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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유가,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수요 파괴가 더 무섭다"

브렌트유 4분기 하방 압력 10달러 전망… 중국·유럽발 '에너지 수요 절벽' 현실화
엑손·셰브런 "수주 내 공급 부족 가시화" 경고 속 유가 시장 '혼돈'
캘리포니아 카슨에 있는 원유저장소.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캘리포니아 카슨에 있는 원유저장소. 사진=연합뉴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공급 충격보다 고물가에 따른 에너지 수요 파괴가 유가에 더 강력한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골드만삭스 상품 분석팀은 지난 1일(현지시각) 오일프라이스(Oilprice.com)를 통해 보도된 보고서에서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 가능성이 유가 상승 요인으로 상존하지만, 고유가로 인한 수요 위축 효과가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거세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중국과 서유럽의 석유 판매 수치를 바탕으로 지난 5월에만 하루 약 200만 배럴 규모의 수요가 증발한 것으로 추정했다

수요 파괴가 부르는 유가 하락 시나리오


골드만삭스는 이러한 수요 감소가 연말 국제 유가에 직접적인 하락 압력을 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골드만삭스가 제시한 올 4분기 브렌트유 가격 기준은 배럴당 90달러였으나, 현재는 수요 파괴 영향으로 배럴당 10달러가량의 추가 하락 위험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시장 조사 기관인 에너지 애스펙트(Energy Aspects)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중국의 원유 수입량이 지난 2020년 팬데믹 봉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국제 유가에 강한 하방 압력을 주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시장에서도 이러한 기류가 감지된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브렌트유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휴전 연장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낙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며 최근 6주 만에 최저 수준으로 마감했다.

다만, 보도 시점 기준 미국이 이란을 다시 타격하고 이란이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92.87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9.47달러로 각각 상승했다.

공급 부족 경고음 vs 수요 절벽 공포

전문가들의 공급 부족 경고와 시장의 수요 위축 우려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형국이다.

엑손모빌(Exxon)의 수석 부사장과 셰브런(Chevron)의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수주 내에 시장에서 원유 공급 부족 현상을 체감하게 될 것”이라며 공급망 위기를 강하게 경고한 바 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현상을 두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를 끌어올리려는 힘보다, 고물가로 지친 소비자들이 실제 구매를 줄이는 수요 파괴의 힘이 더 커진 상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이 단순한 유가 등락을 넘어 글로벌 경기 침체 여부를 판가름할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가가 경제 전반의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이것이 다시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국제 유가는 중동의 군사적 긴장 상황과 주요 수입국의 경제 지표가 매일같이 엇갈리며 변동성을 키울 전망이다.

시장은 공급 불안보다 수요 파괴라는 실물 경제의 신호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연말까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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