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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美 중간선거 겨냥 보복관세…'주권전쟁' 확산

700개 품목 최대 50% 관세…미국 특정 주 겨냥해 정치적 압박
카니 지지율 60%로 상승…프랑스어·통상주권 놓고 갈등 전면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사진=토론토 시티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사진=토론토 시티뉴스

캐나다가 미국산 제품 700개에 최대 50%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무역전쟁을 본격적인 장기전으로 전환했다.

특히 캐나다 정부는 단순히 미국의 관세 규모와 세율을 맞추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주의 제품까지 전략적으로 겨냥했다고 밝혔다.

관세 협상 결렬 원인도 자동차와 철강을 넘어 캐나다의 독자적인 무역정책, 프랑스어·문화 보호 문제로 확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온타리오호를 '아메리카호'로 바꾸는 방안까지 거론하면서 양국 갈등은 경제를 넘어 주권과 국민감정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26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276억캐나다달러(약 27조6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15%, 25%, 50%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전날 발표했다.

미국이 지난 22일부터 약 200억달러(약 27조7000억원) 규모의 캐나다산 상품에 50% 관세를 적용한 데 대해 금액과 세율을 맞춰 대응한 것이다.

캐나다의 보복관세는 9월8일부터 발효된다.

◇700개 품목 선정에 美 중간선거 계산

캐나다의 보복 대상에는 미국산 철강, 알루미늄, 가구, 의류, 치즈, 가전제품, 수산물, 전자제품, 공구 등이 포함됐다.

철강·알루미늄 일부 제품, 가구, 의류에는 50%, 치즈·가전제품·일부 수산물에는 25%, 전자제품·공구에는 15%의 관세를 부과한다.

식품, 향수·화장품, 플라스틱, 목재, 펄프·종이, 카펫, 기계류, 철도기관차, 오토바이, 게임기기 등도 대상이다.

캐나다 정부가 품목을 고른 기준에는 미국 국내정치까지 포함됐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장관은 보복관세가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11월3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압력을 가하는 목적도 있다고 밝혔다.

특정 미국 주에서 생산되는 상품을 의도적으로 포함해 해당 지역 기업과 유권자들이 관세 피해를 체감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이 새로 부과한 관세는 캐나다의 대미 수출 가운데 약 5%에 적용된다. 캐나다의 보복관세 역시 미국의 대캐나다 수출 가운데 약 6%에 해당한다.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보면 제한적이지만 피해가 특정 산업과 지역에 집중될 수 있어 정치적 파장은 더 클 수 있다.

◇7조5000억원 지원…36개월 버틸 자금도 공급

캐나다는 기업과 근로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75억캐나다달러(약 7조5000억원) 규모의 지원책도 함께 내놨다.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관세 피해 기업 자금 공급,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놓인 근로자를 위한 대책 등이 포함됐다.

캐나다연방기업개발은행은 피해 기업에 250만~500만캐나다달러(약 25억~50억원)의 무이자 대출을 제공한다.

기업들은 36개월 동안 원금을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 임기 말까지 무역전쟁이 계속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장기 지원책이다.

프랑수아-필립 샴페인 캐나다 재무부 장관은 캐나다가 갈등을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 통합이 상생의 기반이 아닌 압박 수단으로 이용될 경우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합의 직전 깨진 협상…트럭·철강 넘어 '주권' 충돌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양국 협상은 한때 타결 직전까지 갔다.

미국과 캐나다 협상단은 18일 합의의 큰 틀에 접근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관세 시행을 사흘 미루며 합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세부 협상이 진행되면서 자동차, 철강·알루미늄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다시 커졌다.

특히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이 자동차와 금속 분야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 협상이 어려워졌다고 NYT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은 승용차보다 큰 중·대형 트럭의 관세를 충분히 낮추는 데 부정적이었지만 캐나다는 이를 핵심 요구사항으로 삼았다. 캐나다 온타리오에서는 제너럴모터스의 실버라도, 포드의 F-350·F-450 등 대형 차량이 생산된다.

미국은 캐나다의 향후 제3국 무역협정에도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가 제3국 철강에 부과하는 관세를 미국 정책과 맞추고 앞으로 미국이 특정 국가에 관세를 올리면 캐나다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공공사업에서 자국 제품과 공급업체를 우대하는 캐나다의 '바이 캐나디안' 정책을 빠르게 축소하는 문제도 제기됐다.

