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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과 은폐’의 한계 부딪힌 中… 디플레이션과 재정 부식의 늪에 갇히다

지방정부 58조 위안 규모 LGFV 부채, 금융안정 직격탄… 실질 성장률 2%대 주저앉아
FDI 10.3% 급감에 청년실업 15.6% ‘이중고’… 내수 부진이 초래한 90년대 일본식 장기 침체 입구
소비 주도성장 실패 시 글로벌 원자재 시장 및 공급망 ‘역(逆) 차이나 쇼크’ 파장 예고
중국 베이징 중심업무지구(CBD)의 사무실 건물들을 바라보는 전망대에 사람들이 서 있다, 2025년 11월 12일.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베이징 중심업무지구(CBD)의 사무실 건물들을 바라보는 전망대에 사람들이 서 있다, 2025년 11월 12일. 사진=로이터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성장 엔진이 내부의 구조적 모순과 재정적 부식으로 인해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와 글로벌 신용평가사 분석 내용을 보면, 사상 최대의 수출 무역 흑자라는 화려한 장부 이면에는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 시한폭탄과 고사 직전의 내수 불황이 겹치면서, 이른바 ‘1990년대 일본식 장기 불황(잃어버린 10년)’의 펜스 안으로 진입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당국이 단기적인 금융 처방과 정치적 통제로 위기를 은폐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소득 분배와 소비 구조 개혁이 지연될 경우 글로벌 경제 지형 전체를 뒤흔들 ‘역(逆) 차이나 쇼크’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① 부채·재정의 저강도 위기: ‘연장과 은폐(Extend and Pretend)’의 한계


중국 거시경제의 가장 취약한 고리는 지방정부 조달기구(LGFV)의 거대한 부채 장부다. 국제통화기구(IMF)는 중국 LGFV의 부채 규모를 약 58조 위안(약 1경 2,850조 원)으로 명시하며, 이를 글로벌 금융 안정의 심각한 리스크 요인으로 공식 규정했다.

애틀랜틱카운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부채의 근본적인 청산 대신 만기를 뒤로 미루고 장부에서 지워버리는 ‘연장과 은폐(Extend and Pretend)’ 전술을 반복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당국이 단행한 10조 위안 규모의 채무 재구조화 조치는 숨겨진 총부채의 25%를 상각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0년 이후 채무조정을 거친 기업 다수가 내수 침체를 버티지 못하고 40% 이상 재부도(Re-default)를 내며 금융권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구이저우, 닝샤, 랴오닝, 칭하이 등 재정 자립도가 무너진 지방정부의 채무 상환 위험은 임계점에 도달했다.

S&P의 분석에 따르면, LGFV 총부채 중 채권 형태로 유통되는 물량은 20%에 불과하며, 나머지 음성 채무의 만기 벽이 다가옴에 따라 지방 곳곳에서 인프라 공사장 방치, 공무원 급여 지연,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한 가혹한 소급세 청구 등의 재정 파탄 현상이 표면화되고 있다.

② 경제 금융 시스템의 부식과 왜곡된 성장률


이 같은 재정 위기는 중국의 전통적인 신용 창출 매커니즘을 마비시키고 있다. 글로벌 연구기관 로듐그룹(Rhodium Group)의 ‘중국의 금융 및 재정적 부식(Financial and Fiscal Decay)’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금융·재정 시스템은 국내 성장을 견인하는 도구로서의 효율성을 상실했다.

가계와 민간 자영업자의 신용 수요가 완전히 상실되면서 중국의 신규 대출 총량은 과거 24조 위안에서 15.6조 위안으로 무려 8.5조 위안 급감했다.

이로 인해 중국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9~10% 수준으로 비대해졌으며, 통화 정책의 약발이 듣지 않는 덫에 걸렸다. 당국은 공식 실질 GDP 성장률을 5% 수준으로 발표하고 있으나, 광범위한 물가 하락 지표인 GDP 디플레이터는 3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명목 성장률(4%)이 실질 성장률을 밑도는 모순을 노출했다.
로듐그룹이 추정한 중국의 실질 성장률은 공식 수치의 절반에 불과한 2.5~3.0% 수준이며, 가계와 민간의 실질 체감 경기는 사실상 ‘제로(0) 성장’의 늪에 빠져들었다.

