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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돈’ 시대 끝나고 ‘자본 부족’ 시대 왔다… 요동치는 글로벌 돈줄 향방

"투자금 마른다"… 인프라·AI 등 4대 분야로 글로벌 자금 급속 쏠림
美 시타델 "매수세 전환" 진단 속 패시브 자금 역대 최대 유입
한국 시장선 외국인 순매도 지속… 9월 美 금리 결정이 분수령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이 8월 들어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투자자들이 현금을 쥐고 관망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빠르게 돈을 옮기는 모양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이 8월 들어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투자자들이 현금을 쥐고 관망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빠르게 돈을 옮기는 모양새다. 이미지=제미나이3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이 8월 들어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투자자들이 현금을 쥐고 관망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빠르게 돈을 옮기는 모양새다.

올해 들어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지수 추종) 펀드에만 16000억 달러(2272조 원)가 몰리며 시장은 뚜렷한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글로벌 금융사 시타델증권은 지난 811(현지시각) 이를 두고 시장의 주도권이 매도자에서 매수자로 완전히 넘어갔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 시장은 이 같은 글로벌 훈풍에서 좀 비껴서 있다. 최근 일부 외국인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들어 오지만,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시장에서 팔아치운 금액만 185조 원을 넘어섰다. 글로벌 자금 대이동 속에서 한국 시장에 외국인이 언제, 어떤 조건을 계기로 다시 돌아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과열 신호 뚫고 사자로 돌아선 글로벌 투자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 분위기는 냉각될 조짐을 보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지난 7월 초 글로벌 펀드매니저 21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의 현금 보유 비중은 3.6%까지 떨어졌다. 통상 펀드매니저들의 현금 비중이 4.0% 밑으로 내려가면 시장에 남은 실탄이 부족해 조만간 주가가 꺾일 수 있다는 매도 신호로 본다.

시장 과열 정도를 나타내는 불앤베어(Bull & Bear) 지표역시 매도 기준선인 8.0을 훌쩍 넘긴 9.7까지 치솟았다. 2002년 지표 집계 이후 17번째에 불과한 극단적인 과열 구간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통상적인 과열 경고를 딛고 다시 매수세로 전환했다. 시타델증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6월 말 매도세를 멈추고 8월 들어 순매수로 돌아섰다. 지난달 한 달간 패시브 자금 유입액만 3500억 달러(497조 원)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기업들이 주가 안정을 위해 사들일 준비를 마친 자사주 대기 자금도 1조 달러(1420조 원)를 웃돈다.

기업들의 탄탄한 기초체력(실적)도 매수세를 뒷받침한다. 2분기 미국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동기 대비 33% 급증했다. 반면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20.1배로, 지난해 10(23.1)보다 낮아져 밸류에이션 부담이 덜해졌다.

'저축 과잉'에서 '자본 희소'로… 대변화의 배경


글로벌 자금이 이처럼 숨 가쁘게 움직이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골드만삭스는 지난 810일 보고서에서 그 배경으로 저축 과잉에서 자본 희소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지목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여 년간은 세상에 돈은 넘쳐나는데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초저금리가 이어지던 저축 과잉의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돈의 공급보다 돈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훨씬 많아지면서 돈값(금리)이 치솟는 자본 희소의 시대가 열렸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전 세계의 자금을 무섭게 빨아들이는 4대 축으로 ▲인공지능(AI) 인프라 ▲각국의 제조업 재건(재산업화) ▲국방비 증액 ▲에너지 전환을 꼽았다. 대표적으로 AI 인프라 구축 하나에만 연간 8000억 달러(1136조 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요구된다.

자본이 귀해지자, 시장 곳곳에서 돈 가뭄 현상도 목격된다. 올 상반기 반도체 레버리지 투자로 439%라는 기록적인 수익을 냈던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레오폴드 아셴브레너는 7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28.6% 급락하자 보유 자산 160억 달러(227200억 원)를 시타델에 전량 매각해야 했다.

급격한 변동성에 자금을 버텨낼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역시 지난 810일 고객사들이 반도체를 살 돈을 지원하기 위해 블랙록·블랙스톤 등 6개 대형 자산운용사와 공동 금융 플랫폼을 꾸리기도 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40조 달러(56800조 원)를 넘어서고,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치인 5.27%까지 치솟은 것도 시장의 자본 부족을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공짜 돈(초저금리) 시대는 끝났다"는 뜻이다. 자본이 희소해진 만큼 시장은 아무 기업에나 자금을 빌려주지 않는다. 확실하게 이익을 내는 알짜 기업과 국가적 대세로 자리 잡은 AI·인프라 섹터로만 전 세계 투자금이 쏠리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한국 시장의 현주소와 향후 관전 포인트


이 같은 글로벌 자본 쏠림은 한국 시장에 깊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한국은행이 8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한국 주식시장에서만 총 1858800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외국인 순유출 규모의 18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다만 바닥을 다지는 조짐도 일부 감지된다. 7월 주식 순유출액은 2939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줄어들었고, 채권 시장은 13600억 원 순유출로 돌아서며 자금 이동의 방향을 바꿨다. 한편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7월 말 6076900억 원으로 2개월 연속 증가하며 세계 10위 자리를 되찾았다. 외국인 자금은 빠져나갔지만, 대외 안전판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향후 시장 흐름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공존한다. BofA매도 신호는 과거 24년간 16차례 발생했으나, 신호 이후에도 증시가 추가 상승하며 빗나간 사례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 매도 경고가 나온 주에도 뉴욕 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또한 골드만삭스가 진단한 자본 희소 구조 역시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결정과 중동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변동성을 겪을 수 있다. 글로벌 자금 대이동의 방향은 이미 잡혔지만, 그 속도와 최종 안착지는 9월 주요 대외 이벤트를 거치며 진정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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