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재계의 반도체 방정식] 자동차도 로봇도 칩이 좌우…재계 공통어 된 반도체

AI·SDV 확산에 산업 전반 반도체 의존도 확대
직접 생산보다 설계·조달·협력망 확보가 관건
CES 2026 현대차그룹 전시관에서 '올 뉴 아틀라스'가 자동차 부품을 옮기는 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CES 2026 현대차그룹 전시관에서 '올 뉴 아틀라스'가 자동차 부품을 옮기는 작업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인공지능(AI)과 전기차·로봇·데이터센터가 동시에 커지면서 반도체가 재계 전반의 공통 전략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반도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의 핵심 제조업으로 인식됐다면, 이제는 완제품 성능과 공급망 안정성을 좌우하는 기반 기술로 산업 전반에 파고들고 있다.
27일 재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그룹들은 직접 생산뿐만 아니라 설계, 장비, 테스트, 조달, 협력망 구축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반도체 접점을 넓히고 있다. 반도체가 일부 전자기업의 주력 사업을 넘어 자동차, 로봇, 방산, 에너지 인프라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바뀌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큰 변화는 AI 확산이다. 생성형 AI와 대규모 데이터 처리가 보편화되면서 고성능 연산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AI 서버 성능은 그래픽처리장치(GPU)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메모리와 패키징, 전력 효율이 함께 맞물려 좌우된다. 반도체 경쟁이 칩 제조를 넘어 장비와 후공정, 소재 영역으로 넓어지는 이유다.

자동차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전기차와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자동차 경쟁력은 엔진이나 모터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차량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기능을 고도화하는 구조로 바뀔수록 어떤 반도체와 연산 구조를 쓰느냐가 완성차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산업은 기계 중심 산업에서 '바퀴 달린 데이터센터'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면서 "전기차와 SDV, 자율주행 체계에서는 차량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겪은 경험도 기업들의 인식을 바꿨다. 완성차업체가 모든 차량용 반도체를 직접 만들 필요는 없지만, 반도체를 이해하고 설계 요구사항을 제시하는 역량은 중요해지고 있다. 반도체를 단순 구매 부품으로만 보면 공급망 충격이 곧바로 생산과 판매 차질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로봇과 데이터센터, 방산 등 다른 산업에서도 반도체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로봇은 센서와 구동장치, AI 연산 반도체가 결합돼야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고, 데이터센터와 방산, 에너지 인프라 역시 정밀 제어와 연산 기능이 중요해지면서 반도체를 핵심 부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재계의 반도체 접근 방식은 기업별로 다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와 HBM, 파운드리 등 반도체 본류에서 경쟁한다면 다른 그룹들은 주력 사업과 맞닿은 영역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차량용 반도체와 SDV 전환을 중심으로 반도체 전략을 고민하고, 한화는 HBM 제조 장비, 두산은 반도체 테스트 등 가치사슬 일부 영역에서 사업 기회를 넓히는 구도다.
반도체를 단순히 많이 쓰는 기업보다 이를 제품 전략에 녹여내는 기업의 가치가 커지는 흐름이다.

결국 재계의 반도체 전략은 '직접 생산'보다 '활용과 통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핵심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제품 개발 단계부터 반도체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역량이 경쟁력의 변수가 됐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AI 확산 이후 반도체는 기업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칩 자체뿐 아니라 소부장까지 연결된 공급망 전체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최유경·이지현·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