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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재봉쇄 선언…美·이란 합의 첫 시험대

美 “상선 55척 통과” 반박…트럼프 “통행료 부과는 미국만 가능”
레바논 교전 재개에 스위스 평화협상 난항 예고

JD 밴스 미국 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JD 밴스 미국 부통령. 사진=로이터


이란이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폐쇄했다고 선언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임시 평화합의가 첫 중대 시험대에 올랐다.

21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란 합동군사령부인 하즈라트 하탐 알안비야 사령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했다고 전날 밝혔다. 이란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교전이 다시 격화된 점을 이유로 들며 미국이 합의상 휴전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선언은 미·이란 임시합의의 핵심 성과를 흔드는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양국은 60일간 휴전하고 스위스에서 후속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이 합의의 핵심 중 하나는 세계 원유·가스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여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강경한 태도로 여전히 불안한 레바논 전선에서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이란은 다시 해협 통제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선박들이 해협에 접근할 경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군 “호르무즈 통행 계속”…이란 봉쇄 주장 반박

미국은 이란의 폐쇄 선언을 즉각 반박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상선 55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으며 1700만배럴 이상의 원유와 대량 화물이 국제시장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중동 지역 미군이 선박 통행이 계속되도록 감시하고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란이 정치적으로 폐쇄를 선언했지만 실제 해상 교통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다만 해협 통행 회복은 이미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WSJ는 “이란이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해 이틀 전 사전 등록을 요구하는 등 새로운 절차를 도입했고 선주들은 여전히 불확실한 운항 환경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전쟁 기간 선박 공격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키웠고 최근에는 새로 만든 ‘페르시아만 해협 당국’을 통해 해협 운항 절차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이 당국은 선박들이 보안, 안전, 환경 서비스와 이란 보험에 대한 비용을 내야 하지만 60일 동안은 이를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해협 통행료와 해상 서비스 관리권을 둘러싼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60일간 통행료 없다…실패 땐 미국이 부과 가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문제에 직접 반응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60일 휴전 기간에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며 휴전 기간 이후에도 통행료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협상이 실패할 경우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는 주체는 미국뿐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 중동 국가들을 위한 “수호천사” 역할을 한 데 대한 대가로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란이 해협 운영과 통행 관리에서 영향력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에 미국이 견제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이란 임시합의는 이란이 60일 동안 무상 통행을 허용하도록 했지만 이후 해협 관리와 해상 서비스의 미래 방식은 오만 및 걸프 연안국들과 논의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다. 이 조항은 향후 협상에서 해협 통행권과 관리권을 둘러싼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밴스 스위스행…이란 협상단도 도착

다만 이란의 호르무즈 재봉쇄 선언에도 양국의 스위스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되는 분위기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이날 스위스로 향했기 때문이다.

밴스 부통령은 출발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핵 문제와 레바논 휴전 문제에서 진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핵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고 레바논 휴전 문제에서도 진전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14개항 합의에 따른 휴전이 유지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란의 고위급 협상단도 스위스에 도착했다. 이란 대표단은 수석협상가이자 의회 의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가 이끌며 아바스 아락치 외무장관과 석유·중앙은행·안보 당국자들이 포함됐다.

이란 외교부는 스위스 협상에서 미국의 합의 이행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은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휴전이 미·이란 합의의 출발점이라고 보고 있다.

◇레바논 교전 재개가 합의 흔들어

이번 위기의 직접적인 배경은 레바논 전선이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19일 오후 4시부터 휴전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몇 시간 만에 충돌이 다시 벌어졌다.

레바논 국영매체는 이스라엘 전투기와 드론이 남부 레바논과 베카 계곡 일대를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보건당국은 20일 이스라엘의 최신 공습으로 7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앞선 공격에서는 83명이 숨지고 141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남부 레바논의 이스라엘군을 향해 50발 이상 발사체를 쐈고 이스라엘은 이에 대응해 헤즈볼라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군 관계자는 최근 며칠 사이 남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군 5명이 헤즈볼라 공격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미·이란 합의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카츠 국방부 장관 등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은 헤즈볼라가 제거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 때문에 미국은 한편으로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과도한 군사행동이 미·이란 합의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은 최근 이스라엘의 과도한 무력 사용을 비판했다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를 “전사 총리”라고 치켜세우며 발언 수위를 낮췄다.

◇에너지 시장, 해협 관리권 향방 주시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의 핵심 통로다. 실제 봉쇄가 장기화하거나 선박들이 운항을 꺼리게 되면 국제 유가와 해상 운임, 에너지 공급망에 즉각적인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해협 통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란이 사전 등록과 통행료, 보험·보안 서비스 비용 문제를 제기하면서 해협 운항의 불확실성은 커졌다.

이번 사태는 미·이란 합의가 단순한 핵협상 문제가 아니라 레바논 전선, 이스라엘·헤즈볼라 충돌, 호르무즈 해협 관리권, 중동 에너지 수송 질서까지 얽힌 복합 협상임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스위스 협상에서 미국과 이란이 레바논 휴전과 호르무즈 통행 문제를 동시에 안정시키지 못할 경우 임시 평화합의는 출발 단계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대로 해협 통행을 실제로 유지하고 레바논 전선의 확전을 막아낸다면 60일 협상은 핵 문제와 제재 완화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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