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 교통법규가 없는 것도 아니고 무면허 운전자가 운전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ITS라는 지능형 교통시스템까지 있음에도 인천 영종대교에서 100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에 선박 항해 관련 법규가 없는 것도 아니고 평형수나 최대 화물량 기준이 없는 것도 아니고 VTS와 같은 항해관제시스템까지 있음에도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에 대출심사 시스템이 없는 것도 아니고 금융사고 예방 전문가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3조원도 넘는 모뉴엘 대출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에 세계적 수준의 의료정보시스템과 의료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질병관리본부와 같은 전담부처가 있음에도 국가경제가 휘청거릴 정도의 메르스 사건이 있었다.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로 불량식품 추방이라는 4대악 근절목표가 있음에도 먹거리 X파일에서는 오늘도 썩은 마늘과 고추가 팔리는 현장을 고발하고 있다. FM(야전교본)이라는 군대용어가 있는데 설마 국방 관련 계약 매뉴얼이 없지는 않겠지만 KFX 한국형전투기 기술 이전 관련 계약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러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언론과 전문가들이 나서서 각종 원인 진단과 대책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 법과 제도가 미흡하다’ ‘전담부처와 인력이 부족하다’ ‘매뉴얼이 없다’ ‘예산이 부족하다’ 등이다. 과연 예산을 투입하여 법과 제도, 전담부처와 인력확충 그리고 매뉴얼을 만들면 위와 같은 대형 사건·사고들이 감소할 수 있을까? 필자도 그러기를 바라지만 그것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위에 열거한 모든 사건·사고를 처리하는 매뉴얼이 있지만 매뉴얼대로 하지 않는 사람이 있고 프로세스와 데이터도 있지만 사람의 실수나 악의적인 의도가 개입하는 순간 뒷단에서는 앞단에서 매뉴얼대로 프로세스를 타고 나에게 온 것이니깐 믿을 만하다고 오히려 신뢰성을 제고시키는 오류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각종 대형 사건·사고에 대한 위험요소를 예측하고 발견해내는 시스템 즉 ICT가 프로세스와 의사결정 지원에 녹아들어 내재화된 스마트 경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사람 심지어는 그 분야 전문가들조차도 놓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사물인터넷(IOT)의 각종 센싱을 통해 자동 인지할 수 있어야 하고 매뉴얼을 숙지하여 매뉴얼대로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뉴얼을 시스템으로 구현하여 매뉴얼대로 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 하고, 매뉴얼대로 한 것에 대한 로그(이력)들이 관리되어야 하고, 사람이 모든 데이터를 입력시키는 것이 아니라 프로세스 단계마다 사물을 비롯한 빅데이터들까지 입력되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것이다.
선박의 평형수를 검사 받자마자 쏟아버려도 걸리지 않으면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평형수 센서데이터가 관리기관의 관제시스템에 실시간으로 전송되도록 하고 배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전주기가 관리 관제되도록 해야 진정한 스마트 경영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사용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 아니고 사용할 수밖에 없거나 내가 모르는 사이에 사용하고 있는 상황 그리고 실시간 전주기 관리라는 의미에서 필자는 굳이 ICT를 활용한이 아닌 내재화 된이라는 용어를 선택한 것이다.
끝으로 우리나라 정부공공에서 하루빨리 IOT, 빅데이터, 그리고 클라우드와 같은 ICT가 내재화 된 실시간, 전주기 관리경영을 통하여 대형 사건·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는 기존의 정보화 부서에서 SI사업방식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최고경영자(CEO)가 스마트 경영을 이해하고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고대식 목원대 교수(한국정보기술학회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