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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 가격 20% 폭등 우려... 중동 분쟁이 부른 '에너지 쇼크' 분석

영국 가디언(The Guardian) "호르무즈 봉쇄에 비료·에너지값 직격탄" 보도
유엔 FAO 식량지수 2.4% 반등... 글로벌 공급망 마비에 따른 식탁 물가 비상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3월 식량가격지수(Food Price Index)는 전월 대비 2.4% 상승하며 2개월 연속 반등세를 보였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3월 식량가격지수(Food Price Index)는 전월 대비 2.4% 상승하며 2개월 연속 반등세를 보였다. 사진=연합뉴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에너지 가격을 밀어 올리며 전 세계 식탁 물가에 강력한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이 3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3월 식량가격지수(Food Price Index)는 128.5로 전달에 비해 2.4%, 전년 동월에 비해 1% 상승했다. 2개월 연속 상승했다..

특히 비료와 연료비 등 생산 비용 급등이 식료품 가격 상승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면서,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식품 가격이 최대 20%까지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비료 '더블 쇼크'... 공급망 마비가 부른 인플레이션


가디언은 이번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 중동 분쟁 격화에 따른 에너지와 물류비용의 전방위적 상승을 정조준했다. 특히 식량 가격을 구성하는 5대 품목(곡물, 유지류, 육류, 유제품, 설탕) 지수가 모두 일제히 상승했다.

가장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것은 유지류(5.1%↑)와 설탕(7.2%↑)이다. 특히 중동의 화약고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점이 치명타였다. 세계 비료 물동량의 약 3분의 1이 이 경로를 통과하는데, 공급망이 막히면서 비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 때문에 호주 등 주요 농업 강국에서는 고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농가들이 파종 규모를 줄이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국제 밀 가격이 지난달 4.3% 상승한 것도 미국 내 가뭄 등 기상 악화와 더불어 비료값 상승에 따른 생산 위축이 영향을 미쳤다.

FAO 막시모 토레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분쟁이 40일 이상 장기화하고, 낮은 수익률에 비해 투입 비용은 높아진다면, 농부들은 투입량을 줄여 같은 방식으로 농사를 짓거나, 작물 재배량을 줄이거나, 비료 사용량이 적은 작물로 전환하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선택은 미래 수확량에 영향을 미치고, 올해 남은 기간과 내년 전체의 식량 공급과 상품 가격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유통가 비상... "식료품 상승률 예상을 3배 웃돌 것“

유럽 시장의 충격은 더욱 구체적이다. 가디언은 영국 식품음료연맹(FDF)을 인용해 올해 말 영국의 식료품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기존 3.2%에서 9%로 대폭 상향 조정되었다고 전했다. 이는 분쟁 이전 예측치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현지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단기간 내 재개방되지 않을 경우 가공식품 전반에 걸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영국의 토마토재배자협회는 유리 온실 난방용 가스비 폭등으로 인해 향후 6주 이내에 토마토, 피망 등 채소 가격의 추가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상황이 긴박해지자 레이첼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은 테스코(Tesco), 세인즈버리(Sainsbury’s), 알디(Aldi) 등 주요 유통 대기업 대표들과 긴급 회동을 갖고 공급망 안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시장의 공포는 여전하다.

영국은행(BoE) 조사에 따르면 현지 기업 재무담당자(CFO)들은 향후 1년간 제품 가격을 평균 3.7% 더 올리겠다고 답하며 물가 상승이 장기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수입 의존' 한국 경제에 던지는 경고장


가디언의 이번 보도가 시사하는 바는 단순히 영국의 상황에 그치지 않는다. 식량 자급률이 낮은 한국 역시 중동발 에너지 쇼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사료 및 식품 가공 업계에서도 국제 곡물가와 비료값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식품 물가는 시차를 두고 국제 지수를 반영하기 때문에, 상반기 글로벌 지수 반등은 하반기 국내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에 직접적인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발생했던 '애그플레이션(Agflation)'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에도 비료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식료품 물가 폭등의 도화선이 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전략 비축 물량 확보와 수입선 다변화 등 선제적인 공급망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제언한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이제 '기름값'의 문제를 넘어 인류의 가장 기본적인 '먹거리' 권리를 위협하는 경제 안보의 문제가 됐다.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 여부가 향후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Peak-out)를 결정짓는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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