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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삶의 방식 진화론적 설명으론 부족…주어진 환경과 효율적 생존방법 알아야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173회)] 문화의 절대성과 상대성

노정용 기자

기사입력 : 2019-11-13 12:09

인도에서는 남편에 대한 사랑을 입증하기 위해 부인이 하루 종일 굶는 카르와 차우트 풍습이 있다. 이처럼 문화는 절대성과 상대성의 양면을 지니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인도에서는 남편에 대한 사랑을 입증하기 위해 부인이 하루 종일 굶는 카르와 차우트 풍습이 있다. 이처럼 문화는 절대성과 상대성의 양면을 지니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작은미미'라는 필명으로 자신의 인도 생활을 한 일간지에 게재하고 있는 작가이자 뮤지션인 '미미시스터즈'의 한 멤버는 최근에 인도에서는 남편에 대한 사랑을 입증하기 위해 부인이 하루 종일 굶는 '카르와 차우트(Karwa Chauth)' 날의 풍습에 놀랐다고 적고 있다(한겨레, 2019년 11월 7일자). 자신을 '타국의 문화를 존중'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하면서도 이 풍습에는 "뒷골이 댕긴다"고 고백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평범한 가정주부뿐만 아니라 의사나 교사와 같은 전문직 여성들도 하루 굶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처럼 타문화를 이해한다고 자부하고 있는 사람들까지도 처음 생소한 문화를 접하고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들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전세계가 '지구촌'이라고 부른 정도로 왕래가 쉽고도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현재에도 이렇다면 처음 생소한 문화를 접한 사람들의 충격과 당혹스러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작은미미'는 인도 부인들의 생소한 풍습을 문화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자신과 다른 모습으로 사는 사람들
지구촌이라 부를 정도 왕래 쉽고 빈번

하지만 이처럼 자신과 다른 생활방식을 가진 것을 문화의 차이라고 이해하기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친다. 약 15세기 초부터 17세기 중반까지를 서구 문화사에서는 '지리상의 발견 시대(age of discovery)' 혹은 '탐험의 시대(age of exploration)'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 당시의 서구의 열강들이 식민주의와 중상주의를 국가 정책으로 삼으면서 광범위한 해외 탐험이 유럽 문화의 강력한 요소로 등장했다. 동시에 여행자들도 다양한 곳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유럽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많은 땅들이 이 시기에 처음으로 서구에 알려졌지만, 대부분은 이미 원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 결과 유럽인들은 세계 도처에서 자신처럼 사람의 외양을 가지고 있지만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생활하는 존재를 발견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세계를 이해하는 틀을 심리학에서는 '도식'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도식으로 이해가 안 되는 새로운 환경이나 사건에 접하면 처음에는 충격과 혼란을 경험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도식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인지적 왜곡(歪曲)이나 부정(否定)이 빈번히 일어난다. 엄밀히 말하면 사람들은 처음 접한 사실의 진실을 이해하는 것보다 자신의 인지도식에 맞춰 이해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충격과 혼란을 경험한 유럽인들은 처음에는 이들이 "인간이 아니다(non-human being)"라고 이해했다. 그들은 모든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양식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사람이라는 자신과 다르게 살아갈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다 많은 정보가 축적되고 더 가까운 관계를 통해 이들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히 당대를 지배하고 있던 기독교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자 이들도 자신들과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과 너무 다른 방식으로 생활하는 원주민들을 인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싫었던 유럽인들은 원주민들은 인간은 인간이지만 자신들과는 종(種)이 다르다는 '다원론(polygenist theory)'을 개발하였다. 이 논리에 의하면 원주민들은 기독교에서 믿고 있는 자신들의 조상인 아담(Adam)과 이브(Eve)의 후손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원주민에 대한 이런 주장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이 자신들과 같은 아담과 이브의 자손이 아니라는 주장은 바로 그들이 신봉하고 있는 기독교의 교리에 어긋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정통적인 기독교 교리에 의하면 모든 인류는 단일 조상, 즉 아담과 이브의 자손이라는 것이었다.

​충격과 혼란 경험한 유럽인들
다른 삶에 "인간이 아니다"고 이해

원주민들을 이해하기 위해 그 다음에 등장한 이론이 '타락설(degeneration)'이다. 이 설명에 의하면, 원주민들은 타락한 조상들의 자손들이라는 것이다. 이 설명도 역시 기독교의 교리에서 나온 것이다. 아담과 이브의 자식 중 죄를 지은 자식으로부터 유래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중세를 벗어나면서 기독교적인 세계관은 더 이상 예전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없었고 기독교적 세계관은 다른 도식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문예부흥기라고 부르는 시기에는 과학과 인문학이 종교를 대신하였다. 이 시기에 나온 가장 그럴듯한 도식이 바로 진화론(evolution theory)에 영향을 받은 설명이었다. 사실 자신들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문화'라는 개념이 확립되고 중요하게 된 것도 바로 진화론으로 설명하기 시작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하게 됐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은 생물학계에만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다. 그의 간결하면서도 충격적인 진화론의 정신은 생물학을 뛰어넘어 인문 사회학계에도 엄청난 영향과 파문을 미쳤다. 같은 사람이고 종도 같고 타락한 것도 아니라면 그들은 단지 살아가는 양식, 즉 문화가 다른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어갔다.
진화론적 설명이 도입한 새로운 개념이 '진보(進步)'라는 개념이었다. 문화가 다양한 것이 점차로 밝혀지면서 서구인들은 문화가 진보, 즉 발달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즉 다양한 문화는 발달의 정도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자신들이 제일 진화된, 즉 제일 발달된 삶의 양식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달의 정도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제일 진화가 된 문화를 가지고 있는 자신들의 삶이었다. 그리고 자신들과 살아가는 모습이 다른 정도가 곧 한 종족의 진화의 정도를 나타낸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문화 진화론(cultural evolutionism)'이라고 부른다. 제일 진화된 삶을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서구인들은 덜 진화된 다른 인간들을 교육하고 계도할 '신성한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까지 생각했다. 진화론적 사고를 문화의 이해에 적용했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이론이 '단선적 진화'를 주장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문화가 단일한 방향으로 발달이 된다는 것이다. 각 문화의 발달단계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직 가족이라는 제도가 정착하지 못한 '성적으로 문란한(sexual promiscuity)' 사회가 발달하면 '모계사회(matrilineality)'가 되고, 더 발달하면 예외없이 '부계사회(patrilineality)'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문화가 모계를 중심으로 하는 가족제도를 가지고 있다면 다음 단계는 틀림없이 꼭 부계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에 대한 정보와 자료가 축적되어 감에 따라 문화 진화론적 설명은 더 이상 지지받지 못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문화상대주의적 설명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 입증되기 시작했다.

문화상대주의에 의하면, 세계 문화가 다양하다는 것은 주어진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생존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 문화는 그 문화의 독특한 환경과 역사적•사회적 상황에서 이해해야 한다. 문화적 가치들은 그 사회관계적 조건에 따라 각각의 고유한 의미를 지니고 그에 따라 각기 다른 사회적 관계를 맺는 윤리 가치를 형성한다.

인도에서 '카르와 차우트(Karwa Chauth)'는 오늘날에도 기혼 여성들 사이에서 열정적으로 진행되는 일종의 축제이다. 여성들은 남편의 안전과 장수(長壽)를 기원하기 위해 기꺼이 하루 동안 금식한다. 그리고 덤으로 남편으로부터 선물을 받는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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