이라는 심리적 확신을 얻게 되고, 이는 호르몬의 변화나 근육 수축력의 증가 같은 신체적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이처럼 신경 항진 상태에서는 개선된 시야와 같은 효과를 느낄 수도 있다.
이렇게 실제 효과를 입증받지 못한 가짜 시술부터 구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금전적 이익이 크게 작용하는 이런 영역에서는 의사, 환자, 보호자 간의 정보 비대칭이나 편향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위험도 발생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줄기세포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어 의료 기기 판매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부 의사들도 있다는 점이다.
노안에 대한 제대로 된 치료법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제대로 된 중간엽 줄기세포를 안구 내에 주사한다면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줄기세포의 활성도를 100%에 가깝게 최대한 유지하면서 신속하게 주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배양 용기를 바로 옆에 두고, 세포를 수득하자마자 10분 이내에 주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디에 주사해야 할까? 안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확한 대답은 없다. 일부 논문에서는 혈관이 밀집된 부위는 피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있고 망막까지 접근하는 방식은 노안 치료에는 과도한 접근이라는 의견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모양체를 목표로 그 안의 근육의 수축력을 재생하면 눈의 조절력도 일부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렌즈의 성분까지는 바뀌지 않기 때문에 완전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현재의 치료법보다는 훨씬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술 측면에서 보면, 테논낭(Tenon capsule; 전방을 제외하고 안구를 싸는 근막 구조의 낭) 바로 밑에 주사하는 등 혈관구조를 회피해 모양체근 주변에 주사 이식하는 방법이 있다.
줄기세포의 특성상 필요한 곳으로 일부가 이동해 재생의 기원이 될 가능성이 있어 이를 활용한 치료법이 제시되고 있다.
각막 바로 아래인 전방(anterior chaber)에 주사한다면 모양체를 통과해 계속 순환하는 안방수(aqueous humor)를 따라 세포가 전달될 수 있다.
안과 의사들은 전방에 주사하는 방법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방법도 단순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안에 주입된 줄기세포가 제대로 생착되지 않을 경우 세포 부유물이 빛의 경로를 방해해 시야가 흐려지는 위험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활성 100%인 줄기세포를 배양액과 함께 주사한다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방법은 안방수의 압력이 높아지는 질환인 녹내장 치료에도 효과적일 것 같다. 만약 주사한 것이 문제가 된다면 다시 빼낼 수도 있다.
줄기세포는 30~50미크론(micrometer;1mm의 1,000분의 1) 직경의 36게이지 바늘도 통과할 수 있어 상처 문제 없이 주사할 수 있다. 치료 후 일정 시간 앉아서 안정을 취한다면 줄기세포들이 아랫쪽에 가라앉아 안정적으로 생착될 수 있다. 줄기세포의 활성이 높아 CFU 형성 가능성이 80%를 넘는다면 가능성이 있다.
줄기세포의 움직임에 관해 추측해본다면 전방의 세포가 먼저 혈관이 많은 홍채에 붙었다가 모양체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착한 세포가 이동하는 것이 신체의 다른 부위와 달라 어렵다면 줄기세포의 특성인 측분비(paracrine)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줄기세포에서 분비된 다양한 신호를 통해 모양체 내의 줄기세포를 자극하거나 주변의 세포를 모양체로 유인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 신호물질은 세포 근처 최대 5mm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전체 눈의 직경인 24mm 내에서는 불과 1~2mm만 이동하면 될 것이라는 점도 이 방법의 효과를 크게 기대하는 이유다.

논문에서도 측분비 효과를 기대하는 연구도 많다. 안과 질환의 치료에서는 줄기세포 자체보다는 세포 분비물에 주목해야 한다.
줄기세포 분비물을 모아 농축하는 세포외낭포(EV; extracellular vesicles), 엑소좀(exosomes), RNA 조각, FGF, EGF 등의 성장인자와 아미노산 중합체(peptides)는 보관 및 농축이 용이하다.
그러나 타인의 세포에서 추출한 분비물의 사용은 권장하지 않는다. 각막의 면역 반응은 약하지만, 근육, 홍체 세포 등 다른 부위의 세포가 줄기세포 분비물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따라서 자가 줄기세포가 안전하다.
세포 채취는 눈에서만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 소량의 피부, 지방, 골수, 혈액 등도 충분하다.
정제된 중간엽 줄기세포들을 배양하면서 분비물을 모으는 데 이는 마치 우유를 수집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세포를 잘 살려놓으면 소량의 세포에서도 충분한 용량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강하게 농축된 분비물도 부유물이 없이 깨끗해 시야 방해라는 부작용 걱정도 크게 줄어든다.
줄기세포로 노안을 치료하는 연구를 한다고 할 때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한쪽에서는 줄기세포의 놀라운 치료 가능성에 주목한다. 긍정적인 의견을 표현하는 이들은 대부분 의사에 대한 신뢰가 두터우며 혁신적인 치료 방법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렌즈나 안구의 해부학적 지식에 관한 정보가 제한적일 가능성도 있다.
반면, 일부는 이러한 치료법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들은 노안의 복잡성과 줄기세포의 특성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단순한 치료법으로는 노안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지닐 수 있다.
노안이라는 주제를 꺼내는 이유는 바로 개원한 안과 의사들의 주목을 끌기 위함이다. 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줄기세포를 활용한 노안 치료가 멀리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노안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공통된 현상이다. 물론 필자도 노안 환자 중 한 사람으로서 줄기세포 치료가 빛을 찾아주기를 기대한다.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은 누구?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은 1991년 성형외과 전문의로 의료계에 발을 내디딘 후 지방 성형을 자주 접하면서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대량 지방이식을 시작했다. 특히 전문의로서 지방조직을 연구하던 중 의대에서 배운 것과는 다소 다른 지방이식에 관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줄기세포치료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2007년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를 설립, 동료 의사들과 함께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