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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필리핀·UAE로 날아오른다…KF-21, 10년내 200대 영공 장악

미·유럽·러·중 '4강 독점' 균열…고비용 5세대 틈새 겨냥한 4.5세대 강자
"올해 첫 수출 계약 확신" 탱크 이어 K-방산 서방 영공까지 침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KF-21 보라매. 스텔스 최적화 기체 설계와 국산 한화 AESA 레이더, 미국 GE F414 엔진을 탑재해 서방 프리미엄 전투기 대비 뚜렷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사진=KAI이미지 확대보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KF-21 보라매. 스텔스 최적화 기체 설계와 국산 한화 AESA 레이더, 미국 GE F414 엔진을 탑재해 서방 프리미엄 전투기 대비 뚜렷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사진=KAI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인도·태평양과 걸프 하늘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제3의 선택지(Third-Option)' 강자로 부상했다. 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아랍에미리트(UAE) 등 4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수출 협상 규모는 향후 10년 내 200대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미국·유럽·러시아·중국이 반세기 넘게 독점해온 국제 전투기 시장의 기존 질서를 뿌리째 흔들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디펜스 시큐리티 아시아는 지난 6일(현지 시각) '한국 KF-21 수출 급증, 인도·태평양 공군력 재편 가능성…필리핀·인도네시아·UAE가 200대 시장 주도'라는 심층 분석 보도를 통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KF-21 보라매가 아세안·걸프 공군의 '제3의 선택' 다목적 전투기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이는 서울이 미국·유럽·러시아·중국의 국제 전투기 수출 지배 구도에 정면 도전하는 지경학적 지렛대를 확보했음을 뜻한다"고 전했다.

DS투자증권이 지난 5월 발간한 산업 보고서와 현대차증권의 6월 리포트는 공통적으로 "KF-21 사업이 KAI의 장기 기업가치, 수주 잔고 확장, 방산 외교(Defence Statecraft)를 통한 지경학적 영향력의 핵심 성장 동력"이라고 진단했다. 4.5세대 쌍발 다목적 전투기인 KF-21은 올해 초 개발 시험비행을 예정보다 앞당겨 종료했으며, 지난 3월 첫 양산 1호기가 출고돼 하반기부터 한국 공군에 약 40대가 순차 인도될 예정이다.

'고비용 5세대' 대체할 4.5세대 강자…성능·가격 경쟁력 압도

KF-21의 최대 무기는 성능과 가격의 균형이다. 은밀성(Stealth)을 최적화한 기체 설계, 국산 한화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 고도화된 첨단 항전 아키텍처를 갖췄다. 심장부인 엔진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F414를 채택해 서방 항공기와의 호환성도 확보했다. 서방 방산업계의 만성적 공급망 병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 역시 매력 요인이다.

가격 경쟁력은 뚜렷하다. 블록 1(Block 1) 기본형은 대당 8300만 달러(약 1245억원), 지상 공격 능력을 대폭 강화한 블록 2(Block 2) 완전 다목적형은 1억1200만 달러(약 1680억원) 선이다. 서방의 프리미엄 전투기 몇몇을 사양별로 밑도는 수준으로, 예산이 빠듯한 중견국 공군에 매력적인 가격표라는 것이 세계 방산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4.5세대 KF-21의 정체성…'5세대 스텔스 부담' 없이 다목적 능력 구현


KF-21의 전략적 지위는 이른바 '4.5세대'라는 독특한 항공 세대 구분에서 비롯된다. 5세대 전투기(F-35 등)가 완전 스텔스와 통합 센서 융합 능력을 자랑하는 대신 대당 획득비와 운영유지비 부담이 크고, 4세대(F-16 등)는 첨단 통합 방공망과 차세대 전자전 환경에서 취약성이 커졌다. 그 사이의 절묘한 지점을 파고든 것이 4.5세대다. 은밀성 지향 설계와 AESA 레이더, 네트워크 중심전(NCW) 아키텍처 등 첨단 기능을 상당 부분 확보하면서도 획득·유지 비용은 억제한다는 개념이다.

중견국 공군이 억지·해상 타격·통합 방공망 침투 임무 수행에 필요한 첨단 네트워크 중심 전투기를 원하면서도 5세대 스텔스 프로그램의 유지 부담은 피하려 한다는 국제 방산시장의 구조적 수요 공백을 KF-21이 정확히 겨냥한 셈이다.

이런 포지셔닝은 K-방산의 축적된 신뢰 자산과 결합돼 수출 시장에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K2 흑표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가 해외에서 검증한 '납기 준수, 가격 안정, 후속 군수 지원' 3박자가 KF-21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KF-21은 개발 이정표를 예정보다 앞당겨 달성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최근 10년간 지연·비용 초과로 얼룩진 서방 전투기 프로그램과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印尼·필리핀·말레이·UAE '4각 수주전' 총력…10년 200대 시야


