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380억 달러 시장 격전…유럽은 제조 자산으로 반격
한국은 정밀 부품 공급망 ‘허브’로 도약해 미래 기회 선점
한국은 정밀 부품 공급망 ‘허브’로 도약해 미래 기회 선점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이 디지털 세상의 벽을 넘어 물리적 현실로 걸어 들어오고 있다. 단순히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로봇을 직접 움직여 생산과 물류 현장을 제어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피지컬 AI란 ‘AI의 판단이 즉시 물리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기술’을 의미한다. 거대 자본과 방대한 데이터를 무기로 미국과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초기 주도권을 쥔 가운데, 전통적 제조 강국인 유럽은 심화하는 산업 공동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필사의 반격에 나섰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일(현지시각), 유럽 기업들이 피지컬 AI 분야에서 생존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고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맥킨지(McKinsey)의 2024년 보고서 등에 따르면,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며 2030년경 약 380억 달러(약 57조 2888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체 산업용 로봇 시장 대비 초기 단계지만, 연평균 성장률(CAGR)은 두 자릿수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행’의 기술, 피지컬 AI가 바꾸는 제조 패러다임
피지컬 AI는 소프트웨어의 판단을 센서가 인식하고, 액추에이터(Actuator, 구동기)를 통해 물리적 결과물로 즉각 전환하는 통합 시스템이다.
셰플러(Schaeffler) 로보틱스 부문의 데이비드 케어 대표는 “피지컬 AI는 판단을 물리적 행동으로 직결하는 기술로, 고성능 제어 시스템과 정밀 하드웨어의 긴밀한 통합이 성패를 가른다”고 설명했다.
시장 구도는 ‘SW 강자’ 미국, ‘양산 강자’ 중국, ‘신뢰성 강자’ 유럽의 대리전이다.
미국 테슬라(Tesla)는 자사 공장에 ‘옵티머스’를 투입해 실전 데이터를 쌓고 있으며, 중국 유비테크(UBTech)는 자동차 조립 라인에 휴머노이드를 배치하며 대규모 양산 능력을 입증했다.
유럽은 지멘스(Siemens)와 ABB 등이 전통적인 공장 자동화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교한 협동 로봇 제어 기술을 휴머노이드에 이식하며 반격을 꾀하고 있다.
한국 로봇 부품 생태계, 글로벌 ‘공급망 허브’로 도약
글로벌 로봇 시장의 팽창은 한국 기업들에 위기이자 명확한 기회다. 로봇의 ‘근육’인 감속기, 모터, 센서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등은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했고, 유진로봇·로보티즈 등은 핵심 부품 국산화로 유럽 및 미국 기업의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리스크도 명확하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관절 모듈은 현재 유럽 시장 기준 60~70% 수준의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
로봇 부품사 관계자는 “단순 부품 공급만으로는 중국의 물량 공세를 이겨내기 어렵다”며 “한국기업들은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와 하드웨어를 최적화하는 고부가가치 솔루션 확보가 절실하다”고 부연했다.
또한, 완성 로봇 플랫폼과 데이터·OS 경쟁력이 미·중 대비 부족하다는 점은 구조적 한계로 지목된다.
승패는 ‘데이터 표준’…플랫폼 선점이 미래 결정
전문가들은 향후 2~3년이 피지컬 AI의 기술적 표준을 정립하는 결정적 시기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승패는 로봇 작업 데이터 포맷, 시뮬레이션 환경 데이터, 센서 학습 데이터 등 ‘데이터 표준’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달렸다.
유럽이 미·중의 압박을 뚫고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엄격한 AI법(AI Act) 규제 속에서도 현장의 고품질 학습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피지컬 AI 경쟁은 단순히 로봇을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제조 데이터, AI 알고리즘, 정밀 부품 공급망이 완벽하게 맞물리는 ‘플랫폼 주도권’을 누가 차지하느냐가 승부처다.
한국 역시 강소기업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술 표준화 과정에 더욱 전략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로봇 OS와 데이터 주권을 누가 장악하느냐가 향후 10년 산업 지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