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이 연준 인상 베팅 자극…워시 증언·6월 CPI 앞두고 달러 강세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이란이 주말 사이 다시 공격을 주고받았지만 금값은 하락했다.
호루무즈 해협을 둘러싼 충돌은 보통 안전자산인 금 수요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이번에는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 크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이하 현지시각) 금 현물 가격이 1.2% 내린 온스당 4070.98달러(약 611만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장중 한때 낙폭은 1.2%까지 커졌고 가격은 온스당 4070달러 아래로 밀렸다.
금값은 지난주에도 1.4% 하락했다. 은 가격은 2.1% 떨어진 온스당 58.64달러(약 8만8000원)를 기록했고 백금과 팔라듐도 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달러스팟지수는 0.2% 오르며 달러 강세를 나타냈다.
◇ 안전자산보다 금리 부담이 컸다
이번 금값 하락은 일반적인 지정학 위기 국면과 다른 흐름이란 분석이다.
전쟁이나 군사 충돌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보통 금을 사들인다. 금은 국가 신용이나 기업 실적에 직접 의존하지 않는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금 매수보다 금리 인상 우려를 더 자극했다.
미국과 이란의 추가 공방은 원유와 정제연료 가격을 끌어올렸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소비자물가와 기업 비용을 자극한다. 물가가 다시 오르면 연준은 기준금리를 더 오래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는 금 대신 이자 수익을 주는 국채나 달러 자산을 선택할 유인이 커진다. 이 때문에 높은 금리와 달러 강세는 금값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 호르무즈 혼선이 유가·물가 우려 키워
시장 불안을 키운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란은 해협을 무기한 폐쇄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이를 부인했다. 미국 군 당국과 해상 관련 기관은 남부 항로를 통한 선박 운항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통항 상황을 둘러싼 혼선이 커지면서 에너지 시장은 다시 긴장했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민간 선박을 공격할 수 있는 이란의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공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항행의 자유 보장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운송의 핵심 통로다. 이 지역에서 선박 운항이 흔들리면 원유 가격뿐 아니라 해상 운임과 보험료, 정제제품 가격까지 영향을 받는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도 이 지점이다. 충돌이 금을 직접 끌어올리기보다 에너지 가격을 통해 물가 압력을 키우고, 다시 연준의 긴축 가능성을 높이는 경로가 더 강하게 작동했다.
◇ 연준 회의록도 금값에 부담
연준의 최근 회의록도 금 시장에 불리한 신호를 줬다.
지난주 공개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록에서는 일부 정책 담당자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거론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회는 최종적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물가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
회의록은 미국 중앙은행 내부에서 노동시장 둔화 우려가 다소 줄어든 반면 인플레이션 경계감은 높아졌다는 점을 나타냈다. 이는 금리 인하 기대보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장에 더 크게 반영하게 만들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 금값은 압박을 받는다. 투자자는 금을 보유해도 이자를 받지 못하지만 단기 국채나 현금성 달러 자산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는 금 시장의 방향을 가를 굵직한 일정도 몰려 있다. 케빈 워시 연준 신임 의장은 14일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의회 증언에 나선다. 같은 날 미국 노동통계국은 6월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한다.
◇ CPI와 워시 증언이 다음 분수령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이달 말 연준 회의 전 마지막 핵심 물가 지표다.
시장에서는 헤드라인 물가와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가 5월보다 소폭 둔화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두 지표 모두 연준 목표인 2%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상승이 물가 지표에 즉각 모두 반영되지는 않더라도 에너지 비용 상승은 향후 물가 전망을 흔들 수 있다. 휘발유, 경유, 항공유 가격이 오르면 운송비와 항공료, 상품 가격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준다.
워시 의장의 발언도 중요하다. 그는 취임 이후 연준의 금리 전망에 대한 전진 지침을 줄이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시장은 그가 물가와 유가 충격,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어떻게 설명할지 주목하고 있다.
워시 의장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강조하거나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두면 금값에는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물가 둔화와 노동시장 냉각을 더 중시하는 발언이 나오면 금리 인상 베팅이 약해지고 금값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 3년 강세장 뒤 차익실현
금값은 이미 장기 강세장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값은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20% 넘게 떨어졌다. 3년에 걸친 강세장이 차익실현 물량에 막히면서 한때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온스당 4000달러(약 601만원)를 밑돌기도 했다.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도 금 강세 베팅을 줄였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7월 7일로 끝난 주간 금 선물·옵션 순매수 포지션은 11만4854계약으로 감소했다.
이는 지정학 위기만으로 금값을 계속 끌어올리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금값이 이미 높은 수준까지 오른 상태에서는 투자자들이 새 악재를 금 매수 기회로 보기보다 차익실현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달러 강세도 부담이다. 금은 국제시장에서 주로 달러로 거래된다. 달러가 오르면 다른 통화를 쓰는 투자자에게 금 가격은 더 비싸진다. 이는 글로벌 금 수요를 줄이는 요인이 된다.
금값의 다음 방향은 이번 주 물가 지표와 워시 의장의 의회 발언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고 연준이 매파적 태도를 보이면 금값은 다시 온스당 4000달러 선을 시험할 수 있다. 반대로 물가 둔화가 확인되고 금리 인상 전망이 약해지면 중동 긴장은 다시 금값을 떠받치는 재료로 바뀔 수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