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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민의 인류의 스승] 석가모니·공자·소크라테스·예수의 삶과 가르침의 교집합을 찾아서

(33) 말세(末世)

기사입력 : 2018-05-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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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민(변호사·소설가)
불교와 기독교에 공통적으로 쓰이는 용어 중에 말세(末世)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의미는 완전히 다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말세(末世)는 석가모니의 정법(正法)이 쇠퇴하는 시기를 의미합니다. 불교는 불법이 펴지는 시기를 세 시기로 구분합니다. 석가모니의 가르침과 수행과 깨달음이 골고루 이루어지는 시기인 정법시(正法時), 가르침과 수행은 있으나 깨달음이 없는 시기인 상법시(像法時), 수행도 깨달음도 없고 교만만 있는 시기인 말법시(末法時)입니다. 말법시의 세상을 말세라고 하는데 말세가 되면 불법(佛法)이 땅에 떨어지고 악독하고 어지러운 세상이 펼쳐지게 된다고 합니다. 불교인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말세라고 합니다.

기독교인들 또한 현재 우리가 말세(末世)에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기독교인들이 말하는 말세를 가장 간단하게 정의하면 ‘예수의 부활 승천 이후 재림(再臨) 때까지의 기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라나타’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주님 오시옵소서’라는 뜻의 헬라어로 고린도전서 16장 22절, 요한계시록 22장 20절에 쓰인 말입니다.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 전 제자들에게 ‘여기 서 있는 사람 중에 죽기 전에 인자가 그 왕권을 가지고 오는 것을 볼 자들도 있느니라(마태복음 16장 28절)’는 말을 했습니다. 이에 제자들은 이 말씀을 붙들고 목숨을 걸고 전도했습니다. 그러나 2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예수의 재림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예수가 거짓말을 한 것일까요?

예수는 제자들에게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언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되리니 그제야 끝이 오리라(마태복음 24장 14절)’,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르나니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 아시느니라(마태복음 24장 36절)’고 말한 바 있습니다.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는 ‘사랑하는 자들아 주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다는 이 한 가지를 잊지 말라 주의 약속은 어떤 이들이 더디다고 생각하는 것 같이 더딘 것이 아니라 오직 주께서는 너희를 대하여 오래 참으사 아무도 멸망하지 아니하고 다 회개하기에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고 말합니다(베드로후서 3장 8·9절).

성경을 읽어보면 말세(末世)가 통치권(統治權)과 관련된 개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성경은 이 세상의 통치권이 처음에 사탄에게 속하였다가 예수에게 넘겨졌다고 말합니다. 먼저 누가복음 4장 5·6·7절을 보면 ‘마귀가 또 예수를 이끌고 올라가서 순식간에 천하만국을 보이며 이르되 이 모든 권위와 그 영광을 내가 네게 주리라 이것은 내게 넘겨 준 것이므로 내가 원하는 자에게 주노라 그러므로 네가 만일 내게 절하면 다 네 것이 되리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세상 모든 권위와 영광이 마귀의 것이므로 예수에게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는 마귀의 말을 반박하지 않습니다. 이는 마귀의 말이 사실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마태복음 28장 18·19·20절에는 부활한 예수가 제자들에게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사탄에게 속하였던 이 세상의 통치권이 예수에게 이양(移讓)되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사탄에게 통치권을 허락하신 분도, 이것을 예수에게 넘겨주신 분도 하나님입니다. 그러나 사탄은 통치권 이양에 반발합니다.

요한계시록 12장 7·8·9절 ‘하늘에 전쟁이 있으니 미가엘과 그의 사자들이 용과 더불어 싸울 새 용과 그의 사자들도 싸우나 이기지 못하여 다시 하늘에서 그들이 있을 곳을 얻지 못한지라 큰 용이 내쫓기니 옛 뱀 곧 마귀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며 온 천하를 꾀는 자라 그가 땅으로 내쫓기니 그의 사자들도 그와 함께 내쫓기니라’는 내용이 그것입니다. 땅으로 쫓겨난 마귀는 실질적인 정권 교체를 저지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요한계시록 12장 12절은 ‘땅과 바다는 화 있을진저 이는 마귀가 자기의 때가 얼마 남지 않은 줄을 알므로 크게 분내어 너희에게 내려갔음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기독교에서 말하는 말세는 사탄에게 속하였던 이 세상의 통치권이 예수에게 완전히 이양(移讓)될 때까지의 기간을 말합니다. 실질적인 통치권 교체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정권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합니다. 이에 예수가 제자들에게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세례를 베풀고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고 명령하였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기독교의 세상관이기도 합니다.

이상 불교와 기독교에서 말하는 말세의 의미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같은 말임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아시겠지요? (강정민 변호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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