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뉴욕증시 휘청
![미국 소매판매지수/표= 미국 상무부](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allidxmake.php?idx=5&simg=20250214163138012084a01bf698f1209125250.jpg)
즉 소매 판매가 과열로 나오면 금리인하를 연기하거나 아예 금리동결 또는 금리인상을 해야할 수도 있다. 뉴욕증시가 소매판매 지수에 민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뉴욕증시뿐 아니라 달러환율 국채금리 국제금값 유가 그리고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가상화폐도 소매판매 지수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소매판매지수는 미국 상무부가 조사해 발표한다.
14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1월 소매만매지수는 그 전달은 물론 뉴욕증시의 예상치 보다 높았다. 고용보고서와 CPI PPI 물가지수에 이어 미국 연준 FOMC 금리인하에 또하나의 장애가 발생한 셈이다. 앞소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소매판매가 7천292억 달러로 전월 대비 0.4% 증가했다고 밝혔다. 작년 11월 소매판매 증가율이 기존 발표된 0.7%에서 0.8%로 상향 조정된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12월 소매판매는 전망 수준에서 높아진 것이다. 소매 판매 지표는 전체 소비 중 상품 판매 실적을 주로 집계하는 속보치 통계로, 미국 경제의 중추인 소비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한국의 경우에는 지난해 반도체 수출 회복 등 영향으로 산업생산이 전년보다 증가 폭을 키우며 호조세를 보였다. 서비스 생산, 소매판매, 건설 등 내수 지표 등은 모두 부진해 부문별 온도 차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12월에도 산업생산은 늘었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등 영향으로 소매판매는 감소했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작년 전산업생산 지수는 113.6(2020년=100)으로 전년보다 1.7% 증가했다. 광공업 생산이 4.1% 증가하면서 전체 산업생산 호조세를 견인했다. 전기장비·1차금속 등에서 줄었지만 반도체·의약품 등에서 늘었다.
광공업 출하는 최근 부진한 내수 상황을 반영하듯 수출에서 4.0% 늘었지만 내수는 2.0% 감소하면서 차이를 보였다. 제조업 생산은 2023년엔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2.6% 감소했으나 작년에 4.4% 늘며 증가세로 전환했다. 서비스 소비가 반영된 서비스 생산은 작년 1.4% 증가했다. 증가 폭이 전년(3.2%)의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며 코로나19 사태가 있던 2020년(-2.0%) 이후 4년 만에 최소 폭을 기록했다. 산업별로는 도소매 등에서 줄었지만 운수·창고, 금융·보험 등에서 증가했다.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은 2.2% 줄었다.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던 2003년(-3.2%) 이후 21년 만에 최대 폭 감소다.
한국의 소매판매액은 2022년 이후 3년 연속 줄며 감소 폭도 커지는 모습이다.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감소다. 소비재별로 보면 승용차 등 내구재(-3.1%),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4%), 의복 등 준내구재(-3.7%)에서 모두 판매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소매판매액이 '신용카드 대란' 사태로 소비가 얼어붙은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작년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다.
반면 미국의 소매판매는 증가세를 보여 소비 수요가 강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결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소매판매는 지난해 11월 수정치 0.8% 증가에 이어 12월에도 0.4% 상승했다. 자동차 딜러, 가구점, 의류 매장 등 주요 소비재 판매가 증가한 반면에 외식과 건축 자재 판매는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동차 딜러 매출은 0.7% 증가했다. 온라인 판매는 0.2% 증가에 그쳤다.
미국 노동시장의 강세도 소비 지출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달 비농업 고용은 큰 폭으로 증가했고, 실업률은 11월 4.2%에서 4.1%로 하락했다. 임금 상승은 소비 여력을 강화시키며 소매판매 증가를 이끌었다. 연준은 지난해 금리를 100bp 인하했지만 2025년에는 한 차례의 금리 인하만 예상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으로 인한 물가 상승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도 시행 전 상대국과의 협상 여지를 남기면서 한국시간 14일 아침 뉴욕증시가 강세로 마감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42.87포인트(0.77%) 오른 44,711.4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63.10포인트(1.04%) 오른 6,115.0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95.69포인트(1.50%) 오른 19,945.64에 각각 마감했다.
S&P 500 지수는 이날 장 마감을 앞두고 6,116.91까지 오르며, 지난달 23일의 고점(종가 기준 6,118.71) 경신을 눈앞에 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각국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두루 고려해 상호 관세를 세계 각국에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한 가운데 시기와 대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시장의 관세 관련 우려를 덜었다.
스파르탄 캐피털증권의 피터 카딜로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각서에 서명했지만 구체적인 시행 일정이나 대상국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런 사실이 분명해지면서 시장이 강세로 반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월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실제 관세 부과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기보다는 상대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 성격이 강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4%로, 시장 전망(0.3%)을 웃돌았지만, 세부 지표가 긍정적으로 해석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덜었다. 뉴욕증시 월가에선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PPI 지표를 종합해 볼 때 의료비 등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에 비중이 큰 구성 요소들은 큰 변동이 없거나 소폭 상승에 그친 점에 주목했다.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연준이 실제 통화정책 판단 기준으로 삼는 지표다.
1월 소비자물가의 '깜짝 상승'에 급등했던 채권 금리는 이날 반락했다.뉴욕증시 마감 무렵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53%로 하루 전 같은 시간 대비 10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도 이날 강세를 나타냈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는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가 이날 출하한 기업용 서버에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블랙웰이 탑재됐다는 소식에 3.16% 상승했다. 테슬라는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미 행정부 내 영향력을 확대하며 자율주행 등 규제 완화를 앞당길 것이란 월가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5.77% 급등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와 관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적용 관세율이 낮아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대행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미국이 관세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 디지털서비스세 등 비관세장벽까지 포함해 평가하겠다고 예고한 점을 고려해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대행은 또 "미국 측의 핵심 관심 사항을 파악하고 산업통상자원부·기재부 등 관계 부처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우리의 취약점과 비관세장벽 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미국에 설명 자료 준비 등 철저한 대비를 지시했다. 간담회에는 외교부·산업부 장관과 국무조정실장,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 등이 참석해, 지난 13일 트럼프 미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각서 서명 관련 동향과 대응 방향 등을 논의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