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운항·친환경 선박 앞세워 성장축 확대
기술 협업·공급망 안정, 기업가치 변수로 부상
기술 협업·공급망 안정, 기업가치 변수로 부상
이미지 확대보기2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전환 구상은 '십 빌더'에서 '퓨처 빌더'로 그룹 정체성을 넓히는 과정에서 출발했다. 이후 2023년 CES에서 제시한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은 이 비전을 바다 영역으로 구체화한 선언이었다. 선박 건조 기업을 넘어 해양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와 데이터, 운항 설루션 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비전은 해양을 넘어 육상 인프라로도 확장됐다. HD현대는 2024년 CES에서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을 제시하며 건설기계와 인공지능(AI), 자동화 기술을 결합한 미래 건설 현장 구상을 내놨다. 조선과 해양에서 출발한 전환 전략이 에너지, 건설기계, 디지털 설루션을 아우르는 그룹 차원의 미래 사업 구상으로 넓어진 셈이다.
이 구상은 자율운항 사업에서 먼저 구체화됐다. HD현대가 2020년 설립한 아비커스는 선박 운항을 AI와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로 바꾸는 대표 사례다. 아비커스는 실제 화물을 실은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의 자율운항 태평양 횡단을 통해 기술력을 알렸고, 올해 HMM 선박 40척에 대형 선박용 자율운항 설루션 '하이나스 컨트롤'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으며 상용화 기반을 넓혔다.
아비커스의 성장은 정 회장이 강조해온 기술 협업의 방향을 보여준다. 조선업의 경쟁 축이 선박 건조 능력에서 운항 데이터와 제어 기술, 에너지 효율 관리로 넓어지는 상황에서 HD현대의 전환은 내부 기술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기자재 업체와 소프트웨어 기업, 금융권, 해외 거점이 함께 움직여야 선박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정 회장은 조선업 본류와 미래 사업을 동시에 거쳐온 경영자다. 현대중공업 입사 이후 경영지원, 선박영업, 마린설루션, 지주사, 조선 중간지주사를 거치며 그룹 핵심 사업을 경험했다. 회장 승진 이후에는 조선·해양, 건설기계, 에너지, 디지털 사업을 아우르는 그룹 전환을 이끌고 있다.
내부 소통도 전환 속도를 높이는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 회장은 회장 취임 직후 전사 임직원에게 보낸 첫 사내 메시지에서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퓨처 빌더'를 강조했다. 동시에 임직원과 만나 경청하고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현장 접점을 넓히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과제도 분명하다. 조선업 호황을 장기 성장 구조로 바꾸려면 해외 생산 확대와 국내 산업 기반 강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HD현대가 선택한 전략은 해외 진출"이라면서 "문제는 해외에서 생산 시스템을 어떻게 가져가고 기자재 조달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진출도 하나의 전략이지만 국내 산업 기반을 먼저 다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자재 생태계는 HD현대의 전환 전략을 떠받치는 기반이다. 친환경 선박, 자율운항, 디지털 조선소가 고도화될수록 기자재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역량이 함께 필요해진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협력사 안정화는 대형 조선사의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국내 기자재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조선업의 핵심 강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최유경·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