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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에 항공유 2배 폭등…항공사 시총 79조 증발

루프트한자·이지젯 "승객 1인당 이익 1만 7400원뿐…운임 인상 불가피“
대한항공·아시아나도 유류할증료 인상 압박
하늘길에 경보가 울렸다. 중동 분쟁이 4주 차로 접어들면서 항공유 가격이 전쟁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치솟았고, 세계 20대 상장 항공사의 시가총액에서 530억 달러(약 79조 8400억 원)가 한 달 새 사라졌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하늘길에 경보가 울렸다. 중동 분쟁이 4주 차로 접어들면서 항공유 가격이 전쟁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치솟았고, 세계 20대 상장 항공사의 시가총액에서 530억 달러(약 79조 8400억 원)가 한 달 새 사라졌다. 이미지=제미나이3
하늘길에 경보가 울렸다. 중동 분쟁이 4주 차로 접어들면서 항공유 가격이 전쟁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치솟았고, 세계 20대 상장 항공사의 시가총액에서 530억 달러(798400억 원)가 한 달 새 사라졌다. 항공권 값 인상은 예고된 수순이고, 걸프 지역 허브 공항이 장기 마비 상태에 빠질 경우 국적 항공사들은 정부 지원 없이 생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중동 전쟁發 글로벌 항공산업 직격탄, 3월 주요 피해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중동 전쟁發 글로벌 항공산업 직격탄, 3월 주요 피해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

항공유 2배 폭등…연료비가 비용의 3분의 1


파이낸셜타임스(FT)21(현지시각)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한 달 만에 항공유 가격이 전쟁 전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고 보도했다. 항공유는 항공사 전체 운영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비용 항목이다. 유가 급등이 곧바로 수익성 직격탄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켄톤 자비스 이지젯(easyJet) 최고경영자(CEO)"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도 연료비가 크게 올랐지만, 이번 상승 폭은 그때보다 훨씬 크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운항이 중단된 2020년 이후 가장 심각한 충격"이라고 진단했다.
유럽 저비용항공사(LCC) 위즈에어(Wizz Air)는 영국 FTSE 100 지수 편입 종목 가운데 공매도 물량이 가장 많이 집중되는 종목으로 전락했다. 팬데믹 이후 여행 수요 회복으로 호황을 누리던 항공업계 전반이 불과 한 달 사이에 다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승객 한 명당 이익 17400원뿐"…운임 인상 초읽기


항공사 경영진은 연료비 급등분을 도저히 자체 흡수할 수 없다며 국제선 운임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다수의 항공사가 유가 급변에 대비한 헤지(hedge) 계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두 배로 오르는 폭등세는 헤지 효과의 한계를 벗어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판단이다.

카스텐 슈포어 루프트한자(Lufthansa) CEO"승객 한 명당 평균 이익이 약 10유로(17400)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번 추가 비용을 항공사가 떠안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운임 인상이 장기적으로 항공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유럽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조차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토로했다.

연료 수급 자체가 흔들리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벤 스미스 에어프랑스-KLM CEO는 연료 공급 차질에 대비한 비상 계획을 가동하고 있으며, 아시아 일부 노선 운항 감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화물 운송 시장도 혼란에 빠졌다. 중동을 경유하는 해상 운송로가 막히면서 항공 화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제네바 등 유럽 주요 공항에서는 화물기 부족으로 일부 물량을 육로로 전환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항공 화물 운임은 이미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달았다는 것이 물류업계의 전언이다.

중동 허브 붕괴 위기…"9·11 테러 후 대서양 노선과 닮았다"


이번 위기의 진원지는 걸프 지역이다. 에미레이트항공·에티하드항공·카타르항공 등 중동 3대 메가 캐리어는 영공 폐쇄와 관광객 급감으로 운항 일정을 대폭 줄였다. 두바이·아부다비·도하는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세계 항공 네트워크의 핵심 환승 거점이다. 이들 허브의 기능이 저하되면 전 세계 노선 재편은 불가피하다.

윌리 월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사무총장은 "수요가 순식간에 증발했던 9·11 테러 직후 대서양 노선 상황과 유사하다"고 진단하며 "중동 항공사들에게 이번 사태는 실존적 위기"라고 밝혔다.
항공 컨설팅업체 에비에이션 애드보커시(Aviation Advocacy)의 앤드류 찰튼 대표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중동 국적사들은 정부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아야 할 것"이라며 "국가 지원망이 없는 민간 항공사는 이번 파고를 넘기 매우 어렵다"고 전망했다.

한국 항공업계 파장…인천발 유럽행 연결편도 흔들릴 수 있어


한국 항공업계도 이번 충격에서 비껴가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인천~두바이 노선을 전통적으로 운항해 왔으나 20263월 중동 분쟁이 격화하면서 안전상의 이유로 해당 노선 운항을 일시 중단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직접 여객 노선 대신 코드셰어(공동운항)와 화물 노선 위주로 대응하며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유류할증료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항공유(MOPS) 가격에 연동해 매달 조정된다. 중동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MOPS 가격이 급등한 결과, 20264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전월 대비 최대 3배 이상 폭등해 3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국제선 항공권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반사이익 기대도 있지만 역설적 압박도 따른다. 에미레이트·카타르항공 등 중동계 항공사들이 공역 봉쇄와 운항 차질을 겪으면서 글로벌 공급 능력이 약 18% 줄었다. 유럽행 환승 수요 일부가 한국 항공사로 이동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중동을 우회하는 대체 항로는 비행시간 증가와 추가 연료 소모를 수반한다. 환승객을 더 태울수록 연료비 부담도 동시에 커지는 구조다.

휴전이 최대 변수…"공매도 물러나면 주가 급반등"


반등의 열쇠는 전쟁 종식이다. 자비스 이지젯 CEO"전쟁 이후 모든 항공사 주가가 하락했지만, 휴전 소식이 전해지는 순간 공매도 세력이 빠르게 철수하면서 주가가 급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전쟁이 장기 소강 국면으로 굳어지면, 항공업계는 팬데믹 이후 힘겹게 쌓아 올린 재무 건전성을 다시 갉아먹힐 수 있다. 티켓값이 오를수록 여행 심리는 위축되고, 수요 감소는 다시 수익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조여들 수 있다. 중동발 화염이 진화되지 않는 한, 하늘길의 봄은 아직 멀어 보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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