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고 가르시아 기지 보안 최우선… 스타머 총리, 미 승인 없인 이행 불가 판단
트럼프 “모리셔스 할양은 큰 실수” 비판… 원주민 자결권 무산에 인권단체 반발
트럼프 “모리셔스 할양은 큰 실수” 비판… 원주민 자결권 무산에 인권단체 반발
이미지 확대보기미군 공군기지가 위치한 디에고 가르시아(Diego Garcia) 섬의 작전 보안을 둘러싼 미·영 간의 이견이 외교적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12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워싱턴의 지지 없이는 주권 양도 합의를 진행하지 않기로 하고 관련 법안의 의회 상정 계획을 취소했다.
◇ 트럼프의 ‘No’에 멈춘 이양 계획… “전략적 실수” 직격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추진해온 차고스 제도 반환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과 함께 최대 위기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모리셔스에 섬을 양도하는 합의를 두고 "큰 실수"라고 공개 비판했다. 그는 스타머 총리가 미국과 영국의 ‘특별한 관계’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협상을 압박해왔다.
영국 타임스(The Times)는 주권 양도 합의를 뒷받침할 법안이 정부의 다음 의회 의제에서 제외되었다고 보도했다. 영국 총리실은 "미국의 공식 승인을 받도록 워싱턴을 설득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기존 협정에 따르면, 영국은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를 99년간 임대하여 미국의 작전권을 보장하기로 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주권 자체가 모리셔스로 넘어가는 것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 미·영 동맹의 균열… 이란 전쟁 개입 여부가 도화선
분쟁 초기, 스타머 총리는 영국 내 공군기지를 이용해 이란을 공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며 미-이스라엘 연합 작전 개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타머 총리를 향해 "윈스턴 처칠이 아니다"라고 폄하하며 비판 수위를 높여왔다. 이후 영국이 미국의 '방어적 공격'을 허용하며 태도를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의 신뢰 관계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디에고 가르시아의 장기적인 작전 보안을 보장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거래를 강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국가 간 정치’에 희생된 원주민들의 눈물
주권 이양 협상이 안개 속으로 빠지면서, 1960~70년대 기지 건설 과정에서 강제로 쫓겨난 차고스 원주민들의 고향 복귀 꿈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차고스 원주민 캠페인 단체(Indigenous Chagossian People)의 토비 노스위스 대변인은 "주권 문제는 국가 간의 정치 싸움으로 전락했고,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자결권은 완전히 부정당했다"고 성토했다.
단체 측은 무너진 협상에 낭비된 막대한 예산과 차고스 주민들을 배제한 채 설계된 합의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스타머 총리가 원주민들의 존엄한 재정착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개빈 글로버 모리셔스 법무장관은 "미·영 간의 관계 악화가 근본 원인"이라며, 이달 말 영국과 회담을 갖고 공통 분모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한국 외교에 주는 시사점
이번 사태는 미국의 전략적 자산이 연루된 경우, 동맹국의 주권적 결정조차 미국의 반대로 언제든 뒤집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주한미군 기지 이전이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 시 미국의 국내 정치 상황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의 운영 불안정은 인도양 물류 해로의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중동과 아시아를 잇는 에너지 수송로의 안전을 위해 한국 역시 다자간 안보 협력 체계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할 것이다.
영토 분쟁 해결 과정에서 원주민 등 소수자의 인권이 지정학적 논리에 매몰되는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국제 사회에서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는 중견국(Middle Power)으로서의 목소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