캐나다 측은 이를 단순한 관세 문제가 아니라 독자적으로 무역정책을 결정할 권한과 관련된 사안으로 받아들였다.

카니 총리는 협상 과정에서 캐나다가 미국의 '자회사'처럼 취급되는 태도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미국 측은 캐나다가 주요 교역국 가운데 가장 유리한 미국 시장 접근 조건을 제안받았음에도 추가 양보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는 입장이다.

◇프랑스어까지 협상 쟁점…美·캐나다 주장 엇갈려

협상 막판에는 프랑스어와 캐나다 문화 보호정책까지 쟁점이 됐다.

NYT가 협상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캐나다산 영화·방송 프로그램을 온라인에서 더 쉽게 찾도록 하는 제도를 비롯해 디지털 콘텐츠 관련 규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캐나다에서는 영어와 프랑스어가 모두 공식 언어이며 특히 퀘벡주는 제품 표시, 문화콘텐츠 등을 통해 프랑스어를 보호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카니 총리는 프랑스어와 프랑스계 문화 보호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는 권리라고 강조했다.

미국 측은 프랑스어 자체를 제한하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미국 협상 관계자는 프랑스어를 직접 겨냥한 요구는 하지 않았으며 관련 디지털 규제 문제에서도 협상 여지가 있었다는 입장이라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25일 캐나다인의 프랑스어 사용에 간섭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카니 총리의 주장을 부인했다.

결국 양측은 같은 요구를 두고도 미국은 디지털·무역장벽 문제로, 캐나다는 언어와 문화 주권의 문제로 받아들이면서 갈등이 커진 셈이다.

◇트럼프 압박할수록 카니 지지 결집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압박은 캐나다 국내에서는 오히려 카니 총리를 중심으로 여론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카니 총리의 국정 지지율은 최근 3%포인트 상승해 60%에 도달했다.

최근 실시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온타리오, 매니토바 등 정치 성향이 서로 다른 주정부 지도자들도 카니 총리의 대응을 지지하고 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과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 수 있다는 반복적인 발언이 이번 갈등을 단순한 관세 문제가 아니라 캐나다의 주권 문제로 바꿔놓았다고 분석했다.

캐나다 정부가 미국 중간선거를 의식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악시오스는 카니 총리가 11월 선거를 거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추진력이 약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시장의 분석을 전했다.

다만 장기전에는 위험도 따른다.

캐나다의 실업률은 이미 6.4%이며 관세전쟁으로 철강·자동차 생산이 줄어들 경우 온타리오 등 제조업 중심 지역의 고용 충격이 커질 수 있다.

◇'온타리오호→아메리카호'…갈등 감정싸움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양국 갈등을 상징하는 발언도 내놨다.

그는 미국이 캐나다 온타리오주와 앞으로 많은 거래를 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온타리오호의 이름을 '아메리카호'로 바꾸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타리오호는 북미 5대호 가운데 하나로 북쪽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남쪽은 미국 뉴욕주와 맞닿아 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름을 변경하더라도 캐나다가 이를 인정할 가능성은 낮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꾸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한 바 있다.

도미닉 르블랑 캐나다 대미무역 담당 장관은 미국 행정부가 소셜미디어에서 매일 내놓는 발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내부에서도 캐나다를 향한 공격적 언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공화당 인사와 미군 전직 고위 인사들이 캐나다의 군사적 역할을 깎아내리는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의 발언과 관세전쟁에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캐나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오랜 동맹국이자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를 미국과 공동 운영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 등에서도 미군과 함께 싸웠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캐나다와 경제적으로 긴밀한 미국 북부 주에서는 고율 관세가 기업과 소비자에게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공화당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새 관세가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는 아직 제한적이다. 그러나 자동차·철강 같은 핵심 산업에 추가 관세가 예고되고 보복 대상이 미국 중간선거의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까지 활용되면서 갈등의 성격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관세에서 시작된 양국 충돌이 이제 무역정책 결정권, 프랑스어와 문화, 국가 주권과 국민감정까지 뒤섞인 장기 대결로 확대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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