③ 외자 이탈과 노동시장의 이중 압박


내수 시장의 디플레이션 공습과 규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중국 성장의 또 다른 축이었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통망도 차갑게 얼어붙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장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FDI는 전년 동기 대비 10.3% 급감했다.

대미국, 홍콩, 대만계 자본의 이탈이 뚜렷한 가운데 반도체나 고기술 R&D 등 일부 한정된 전략 분야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외자 신뢰 회복은 미완성 상태다.

위기감을 느낀 상무부와 재정부, 국가개발개혁위원회(NDRC)는 지난 6월 22일 금융·의료·바이오 시장을 추가 개방하고 이윤의 해외 송금 대신 자국 내 재투자를 유도하는 「외자 안정 15개조 액션플랜」을 발표했으나, 시장의 냉담한 기류를 돌려세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자본 위축은 고스란히 노동시장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청년실업률(16~24세)은 5월 기준 15.6%를 기록하며 정부의 도시실업률 통제 목표치(5.5%)의 3배를 웃돌았다.

지난 2025년 1,220만 명의 대학 졸업자가 대거 쏟아지며 사상 최고치인 18.9%를 마크한 이후 학생 제외 통계 방식을 도입해 수치상 착시를 유도했으나, 7~8월 신규 대졸자 유입기를 앞두고 재반등 공포가 커지고 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는 노동집약적 산업의 동남아 이전과 대미 수출 장벽 강화로 인해 珠江(주강) 델타 공장지대가 가동을 멈추면서 최소 340만 명에서 최대 2,000만 명의 잠재적 실직 위험이 누적되어 사회 불안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④ 국제경제 파급영향: ‘역(逆) 차이나 쇼크’의 시나리오


중국 경제의 소비 주도 성장환 조율 실패는 글로벌 매크로 시장에 강력한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노무라(Nomura) 증권과 IMF는 부동산 자산 가치가 5년간 50% 이상 붕괴한 점을 들어 2026년 중국의 성장률이 4.3~4.5% 선으로 추가 둔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과거 글로벌 원자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세계 성장의 3분의 1을 지탱하던 ‘부동산+인프라’ 연계 산업의 붕괴는 원유, 철광석, 구리 등 원자재 유통 공급망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나아가 유라시아그룹(Eurasia Group)은 베이징이 디플레 함정을 탈출하기 위해 소득 분배와 사회안전망 확충이라는 내수 처방을 내리는 대신, 21차 당대회를 앞둔 시진핑 주석의 의지에 따라 ‘정치적 통제’와 ‘제조업 밀어내기 수출’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갈 곳 없는 중국산 저가 덤핑 물량이 아시아와 유럽 시장으로 역류하며 전 세계 제조업 가치사슬의 마진을 파괴하는 ‘역 차이나 쇼크’ 통상 마찰이 격화되고 있다.

⑤ 향후 전망 및 글로벌 대처방안


세계은행(World Bank)은 최신 중국 경제 업데이트를 통해 “중국은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민간 신뢰 강화와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병행해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처방전을 발부했다.

확장적 재정 투입이 민간의 신용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정책 소진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금융 진영과 국내 산업계는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별 리스크 헤지 전술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자본재 및 중간재 수요 둔화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아세안(ASEAN) 및 인도 등 대체 신흥 시장으로의 수송 파이프라인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철강, 배터리, 미용 의료 등 중국 내 과잉 캐파 물량이 국내 안방 시장으로 진입해 가격 구조를 왜곡하지 못하도록 관세 장벽과 원산지 규제를 촘촘히 다듬어야 한다.

중국 후발 제조사들이 정부 금융지원을 무기 삼아 단가 파괴 전술을 펴는 영역에서 탈피, 차세대 친환경 선박이나 고도화된 AI 엔진 기술 등 대체 불가능한 프리미엄 기술 밸류체인을 선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중국의 부채 부식과 디플레 늪이 정치적 선택에 의해 방치되는 흐름 속에서, 서방의 통상 빗장과 아시아 가치사슬의 결착을 고도화하여 자국 산업의 제조 주권을 사수하려는 글로벌 테크 진영의 긴급 리스크 통제 조율은, 하반기 세계 매크로 경제의 생존을 가를 가장 중대한 분수령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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