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항 혼선에 브렌트 3%대 상승…물가·실적 발표 앞두고 변동성 확대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이 이란을 추가 공습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미국 주가지수 선물이 하락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과 해상 당국은 남부 항로를 통한 운항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공급 불안과 물가 재상승 우려가 겹치며 이번 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이하 현지시각) 아시아 장 초반 브렌트유가 개장 직후 3% 올랐고 미국 S&P500 선물이 0.2%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달러도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보였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전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할 수 있는 이란의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추가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란은 미국의 기존 공습에 대응해 쿠웨이트, 요르단, 카타르 등 미국 동맹국을 겨냥한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나섰다.
◇ 호르무즈 통항 놓고 엇갈린 주장
시장 불확실성을 키운 핵심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란은 해협을 폐쇄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 군 당국과 해상 관련 기관은 남부 항로를 통해 선박 운항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통항이 완전히 끊긴 것인지, 일부 항로만 위험해진 것인지를 두고 시장 판단이 엇갈렸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운송의 핵심 통로다. 이 지역에서 통항 차질이 현실화하면 원유 공급뿐 아니라 운임과 보험료, 정제연료 가격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추가 충돌 이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78.68달러(약 11만8000원)까지 올랐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3.89달러(약 11만1000원)까지 상승했다. 블룸버그 집계에서도 WTI는 13일 오전 도쿄 시간 기준 배럴당 73.98달러(약 11만1000원)로 3.6% 올랐다.
유가 상승은 중동 충돌이 원유 공급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다. 다만 시장 반응은 전쟁 초기의 급등장과는 다소 달랐다. 투자자들은 전면전 가능성보다 제한적 충돌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운항 상태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권에서 시험대
유가 급등은 주식시장에도 부담이다.
S&P500 선물은 13일 오전 0.2~0.3% 하락했다. 지난 10일 현물 S&P500지수가 0.4% 오르며 마감했지만 주말 사이 중동 긴장이 다시 커지자 위험자산 선호가 약해졌다.
AT글로벌마켓의 닉 트위데일 수석시장분석가는 “주말의 새로운 전개가 최근 시장에 퍼진 낙관론을 시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권에 가까운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어 충격을 흡수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번 주에는 주요 기업 실적 발표도 예정돼 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가 14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S&P500 기업의 2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과 아시아도 이익 개선 기대가 높다. 도이체방크 전략가들은 스톡스600 기업의 2분기 이익이 12%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 구성 기업의 이익은 39%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기대가 이미 높다는 점이다. 주가가 사상 최고권에 있고 밸류에이션도 높아진 상황에서는 실적이 예상을 밑돌 경우 주가 조정폭이 커질 수 있다.
◇ 유가 상승은 물가·금리 변수
중동발 유가 상승은 이번 주 미국 물가 지표의 중요성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은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는 이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전 마지막 물가 지표다. 시장은 헤드라인과 근원 물가 상승률이 6월에 소폭 둔화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두 지표 모두 연준 목표인 2%를 여전히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가 다시 오르면 물가 둔화 흐름은 흔들릴 수 있다.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가격은 소비자물가와 기업 비용에 직접 영향을 준다. 운송비와 물류비 상승은 상품 가격에도 뒤늦게 반영될 수 있다.
금리 전망도 바뀌고 있다. 스와프 시장에서는 12월까지 연준이 약 40bp(1bp=0.01%포인트)의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6월 초 약 15bp 수준과 비교하면 긴축 기대가 크게 커졌다.
케빈 워시 연준 신임 의장의 미 의회 증언도 시장 변수다. 워시 의장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의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그는 그동안 금리 전망에 대한 전진 지침을 줄이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투자자들은 물가와 유가 충격,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 달러 강세, 가상자산은 약세
중동 긴장과 금리 인상 기대는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유로는 달러 대비 0.2% 하락해 1.1392달러를 기록했다. 엔화는 달러당 161.95엔으로 0.2% 약세를 나타냈다. 호주달러도 0.3% 떨어진 0.6936달러에 거래됐다. 위안화 역외 환율은 달러당 6.7834위안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가상자산도 약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은 0.5% 하락한 6만3822.97달러(약 9590만원), 이더리움은 0.8% 내린 1805.85달러(약 271만원)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는 안전자산 선호와 금리 인상 기대가 함께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동 지정학 위험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달러와 현금성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동시에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커지면 달러 수익률 매력도 높아진다.
◇ 낙관론과 유가 충격의 충돌
이번 주 시장의 핵심은 기업 실적 기대와 지정학 위험의 충돌이다.
주식시장은 그동안 인공지능 투자와 기업 이익 개선 기대에 힘입어 상승했다. 기술 대형주 중심이던 랠리도 점차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유가 상승과 금리 인상 기대가 강해지면 기업 마진과 소비 심리는 동시에 압박받을 수 있다.
중동 충돌이 제한적으로 끝나고 호르무즈 통항이 유지된다면 시장은 다시 실적과 물가 지표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해협 운항 차질이 커지거나 이란과 미국의 공격이 확대되면 유가는 더 민감하게 움직일 수 있다.
현재 시장은 아직 전면적 위험 회피로 돌아서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상 최고권 주가, 높은 실적 기대, 연준 긴축 가능성, 호르무즈 불확실성이 동시에 놓이면서 작은 충격에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환경이다.
미국과 이란의 추가 충돌은 이번 주 금융시장의 출발점을 바꿔놓았다. 투자자들은 이제 기업 실적만이 아니라 유가와 물가, 중앙은행의 대응,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통항 상황을 함께 확인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