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이란발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시장에서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반영한 거래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 전쟁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약 6조 달러(약 8800조 원) 규모의 주식 시가총액이 증발했다며 블룸버그통신이 9일(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중동 충돌이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하며 에너지 공급 충격과 인플레이션 재상승 가능성을 동시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 전쟁 장기화 우려 확산…유가 급등에 시장 급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존 공격 대상이 아니었던 이란 지역에 대한 추가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시장 불안이 더욱 확대됐다. 이란 지도부 역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전쟁 장기화 우려가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4만7000원)에 도달하더라도 “안보와 평화를 위한 작은 대가”라고 말하며 충돌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같은 발언 이후 시장에서는 단기 충돌이 아니라 장기 분쟁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최대 29% 급등하며 약 6년 만에 가장 큰 변동폭을 기록했다. 하루 동안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수준에 근접하기도 했다.
아시아 증시는 한때 약 5.6% 급락해 지난 4월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대니 웡 아레카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의 추가 충격 가능성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급히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주식·채권 동반 하락…글로벌 위험자산 매도 확산
시장에서는 주식뿐 아니라 채권도 동시에 매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 채권 시장에서는 호주와 뉴질랜드, 한국 등에서 국채 금리가 두 자릿수 기준포인트 상승했다.
유럽 시장도 충격을 받았다. 전쟁 이후 영국 단기 국채 금리는 약 60bp 급등했다.
유럽 주요 기업 주가를 반영하는 지수도 장중 최대 3.1% 하락했다.
타쿠 이토 니세이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노동 수요가 약해지면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주식시장에는 매우 부정적인 환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서도 신용 위험 회피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우량 기업의 부도 위험을 대비하는 신용보호 비용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지난해 5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 아시아 시장 충격 확대…외국인 자금 이탈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 유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 주식시장에서는 지난주 약 142억 달러(약 20조8000억 원)가 빠져나갔다. 이는 최소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다.
자금 유출은 반도체 산업 비중이 높은 한국과 대만 시장에 집중됐다. 두 시장은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 기대감으로 상승세가 컸던 곳이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 변동성 지표는 장중 62% 급등했고 인도 니프티50 지수 변동성 지표도 23% 상승했다.
한국 증시에서는 급락으로 한때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안나 우 반에크 어소시에이츠 투자전략가는 “시장에 이른바 블랙스완 충격이 발생하면 모든 자산이 동시에 하락할 수 있다”며 “현재 시장에서는 주식과 채권, 통화 등 거의 모든 자산에서 매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금리 인하 기대 후퇴…유럽 금리 인상 전망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국 통화정책 전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 전망을 늦추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시점을 오는 9월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전쟁 이전에는 7월 인하 가능성이 시장에 반영돼 있었다.
일부 채권 옵션 시장에서는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가능성까지 반영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오히려 금리 인상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유로존에서 두 차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으며 첫 인상 시점은 오는 6월로 예상된다.
나이절 그린 드비어 그룹 CEO는 “현재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을 규정하는 핵심 변수는 에너지 안보가 되고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은 투자 환경을 크게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