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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반도체 방정식] "칩 활용 전략 먼저"…전문가들, 역할 분담 강조

메모리·파운드리 본류보다 소부장·패키징 현실적
기술 접점·고객 인증·장기 투자 여력이 성패 변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 라인.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 라인. 사진=삼성전자
재계의 반도체 관심 확대를 두고 전문가들은 '직접 생산'보다 '역할 분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반도체를 새 먹거리로 보는 흐름이 커지고 있지만 기술 장벽과 고객 인증, 장기 투자 부담을 고려하면 각 기업의 주력 사업과 맞닿은 영역을 선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7일 산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비반도체 기업의 반도체 전략이 메모리나 파운드리 본류 진입보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패키징, 테스트, 전력반도체 등 인접 영역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직접 칩을 만드는 방식보다 기존 사업과의 기술 접점, 고객 기반, 협력망을 활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이다.

박재형 단국대 융합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를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신사업처럼 접근하는 분위기는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는 설계, 소재, 장비, 공정, 패키징, 테스트, 고객 인증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산업"이라면서 "기존 사업과의 기술적 접점이나 고객 기반 없이 성장성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뛰어들 경우 투자 부담만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모든 기업이 반도체를 직접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기업별로 필요한 반도체 역량이 다르고, 자체 개발할 영역과 외부 협력으로 풀어야 할 영역도 다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자사 제품과 서비스에서 어떤 반도체 역량이 필요한지 구분하고, 자체 개발할 영역과 협력할 영역을 나누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완성차업체도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 차량 구조 안에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통합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반드시 필요한 것은 반도체 자체 생산 능력보다 반도체를 설계하고 통합할 수 있는 역량"이라면서 "차량 운영체제(OS)와 반도체 간 최적화, AI 연산 구조 설계, 전력관리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본류에 새로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도 뚜렷하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는 막대한 설비투자와 장기간의 기술 축적이 필요한 영역인 만큼 후발 기업이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렵기 때문에 메모리나 파운드리 본류로 들어가는 것은 부담이 크다"면서 "소부장으로 진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기업의 인접 영역 진입이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 소부장 분야에 들어오면 기반이 탄탄해지고 공급망 안정성도 높아질 수 있다"면서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전문가들이 보는 재계의 반도체 전략은 무리한 직접 생산보다 선택과 집중에 가깝다. 기존 사업과 연결되는 실질 수요와 장기 투자 여력, 전문 인력, 고객 인증을 갖춘 기업만이 반도체 확산 흐름을 실제 경쟁력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박재형 단국대 융합반도체공학과 교수(왼쪽부터). 사진=본인·학과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박재형 단국대 융합반도체공학과 교수(왼쪽부터). 사진=본인·학과 홈페이지



이다현·최유경·이지현·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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