수출 전선은 4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최선봉이다. 자카르타는 원래 KF-X 사업에 20% 지분 개발 파트너로 참여했으며, 반둥의 PT 다이르간타라 인도네시아(PTDI)를 통한 공동 생산과 최종 조립 운영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재정난으로 분담금을 제때 내지 못하면서 프로그램이 위기에 몰렸고, 대대적 재협상 끝에 개발 파트너에서 '통상적 수출 구매국'으로 지위를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인도네시아는 재조정된 미납 분담금 약 6000억원(4억3800만 달러) 전액을 완납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AESA 레이더와 공중급유 시험에 활용됐던 KF-21 5호기(단좌형 시제기)와 관련 기술 자료 패키지를 인도네시아에 이전하는 방안이 협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가 심층 공동 생산 자율성을 사실상 포기하는 대신 첨단 전투기 운용 능력을 신속히 확보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현재 자카르타와의 협상 초점은 블록 Ⅱ 이상 사양 16대 도입에 맞춰져 있으며, 예상 계약 규모는 약 3조원(22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 3~4월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필리핀은 KF-21의 첫 정식 수출 계약국이 될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마닐라의 '재수평선(Re-Horizon) 3단계' 군 현대화 계획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라는 절박한 안보 수요와 맞물려 있다. 필리핀 공군의 다목적 전투기(MRCA) 사업에서 KF-21은 미국 F-16과 최종 경합을 벌이고 있으며, 12~20대 도입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여러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한국의 대여성 금융 지원 패키지가 결합된 20대 도입 구조를 유력한 방안으로 지목한다. 도입 시점은 2027~2029년으로 예상된다. 필리핀이 이미 FA-50 경공격기를 운용하며 KAI 지원 체계에 익숙하다는 점, 그리고 F-16 도입 시 뒤따르는 '미·중 정면 대립' 신호를 부담스러워하는 마닐라의 정치적 계산이 KF-21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KAI 고위 관계자는 최근 "올해 안에 첫 수출 계약을 체결할 자신이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말레이시아는 장기 프로스펙트다. 로열말레이시아 공군(RMAF)의 F/A-18D 호넷 편대가 2035년, 러시아제 Su-30MKM 편대가 2040년께 퇴역할 예정이다. 최근 쿠웨이트 중고 호넷 도입이 지연되면서 쿠알라룸푸르 정부는 신형 MRCA 사업 조기 착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 공군 관계자들이 이미 KF-21 기체를 실사한 상태다. 30대 안팎의 수요가 예상되지만, 러시아 수호이 Su-57E와의 경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UAE는 판을 완전히 다르게 짜고 있다. 지난해 4월 체결된 포괄적 양해각서(LOI)를 기반으로, 아부다비는 단순 구매국이 아닌 '공동 산업 파트너'로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UAE 방산 대기업 엣지(EDGE) 그룹이 KF-21 블록 3 개발에 자국 서브시스템을 통합하고, 걸프 지역 현지 조립 생산까지 검토하는 그림이다. UAE 공군 고위층은 이미 KF-21 시제기 평가 비행을 실시했고, 두바이 에어쇼와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방산 협력 논의에 가속이 붙었다. 방산 애널리스트들은 UAE 채널을 통한 잠재 수요만 100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한·UAE 방산 협력 전체 프레임은 미사일 방어와 항공우주 기술을 아우르는 150억 달러(약 22조5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협력 구도로 확장될 여지가 크다.

K-방산의 최종 관문, 국내 생산능력과 기술이전 딜레마


이 화려한 성적표에도 KAI 앞에는 세 가지 구조적 난제가 놓여 있다. 첫째는 생산 능력의 한계다. 한국 공군에 인도해야 할 물량 40대에 인도네시아 16대, 필리핀 최대 20대, 여기에 UAE와 말레이시아 잠재 수요까지 겹치면 사천 조립 라인의 처리 능력을 초과할 우려가 크다. 둘째는 기술이전 요구다. 인도네시아 사례에서 보듯 수출 대상국들은 갈수록 서브시스템 통합권, 자체 정비 능력, 소버린(sovereign) 기술 접근권을 요구하는 흐름이다. 지식재산권(IP) 관리와 생산 효율성을 동시에 지키는 것은 지난한 과제다. 셋째는 경쟁 압박이다. 필리핀에서 F-16, 말레이시아에서 러시아 Su-57E, 그리고 향후 중국이 저비용·저조건 옵션을 앞세워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까지 감안해야 한다.

한편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반응도 관전 포인트다. F-35 도입을 원점 재검토하는 캐나다에 이어 필리핀·말레이시아까지 F-16이 아닌 KF-21을 선택하는 흐름이 굳어질 경우, 워싱턴이 어떤 형태로든 반응할 여지가 있다. F-16 생산업체 록히드마틴과 KAI가 '기술 파트너'인 동시에 국제 시장에서는 '경쟁자'라는 이중 관계가 어떻게 관리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F-21의 지경학적 매력은 서방 동맹 구조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나 정치적으로 노출된 러시아·중국 방산 생태계 어느 쪽에도 종속되지 않으려는 중견국들의 수요 공백을 정확히 겨냥한 데 있다"며 "러시아 방산 수출이 제재로 흔들리고 중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 '제3의 공간'은 오히려 급속도로 확장되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10년 뒤 200대의 KF-21이 자카르타·마닐라·쿠알라룸푸르·아부다비의 창공을 날아오르는 그림이 현실화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K-방산의 개별 성공을 넘어 미·유럽·러·중 4강 독점 체제에 반세기 만에 처음 뚫리는 균열의 상징이 될 전망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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