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슈너·위트코프 파키스탄行…이란 서면 제안 들고 나오나
베이커휴즈 "해협 완전 재개방, 올 하반기 이전 어렵다"…국제유가 배럴당 105달러 고공행진
베이커휴즈 "해협 완전 재개방, 올 하반기 이전 어렵다"…국제유가 배럴당 105달러 고공행진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협상 대표로 파키스탄으로 향하는 가운데, 이란 외무장관 압바스 아라그치가 24일 밤 이슬라마바드에 이미 입성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 공급이 막힌 상태에서, 이번 회담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CNBC,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 알자지라가 24일(현지시각) 일제히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협상 재개 배경…"이란이 먼저 손 내밀었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24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이란 측이 직접 대면 회담을 먼저 요청해 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쿠슈너와 윗코프를 파키스탄에 보내 이란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로이터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충족하는 방향의 제안을 준비 중"이라며 "어떤 내용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은 지난 11~12일 JD 밴스 부통령이 이끈 미국 대표단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참여한 1차 이슬라마바드 협상이 21시간 마라톤 끝에 합의 없이 종료된 지 약 2주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핵 농축 우라늄 처리 방식과 호르무즈 해협 즉각 재개방 여부를 놓고 양측이 평행선을 달린 끝에 결렬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란 외무부 고위 관리 두 명을 익명으로 인용해 "아라그치 장관이 미국의 평화안에 대한 이란의 공식 서면 답변을 갖고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미국 측 제안에는 이란이 10년간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이후 제한적인 저농도 농축만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반공식 매체 타스님통신은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을 전혀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아라그치의 이슬라마바드 방문은 전쟁 종식을 위한 이란의 입장을 파키스탄 측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지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협상 재개를 둘러싼 양측의 엇갈린 공식 발언이 회담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교착…전 세계 에너지 시장 강타
회담 재개 기대감에도 원유 시장의 불안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24일 장중 국제 원유 지표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104.83달러(약 15만 4800원)까지 내렸으나 오전 시장에서는 배럴당 106달러(약 15만 6500원)를 웃돌았다.
미국산 원유(WTI)는 배럴당 94.80달러(약 14만 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브렌트유 기준 약 59% 오른 수준이다.
세계 최대 유전 서비스 기업 중 하나인 베이커휴즈(BKR)의 아흐메드 모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4일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분쟁은 6월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가정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정상 가동되는 것은 하반기 진입 이후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베이커휴즈 로렌조 시모넬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이란전쟁으로 지정학적 위험은 에너지 시장의 구조적 현실로 자리 잡았다"며 "해협 봉쇄로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10%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20%가 차단됐다"고 밝혔다.
시모넬리 CEO는 이 상황이 원유와 LNG 가격의 "지속적인 위험 프리미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석유·가스 업계 경영진 약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0% 가까이가 "호르무즈 해협이 8월 이전에는 재개방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2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CNBC CONVERGE LIVE 행사에서 "우리는 역사상 가장 큰 에너지 안보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지금까지 하루 1300만 배럴의 원유 공급이 끊겼고, 핵심 에너지 원자재 공급에서도 대규모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도 이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다. 위키피디아 이란전쟁 경제적 영향 문서에 따르면, 중동산 원유의 아시아 수출 물량 가운데 한국·중국·일본·인도가 약 75%를 소비하며, LNG도 59%를 이들 4개국이 흡수한다.
한국 정부는 납사 수출을 5개월간 제한하는 조치를 발동했고, 절전 캠페인도 병행하고 있다. 일본·한국의 LNG 현물 가격은 전쟁 발발 이후 48% 상승한 상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4일 분석 자료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극심한 공급 쏠림이 브렌트유 현물가를 선물 가격 대비 배럴당 25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상태로 밀어 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봉쇄 대 봉쇄…협상의 진짜 걸림돌
미 해군은 이란 항구에서 출항하는 모든 선박을 추적해 강제 회항시키고 있으며, 24일까지 34척을 돌려보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24일 기자회견에서 "봉쇄 작전은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에는 이란 국적 화물선 '투스카'호를 나포해 선원들과 함께 억류했고, 이란 측은 이를 "해적 행위"라고 강력 비난했다. USS 조지 H.W. 부시 항공모함이 인도양에 추가 배치되면서 미국의 중동 해군 전력은 항모 3척 체계로 강화됐다.
커먼웰스 오스트레일리아 은행은 분석 보고서에서 "해협이 봉쇄된 채 시간이 길어질수록 경제적 비용이 누적되면서 어느 한쪽이 먼저 물러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미국이 국내 정치·경제적 부담으로 먼저 양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시간대학교 소비자심리지수는 4월 최종치가 역대 최저인 49.8을 기록하며 에너지 가격 급등과 경기 불안이 소비자 심리를 짓누르고 있음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국방장관은 봉쇄 강화를 선언하는 반면, 외교 채널에서는 이슬라마바드 회담이 현실화됐다.
파키스탄 정부 고위 소식통은 알자지라에 "이번 회담에서 돌파구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핵 문제와 해협 통제권이라는 두 개의 근본 쟁점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이번 회담도 탐색전에 머무를 수 있다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