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가 쌓은 TGA 9500억달러 활용 가능…단기채 추가 발행 외 새 선택지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재무부가 약 9500억달러(약 1314조8000억원)에 달하는 정부 현금계정을 장기국채 바이백(재매입) 확대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장기 국채금리가 약 20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치솟자 재무부가 바이백 규모를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한 데 이어 이미 확보해둔 현금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새로운 재원조달 방안이 구체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CNBC는 미 재무부 고위 관계자 2명을 인용해 재무부가 장기국채 바이백 재원으로 재무부 일반계정(TGA)을 활용할 수 있다고 2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TGA는 미국 정부가 연방준비제도에 두고 세금 수입을 보관하거나 정부 지출에 사용하는 일종의 정부 운영자금 계좌다. 현재 TGA 잔액은 약 9500억달러에 이른다.
관계자들은 TGA 자금 가운데 실제로 얼마를 바이백에 사용할지 또는 언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TGA 잔액 전체가 국채 매입에 투입된다는 의미도 아니다.
다만 재무부가 필요할 경우 이 자금을 바이백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 바이백 재원 ‘단기채 발행’ 외 선택지 생겨
이번 방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장기국채를 사들일 자금을 어디에서 마련할지를 둘러싼 시장의 의문에 새로운 답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미 재무부는 지난주 만기가 10~30년인 장기국채 가운데 거래가 상대적으로 적은 기존 발행분을 사들이는 바이백 규모를 회당 20억달러(약 2조7680억원)에서 최소 40억달러(약 5조5360억원)로 두 배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이후 CNBC 인터뷰에서 회당 매입액이 40억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당시 재무부는 매입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재무부가 단기국채를 추가로 발행해 확보한 자금으로 장기채를 사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베선트 장관은 장기채를 사들이고 대신 단기채 발행을 늘려 국채의 만기구조를 바꾸는 방식을 ‘트레저리 트위스트’라고 표현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TGA를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재무부가 당장 단기국채 발행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바이백을 확대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겼다.
단기채 발행 방식이 배제된 것은 아니다. 재무부 관계자들도 향후 단기채를 발행해 바이백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베선트 취임 후 현금잔액 9500억달러까지 확대
TGA 잔액은 베선트 장관 재임 기간 크게 늘었다.
현재 약 9500억달러인 잔액은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목표로 했던 약 5500억~6000억달러(약 761조2000억~830조4000억원)를 크게 웃돈다.
CNBC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기존 세금 수입 등을 활용해 TGA의 현금잔액을 늘렸다.
이미 현금이 계정 안에 들어 있기 때문에 TGA를 사용하면 재무부는 당장 새로운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도 장기채를 매입할 수 있다.
재무부 관계자들은 TGA 일부를 사용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정부의 현금운용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음 부채한도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약 요인이 될 시점은 내년 겨울이나 이른 봄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TGA의 현금을 사용한다고 해서 정부의 자금조달 필요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계좌 잔액을 나중에 다시 채우려면 결국 세입을 확보하거나 국채를 추가 발행해야 한다.
따라서 TGA 활용은 장기국채 바이백에 필요한 자금을 당장 마련할 수 있게 해주지만 장기적으로 정부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은 아니다.
◇ ‘실탄 부족’ 의구심에 새로운 변수
재무부는 최근 장기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시장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주 바이백 규모를 두 배로 늘린다는 발표가 나오자 장기국채 가격은 상승하고 금리는 급락했다.
그러나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30년물 국채금리는 하루 만에 하락폭의 상당 부분을 되돌렸다. 32조달러(약 4경4288조원)가 넘는 미 국채시장의 규모에 비해 회당 40억달러의 바이백은 지나치게 작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재무부의 시장 개입 능력을 둘러싼 회의론이 다시 커졌다.
TGA 활용 가능성은 이런 평가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약 9500억달러의 현금계정 가운데 일부라도 바이백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재무부가 단기채 발행에만 의존할 때보다 자금운용의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CNBC 보도 이후 미 국채금리는 하락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약 4bp(1bp=0.01%포인트) 떨어진 4.70% 수준으로 내려갔고 30년물도 약 4bp 하락해 5.23% 수준을 나타냈다.
30년물 금리는 지난주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른 바 있다.
◇ 40조달러 부채 속 바이백 실효성 시험대
미국 재무부가 장기금리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급증한 정부 부채와 이자비용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최근 사상 처음 40조달러(약 5경5360조원)를 넘어섰다.
장기국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정부가 기존 부채를 차환하거나 새로 돈을 빌릴 때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도 커진다. 주택담보대출과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에도 영향을 준다.
베선트 장관은 현재 장기금리가 미국 경제의 기초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국채 바이백 확대를 추진해왔다.
재무부는 확대된 장기국채 바이백을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실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실제 매입이 시작될 때 재무부가 TGA 자금을 얼마나 활용할지와 그 규모가 장기금리를 의미 있게 낮출 수 있을지가 다음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